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비자 보복'은 시작일 뿐…"반도체, 지정학 리스크 대응해야"
- 23-01-15
中 반도체 공장 단기출장 제한…장기화시 공장 효율↓
보복 심해질 가능성…"해외 생산거점 전략 재설정해야"
중국이 한국 국민에 대한 단기비자 발급을 중단하면서 반도체 업계가 중국 사업에 미칠 악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으로도 중국발(發) 지정학적 리스크가 점점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최근 한국인에 대한 중국 정부의 단기비자 발급 중단 조치가 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며 진행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 중국 내에서 삼성전자는 시안·쑤저우 공장을, SK하이닉스는 우시·다롄·충칭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 곳에 파견되는 한국 국적의 근로자·주재원은 단기비자가 아닌 180일 이상의 취업(Z) 비자를 발급받고 있어 이번 조치로 인한 영향을 받진 않는다.
문제는 일반(S2)·상업무역(M) 비자다. 중국 장기 주재가 아닌 3~4개월의 단기 출장일 경우 통상 이 비자를 발급받는데, 중국 정부의 이번 조치로 발급이 막힌 것이다. 반도체 산업에선 중국 내 생산라인 수리 등을 위해 단기 출장이 잦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당장은 괜찮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반도체 생산라인 운영의 효율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다. 컨설팅업체 욜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체 낸드플래시 생산량 중 38%를 중국에서 생산하며 SK하이닉스도 D램(50%)·낸드플래시(25%)의 중국 생산 비중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현지에 나가있는 인력이 담당한 업무 외의 상황이 발생한다면 대응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중국비자신청서비스센터에서 방문객들이 관련 업무를 보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2023.1.10/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
특히 이번 중국 정부의 조치는 방역 목적이 아니라 보복 성격이 크다는 점이 우려된다. 미국·유럽도 중국 여행객에 대한 방역을 강화하고 있지만 중국 정부는 한국·일본에 대해서만 대응을 높였다.
이 때문에 방역은 단순한 트리거(방아쇠)였을 뿐, 실제로는 그동안 '칩4(한국·미국·일본·대만)' 등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에 동참한 한국·일본에 대한 보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은 지난 2000년에도 한국 정부가 중국산 냉동 마늘에 관세율을 인상하자 한국산 휴대폰·폴리에틸렌 수입을 중단했고, 2016년에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배치하자 한국 문화상품·가정용품 수입을 금지하는 '한한령'을 시행했다. 한 분야의 갈등이 전혀 다른 산업에 대한 보복으로 이어진 것이다.
업계는 앞으로 미-중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번 사태처럼 지정학적 리스크가 반도체 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입장에서 대만·일본은 반도체 공급망에서 미국 편에 확고하게 섰지만 한국은 아직 중립지대에 있다"며 "한국이 미국 측으로 완전히 넘어가지 않도록 추가 보복이나 더욱 강도 높은 조치가 협상 카드로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칩을 들고 연설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반도체 업계에선 중국 대신 미국과의 관계 강화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많다. 미국의 반도체 설계·장비는 대체 불가능한 만큼 미국 주도의 공급망에서 소외된다면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 자체가 꺾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렇게 중국 내 사업 리스크가 큰 상황에선 중국 투자 비중을 줄이고 미국 내 생산시설 확대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 한국이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에 포함된다 하더라도, 전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70%를 장악한 한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중국이 극단적인 보복 조치를 하긴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과 미국 등 해외 반도체 생산거점에 대한 전략 재설정이 필요하다"며 "미-중 모두를 완벽하게 만족시킬 수는 없는 만큼 우리 정부가 명확한 원칙을 세우고 그에 따라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중국의 이번 단기비자 발급 중단 조치와 관련해 기업인의 중국 방문 제한 등을 해결할 수 있는 '애로사항 접수센터'를 설치했다. 또 중국 현지 무역관을 활용해 현지에서 지사 역할을 대행하는 '긴급지사화 서비스'도 지원하기로 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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