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생활-김 준 장로] 하늘 가는 밝은 길(3ㆍ끝)
- 21-04-12
김 준 장로(종교 칼럼니스트)
하늘 가는 밝은 길(3ㆍ끝)
이 중사를 영원히 사랑하는 하나님께로 가자는 군목의 제언을 듣고 이 중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머리를 숙인 채 한참 동안 침묵하고 있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목사님, 저를 그분에게로 안내해주세요. 저는 이제 갈 곳이 없지 않습니까. 갈 곳이 없지 않습니까…?!”
그는 군목의 가슴에 그의 얼굴을 묻었다. 그리고 둘은 서로 부둥켜안고 울었다. 한참 동안 그렇게 울고 나서 그들은 함께 기도를 드렸다.
그 후로부터는 군목과 이 중시가 만날 때마다 찬송과 기도와 성경 말씀으로 이어졌고, 군목을 통해서 이 중사에게 역사하시는 성령의 능력은 참으로 신비롭고 놀라왔다. 이 중사의 태도는 하루가 다르게 변해갔고 철벽 같던 그의 심령은 초봄에 돋아나는 새싹처럼 보드러워졌고 그의 말과 행동은 유순하기가 어린 양과도 같았다.
그런데 이 중사의 영혼이 변화되어가는 정도와는 반대로 사형집행의 날짜는 하루하루 가까워져 그의 생명을 옥죄고 있었다.
그러나 이 중사는 이미 그 죽음에 대하여는 체념한 지 오래이다. 아니 체념이라기 보다 그는 이제 생과 사의 문제를 초월하여 영원을 소망하는 깊은 신앙의 경지에까지 이르고 있었다.
어느 날 이 중사가 군목에게 한가지 부탁의 말을 전했다. “목사님…저는 생전에 좋은 일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는데요…우리의 장기를 누구에게 줄 수 있다는데, 그것 좀 알아봐 주세요.”
군목은 이 중사의 진지한 부탁을 받고 그 방법을 알아보았다. 그런데 이 중사는 군법에 따라 총살형을 받게 되기 때문에 그의 장기들은 손상이 되어 이용할 수가 없고 다만 그의 안구만은 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다음 날 군목은 이 중사에게 사실대로 알려주었다. 그 말을 들은 이 중사는 그것 만이라도 여간 다행이 아니다 싶었다. “그럼 내 안구라도 누구에게 줄 수 있도록 해주세요. 네? 꼭 부탁드립니다.”
사형 집행을 며칠 앞두고 그의 두 눈은 값지게 기증되었다.
드디어 사형 집행의 날이 찾아왔다.
사형장에는 군목과 군의관이 이미 도착하여 입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윽고 이 중사를 태운 호송차가 형장에 도착하자 이 중사가 호송관들의 부축을 받으며 차에서 내리고 있었다.
지정된 장소에 도착한 이 중사가 침착한 몸가짐으로 단정히 섰다. 대부분의 사형수들이 처형 직전에 하늘을 한번 쳐다보고, 땅을 한번 내려다본다지만 안구가 없는 이 중사는 하늘도 땅도 볼 수가 없었다. 오직 그의 청각에만 의존하여 주위의 상황을 감지할 수 있었다. 잠시 후 낯익은 발자국 소리가 가까워지더니 군목의 음성이 들려왔다.
“이 중사, 이제 마지막 시간이 왔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
이 중사는 유언 대신 군의관을 찾았다. “군의관님 오셨나요?” 와있다고 군목이 알려주자 “그 분을 내게로 가까이 오게 해주세요.”
군의관이 그의 곁으로 다가가자 이 중사가 두 손을 내밀어 군의관의 손을 더듬어 찾더니 그의 두 손을 꼬옥 붙잡고 말했다.
“군의관님, 나는 생전에 육신의 눈은 뜨고 살았지만 영혼의 눈은 뜰 줄 몰라서 이렇게 많은 분들에게 고통을 주고 갑니다. 이제 내 눈을 가진 사람은 육신의 눈도 뜨고 영혼의 눈도 떠서 내가 남을 위해서 하지 못한 일들을 나를 대신해서 좀 해달라고 꼭 부탁해주세요.”
이것의 그의 마지막 유언이었다. 군목이 또다른 말은 할 것이 없느냐고 묻자 이 중사는 목사님, 제가 항상 목사님과 함께 부르던 찬송가 493장 1절과 2절을 부르고 3절로 넘어갈 때 숨을 거두었으면 좋겠습니다.”
잠시 후 죽음처럼 적막한 형장에 찬송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늘 가는 밝은 길이 내 앞에 있으니 슬픈 일을 많이 보고 늘 고생하여도 하늘 영광 밝음이 어둠 그늘 헤치니 예수 공로 의지하여 항상 빛을 보도다.”
1절이 끝나고 2절이 끝났다. 3절이 시작될 때 총소리 때문에 잠시 차단되었던 찬송 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나는 부족하여도 영접하실 터이니 영광 나라 계신 임금 우리 구주 예수라.”<끝>
하늘가는 길(1)(2)을 보시려면 아래를 클릭
https://www.seattlen.com/bbs/board.php?bo_table=column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시애틀 뉴스/핫이슈
한인 뉴스
- 한국 전국체전 참관인단 모집…한국관광도 함께 실시
- 이번 주말 SNU포럼 강사는 세계적 뇌과학자 이진형 교수(영상)
- 상담소 “그로서리 백 기부 받습니다”
- 재미한국학교협의회 제42회 정기총회 및 학술대회 성황리에(영상)
- S미술학원 권선영 원장, 롯데호텔 시애틀서 초상화전(영상)
- 워싱턴주 한인미술인협회 공모전 당선자와 장학생 발표
- 올해 거북이마라톤 500여명 참석해 대성황 이뤄(+영상,화보)
- 미술인협회 벨라 김 전 회장 ‘의미있는’ 작품 전시한다
- [시애틀 수필-안문자] 초록 향기 속에서 타샤를 그리며
- [신앙칼럼-최인근 목사] 다수가 이기는 세상
- [부고] 포틀랜드 영락교회 백일성 장로 별세
- [하이킹 정보] 시애틀산우회도 내일 거북이마라톤 참가키로
- [하이킹 정보] 워싱턴주 시애틀산악회 6일 거북이마라톤 참가
- 대한부인회 11일 간병인 모집행사 "시간당 21.17~24.28"
- 생활상담소, 시애틀시 범죄피해자기금 전담기관으로 선정
- 영오션 한국산 광어회와 참돔회 판다
- UW서 해녀 전시회 열린다
- "시애틀 한인여러분 운동도 하고 선물도 받고"
- 김원준 작가 ‘6ㆍ25 및 DMZ사진전’오리건서도 큰 인기
- [신앙과 생활-김 준 장로] 양심과 구원(2)
- [서북미 좋은 시-정혜영] 공작단풍 그 이름을
시애틀 뉴스
- 머서 아일랜드 “물사용 즉각, 무조건 줄여주세요”
- 시애틀 사무실건물 아파트로 전환하면 특혜준다
- 시애틀서 렌트로 살기에 정말로 안좋다
- 보잉기종 또다시 이륙 도중 바퀴 떨어져 나가
- 시택 독립기념일 쇼에서 드론 55대 호수로 추락
- 시애틀지역 폭염 내일 절정 달한다...일부는 100도까지 치솟아
- 아담 스미스 워싱턴주 연방하원의원도 “바이든 사퇴하라”
- 상반기에는 엔비디아가 미증시 주도했지만 하반기에는 OO
- 엘크와 충돌한 워싱턴주 여성,다른 차에 깔려 숨져
- <속보> 얼더우드몰 16살 총격범 바로 풀려났다
- 워싱턴주도 소형 원자로 12개 추가 설치한다
- 워싱턴주 삼진법 부작용 개선되지 않았다
- 워싱턴주 불체자도 부동산 에이전트 면허 가능해진다
뉴스포커스
- "韓 백만장자, 4년 뒤 164만명"…증가율 27% '세계 6위' 전망
- 젤렌스키 손 맞잡은 尹 대통령…나토 정상회의 만찬장서 조우
- "尹탄핵 청문회 위헌"…국힘, 권한쟁의 심판 청구한다
- 쯔양 "전 남친에 40억 뜯겼다…폭행·협박에 술집 일까지 했다"
- "해병대원 특검 필요" 69%…한동훈 대안 찬반 '팽팽'
- 주먹으로 '여성 폭행' 징맨 황철순, 1심 징역 1년…법정구속
- 5월 나라살림 74.4조원 적자…역대 두번째 적자폭
- '美 훈풍' 코스피 2890 돌파…2년 반만에 최고
- "국민연금, 3년 뒤엔 보험료 수입만으로 연금지출 감당못해"
- "먹고살려면 나와야지"…32도 '폭염'에도 거리로 나선 노인들
- 윤 대통령, 美워싱턴으로 출발…나토 정상회의서 안보 협력 논의
- 진중권 "김건희와 57분 통화…'주변 만류로 사과 못해', '韓 화 많이 나' 토로"
- 의대 2학기 등록 학년말까지…추가 의사 국시 적극 검토
- "금리 내린다니 집 사볼까"…주담대 한달새 6.3조 늘었다
- 취업자 두달째 10만명 밑돌아…건설·자영업 한파 계속
- '연봉 1억' 현대차 킹산직…2026년까지 1100명 또 뽑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