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에도 크리스마스는 온다… 1차 대전 땐 적과 함께 '캐럴' 부르기도
- 22-12-25
'6·25전쟁' 흥남철수작전도 '크리스마스의 기적'으로 불려
지난 2월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두 나라 간 전쟁이 시작됐다. 10개월이 지나 크리스마스(12월25일)가 됐지만, 아쉽게도 휴전이나 평화협정 같은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인이 평화를 노래하는 시기에도 서로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자국 땅에서 전쟁을 치르는 와중에도 올해 특별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있다. AF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도심 소피아 광장을 비롯한 곳곳에선 지난 19일 크리스마스 트리 점등이 시작됐다.
우크라이나 국민이 원하는 올해 크리스마스 선물은 조국의 전쟁 승리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러시아로부터의 침공 이후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 '러시아에 기필코 승리하겠다'는 항전 의지를 다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용맹한 미군이 1944년 크리스마스 때 전선을 방어하고 (독일) 아돌프 히틀러의 군대를 격퇴한 것처럼 용맹한 우크라이나군이 이번 크리스마스에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의 군대를 물리치고 있다"며 "우린 절대 항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거론한 1944년 상황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이 벨기에 아르덴 지역에서 독일군의 최후 대반격을 저지한 이른바 '벌지 전투'(아르덴 대공세)다. 벌지 전투는 그해 12월16일부터 다음해 1월25일까지 진행됐으며, 미군 역사상 가장 유명한 전투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번 방미는 2차 대전이 한창이던 1941년 윈스턴 처칠 당시 영국 총리의 방미를 연상케 해 화제를 모았다. 처칠 총리의 방미는 일본의 미 진주만 공습 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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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서울 노원구 서울광염교회에서 어린이들이 캐럴을 부르고 있다. 2022.12.24/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
1차 대전 때인 1914년엔 프랑스 동북부와 벨기에 등 서부전선 여러 곳에서 크리스마스 '정전'(停戰)이 이뤄졌다는 '낭만적'인 사례도 다수 전해진다. 당시 전쟁이 소강상태에 접어들면서 독일 등 추축국의 군대와 연합군은 전선을 따라 깊은 참호를 파고 대치 중인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어느 깊은 밤 독일군 부대 쪽에서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당시 프랑스·영국군도 잘 알던 크리스마스 캐럴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었다. 잠시 후 독일군 병사가 무장을 해제한 채 참호 밖으로 걸어나왔지만, 그에게 총을 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참호 밖으로 나온 양 진영 병사들은 전장 중간 지점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선물을 교환했다고 한다.
이 같은 소식은 영국 병사가 고향의 부모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알려지면서 현지 신문에 '크리스마스 캐럴의 기적'이라고 소개되기도 했다. 심지어 1915년 1월엔 '크리스마스 때 영국군과 독일군이 축구 경기를 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 같은 '비공식' 휴전을 경험한 이들은 당시 10만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러나 이 같은 '크리스마스 휴전'은 군 지휘부 입장에선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전쟁터에선 죽음을 무릅쓰고 적과 맞서 싸우는 게 군인들의 임무다. 그러나 장병들이 그런 적과 서로 끌어안고 다정하게 대화를 나눈다면 전투 의지 약화로 이어질 수이 있단 우려가 제기됐다.. 그 때문인지 1차 대전 시기 이후엔 크리스마스 휴전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고 지금도 휴전 중인 우리나라에도 전쟁 속 크리스마스는 중요한 날이었다. 한국전쟁(6·25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함경남도 흥남부두에서 피란민 1만4000명을 태우고 출발한 미국 화물선 '메러디스 빅토리'가 경남 거제에 도착한 날이 12월25일이었다. 추위와 굶주림 속에서도 단 1명의 희생자 없이 임무를 완수한 '빅토리'호는 가장 많은 인명을 구조한 배로 2004년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1950년 12월12~24일 선박 190여척을 동원한 흥남철수작전 당시 피란민 10만명이 적지에서 구출됐다. 각종 차량과 35만톤에 이르는 전쟁물자도 안전하게 옮겨져 국군과 유엔군이 다음 작전을 차질 없이 수행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 흥남철수작전이 '크리스마스의 기적'으로 불리는 이유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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