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캘리포니아 폭우에 16명 사망…한달 간 1년 평균 넘는 강우
- 23-01-11
홍수·산사태 대피명령…5세 실종·16만 가구 정전
가뭄에 내리는 폭우…기후 위기의 역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폭우로 인해 지금까지 16명이 사망하고 1명이 실종됐다. 추가 비 소식까지 예보돼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위기가 '가뭄에 내리는 폭우'란 역설을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10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캘리포니아 전역에 내린 집중호우로 인해 주택과 도로가 침수됐다. 현재 홍수 경보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만 최소 2000만 명인 것으로 추산된다.
비 피해가 예고되자 전날(9일) 로스앤젤레스 인근 지자체들은 저지대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대피 명령을 내렸다. 현재 마을 입구엔 출입을 차단하는 바리케이드가 설치됐으며 도로 곳곳이 물에 잠겼다고 AFP가 전했다. 샌타크루즈에서도 이날 3만여명이 대피했다.
전날 샌루이스오비스포에서는 침수된 차량에 타고 있던 5세 소년이 실종됐다. 현지 소방 당국은 동승객인 소년의 어머니는 구조됐으나 급류로 인해 수색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소년은 물이 들이 닥친 차량에서 탈출하다 실종된 것으로 추정된다.
베이커스필드에서는 비바람을 이기지 못한 나무가 도로를 덮쳐 운전자 2명이 숨졌고 벤투라에서는 불어난 강물에 고립된 18명이 현지 소방에 구조됐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지금까지 총 16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며 "지난 2년간 캘리포니아 산불로 인해 발생한 인명피해보다 많다"고 밝혔다.
CNN에 따르면 최근 캘리포니아에 온 비의 양은 평년치의 최소 4배에서 최대 6배에 달한다. 몬테시토 소방 당국은 트위터를 통해 "지난 한 달 동안 우리 지역에 총 50㎝의 비가 내렸다"며 "연평균 강우량인 43㎝를 이미 초과했다"고 밝혔다.
계속된 비로 인해 지반이 약해져 산사태 발생 위험도 높아졌다. 영국 해리 왕자 부부가 거주하는 해안가 부촌 몬테시토에는 전날 고지대에서 각종 토사가 유입되자 마을 주민들에게 대피령이 떨어졌다. 산사태 주의보는 현재 로스앤젤레스와 샌디에이고 일대로 확대됐다.
전력 추적 사이트 '파워아우티지'(PowerOutage)는 이날 캘리포니아 전역에서 약 16만여곳의 가정과 기업이 정전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고 있다.
추가로 내릴 비의 양도 상당해 당국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미국 국립기상청(NWS)은 다음날(11일)까지 캘리포니아 북부를 중심으로 약 18㎝의 비가 추가로 내리고 시에라 네바다 산맥에는 수 센티미터의 눈이 쌓일 것으로 전망했다.
NWS는 캘리포니아에 내린 기록적인 폭우의 원인으로 '대기의 강'(atmospheric rivers) 현상에 주목했다. 대기의 강이란 다량의 수증기를 머금은 대기가 좁고 길게 형성돼 많은 비를 퍼붓는 것을 뜻한다.
NWS는 이날 밤늦게 캘리포니아 서부 빗줄기는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겠으나 다음날 또다른 '대기의 강'이 도착해 다시 비가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동태평양에 열대성 저기압(사이클론)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습기가 계속 유입돼 캘리포니아 북부를 중심으로 상당한 강수량을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캘리포니아는 미 동부와 비교했을 때 비가 많이 오는 지역은 아니다. 특히 20년 넘게 만성적 가뭄에 시달리고 있고 최근 들어 산불 발생 빈도와 강도 모두 증가했다. AFP는 화석 연료의 무분별한 연소로 인해 인간의 기후가 양극단을 오가는 날씨를 초래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최근 내린 폭우조차 미 서부의 가뭄 해갈에는 역부족이라고 기상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저수지 유량을 적정 수준으로 되돌리려면 예년을 웃도는 강우량이 최소 몇 년은 더 필요하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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