[서북미 좋은 시-이매자] 나의 사랑, 나의 신학생
- 23-01-30
이매자(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지부 회원)
나의 사랑, 나의 신학생
달콤한 당신. 성직자가 되려던 당신을 달콤하다고 하면
달콤하게 당신은 귀뿌리까지 빨갛게 됐겠지. 신학교 중고등 졸업생. 대학 일학년.
달콤하게도 당신은 얼굴이 아주 하얗지. 내가 남자를 꿰뚫어 쳐다보는 상습범은 아니었지만, 호호.
달콤하고 수집은 건 나도 비슷했던가요? 우리 교내 탁구 시합 준비로 우린 만났지.
달콤한 성모마리아, 나는 탁구대에 탁탁 부딪혀 미니스카트 입은 허벅지 멍이 들어 시퍼랬죠.
달콤하게도 당신도 나를 슬금슬금 봤었던 모양. 우리의 데이트는 명동성당 길 걷는 것
달콤한 명동성당. 프랑스 주교님이었던 친구가 순교했을 때 구노가 쓴 “아베마리아”가 흘러나왔죠.
1850년대엔 순교자들의 공동묘지였던 한국. 당신과 난 다른 상대들과 40여년 결혼생활, 태평양을 가로 두고.
달콤한 성모 마리아님, 내가 모교에 돌아가 후배들을 가르치던 해, 우린 다시 만났죠. 우리 둘만의 속초 여행 일박이일. 파도가 하얀털 강아지처럼 우리에게로 헤엄쳐 왔었죠.
달콤한 천주님. 나의 재미 친구 유부녀들은 그 여행 소식에 흥분했죠. 어머, 정말? 둘만?
달콤한 부처님. 서울 사는 여동생. 발을 동동 굴렀죠. 안돼, 언니, 절대 안 돼. 다섯 자녀 둔 엄마가 맞아? 미국서 언니 기다리는 형부는 어쩌고? 언니, 같이 가면 간통죄다!”
달콤한 여행. 미국인 또 재미 친구들은 나의 응원 팀. “그래, 가라, 가서 재미 봐라! 화이팅!”
달콤한 나의 데이트, 옛 신학생, 아내한테 남자들끼리 낚시 간다 하고 파카 입고 낚싯대들고 나타났다.
달콤한 나의 데이트. 천주님의 배우자가 되려 했던 당신.
우린 손도 한번 잡아보지 못했었지, 라던 당신. 파도 소리 들으며 손을 잡아주었다.
달콤한 바닷가 전복죽 아침밥 먹고. 저녁은 포도주와 프랑스 달팽이 요리.
달콤한 당신이 끝까지 나에게서 허락의 녹색 신호등이 켜지기를 기다리지 않고
새끼 손가락 하나로라도 톡 처서 나의 균형을 잃게 했더라면, 나는 호텔 방 침대 위로 살짝 넘어질 황홀의 찰나였다.
달콤한 나의 신학생 데이트. 내가 뒤로 넘어졌을까요? 당신이 손가락 하나만 까딱거렸더라면?
달콤한 구노의 아베마리아. 당신은 끝까지 기다렸죠. 우리의 사랑 순교시켰죠.
달콤한 성모마리아에게로. 각각 다른 상대와 함께해 온 사랑을 살리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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