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물 탈 돈도 없다"…메말라버린 코인 시장
- 22-12-30
일일 거래소 현물 거래량, 2020년 12월 이후 다시 100억달러 밑으로
악화된 투심…"주변 투자자들 모두 관망세…투자 위험 크다고 판단"
지난해 11월 역사상 최고점을 찍은 비트코인은 8000만원을 넘었다. 지난해 중순부터 비트코인 가격이 폭등함에 따라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에는 활황세가 이어졌고 자연스레 코인에 대한 투자심리도 커졌다. 너도나도 코인 투자에 뛰어들며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국내에서 원화마켓을 운영하는 거래소들 위주로 투자자들이 몰려들었다.
이처럼 '코인 광풍'이 불던 시기에는 국내 1, 2위 거래소인 업비트와 빗썸에서 24시간 기준 각각 거래금액 1000억원이 넘는 코인들이 수두룩했다. 그러나 올해 29일 오후 2시 기준, 업비트에서 24시간 내 1000억원의 거래대금이 넘는 코인은 리플 1개뿐이고, 빗썸에서는 1개도 없다.
29일 글로벌 코인시황 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국내 1위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의 24시간 내 거래량은 이날 오후 5시 기준, 약 6500억원이다. 업비트뿐만 아니라 빗썸, 코인원, 코빗 등 국내 현물 기반의 거래소들도 최근 거래량이 크게 줄었다. 이달 들어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의 거래대금 합산은 1조원대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 10월 기준,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4개 거래소의 거래대금 합산이 10조원이 넘었던 것에 비하면 1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또 더블록 데이터센터 자료에 따르면 암호화폐 거래소의 일일 현물 시장 거래량은 지난 26일, 2020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100억달러(약 12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에서 토큰의 가격이 올라야 돈을 벌 수 있는 '현물 시장'에 대한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일일 거래소 현물 거래량이 100억달러 미만이었던 적은 지난 2020년 12월 17일 이후 처음이다. 당시 비트코인 가격은 2만달러선을 기록했지만 29일 비트코인은 그보다 떨어진 1만6000달러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같이 데이터상으로 '투심의 악화'가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실제 국내 투자자들은 최근 코인에 대한 투자 심리가 급격히 떨어지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투자 자산의 대부분을 코인으로 가지고 있다는 30대 직장인 A씨는 "주변에서 최근 코인으로 돈을 벌고 있다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며 "현금을 가지고 있으면서 코인 투자에 손을 대지 않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맞는 방법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예전부터 자주 들여다보는 투자 커뮤니티가 있는데, 다들 투자를 하지 않고 관망하는 자세로 돌아선 분위기"라며 "투심 지표 같은 것도 투자할 때 참고하는데, 그 지표 수치들보다도 투심이 더 안 좋다는 느낌이 든다"고 덧붙였다.
실제 가상자산 데이터 제공업체 얼터너티브에 따르면 이날 기준, 투자심리를 지수로 표시한 공포·탐욕 지수는 전날, 지난주 수치와 동일한 28점이다. 얼터너티브의 공포·탐욕 지수는 0점으로 갈수록 투자에 대해 비관하는 극도의 공포를 느끼고, 100점에 근접할수록 낙관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날 점수인 28점은 전달 대비 2점 오른 점수이다. 그러나 오히려 실제 투자자들 사이의 투자심리는 더욱 악화되는 모양새다.
A씨는 그러면서 "최근 거래소 입출금이 막혀 가두리를 하지 않는 이상, 해외 거래소보다 국내 거래소 코인 가격이 더 떨어지는 '역프'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면서 "마침 오늘 테더가 '역프'에 진입하기도 했다. 이러한 일들을 살펴보면, 국내 투자 심리가 매우 좋지 않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때 코인 전업 투자자였던 직장인 B씨도 "아직도 습관적으로 업비트 차트를 매일 들어가는데, 최근 업비트 일일 거래대금 최상단에 리플이 올라있는 걸 보니 '현물 투자 심리'가 많이 약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코인게코에 따르면 업비트는 전세계 중앙화 거래소(CEX) 내 이날 기준, 24시간 거래량면에서 6위를 기록하고 있을 만큼 거래량면에서 최상위권에 올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이날 기준 1000억원이 넘는 거래대금을 기록한 코인이 리플뿐이다.
리플은 일반적으로 전송 속도가 빠르고 수수료가 저렴하다는 이유로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 자금을 선물 거래소로 옮기는 전송수단으로써 활용도가 높은 코인이다. 결국 리플의 거대대금이 크다는 건 리플만의 특별한 '호재'가 없는 최근 기준, 전송수단 용도의 리플 외 다른 코인들이 투자에 있어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니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투자자이자 국내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한 팀장은 "보유한 코인의 평단을 낮추기 위한 일명 '물타기'도 지금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물타기할 돈도 없는 데다가, 만약에 돈이 있다고 하더라도 얼마나 더 떨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리스크가 매우 크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그러면서 "지난 6월쯤 비트코인이 2만달러선에서 거래될 때, 많은 데이터들이 비트코인의 바닥을 가리키고 있다고 했었다"면서도 "비트코인이 1만6000달러선으로 더 낮게 거래되고 있는 최근이지만 오히려 지금은 '비트코인의 바닥이 아니다'라는 데이터도 나온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를 보면 결국 시장을 구성하는 투자자들의 심리가 더 많이 안 좋아진 것 같다"면서 "이러한 장에서는 사실 무엇을 하더라도 돈을 벌기 힘들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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