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샌티스, '지성' 있지만 '드라마' 없는 트럼프…대권 가도 달릴까
- 22-11-19
[딥포커스] 검사 재직 중 하원 당선…트럼프 등에 업고 주지사 출마
자유 강조한 우편향 정책…'작은 정부' 지향론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간), 2024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공화당 안팎의 반응은 시들하다. 오히려 11·8 중간선거 이후 차기 대권 후보로 강력하게 부상한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언제 출마 선언을 할지 그에게 시선이 더 쏠리고 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누구인지, 어떻게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경합주)'로 분류되던 플로리다주(州)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질 수 있었는지 등을 낱낱이 파헤쳐본다.
◇론 디샌티스, 그는 누구인가?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디샌티스 주지사는 자신을 '블루칼라 뿌리를 가진 플로리다의 원주민'이라고 설명한다. 1978년 플로리다주 잭슨빌에서 태어난 그는 이탈리아계 미국인이다. 예일대 역사학과를 졸업한 뒤 하버드대 로스쿨에 진학해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2004년 미합중국 해군으로 입대, 2010년 소령으로 전역했고 복무 기간 중 이라크 전쟁에도 참전했다.
플로리다주 연방 검사로 재직하던 중 2012년 처음으로 플로리다주 하원의원으로 선출됐다. 이후 3선을 지낸 뒤 2018년 주지사에 출마해 득표율 49.59%로 당선됐다. 이후 2022년 치러진 중간선거에서는 4년 전보다 득표율이 10%포인트(p)나 올라 59.38%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주지사에 처음 출마했을 당시 디샌티스 주지사의 득표율은 민주당 후보보다 불과 0.5%p 앞섰다. 3만2400표 차이는 올해 약 150만 표까지 벌어졌다. 지난 4년 동안 일관되게 추진해온 '우편향' 정책은 그를 극우 보수주의자들의 스타로 만들었다.
특히 코로나19는 디샌티스 주지사를 영웅으로 만들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평가했다. 그는 코로나19대유행 당시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해선 안 된다는 이유로 공립학교 대면 수업 개시, 백신접종 증명서 폐지, 마스크 의무화 금지 등 선도적으로 방역 조치를 철폐하면서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또 지난 3월에는 이른바 '게이라는 단어를 말하지 마세요(Don’t Say Gay)' 법안에 서명하며 교육계 보수 지지층들의 확실한 지지를 견인했다. 이 법안의 정식 명칭은 '부모 교육권리법'으로, 유치원생과 초등학교 1~3학년에게는 LGBTQ+(성소수자) 교육을 금지하도록 한다.
플로리다주의 대표 기업인 디즈니가 성소수자 인권을 보호하라며 이 법안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자, 디즈니가 반세기 넘게 누려온 세제 혜택을 박탈하겠다며 강경 대응을 하기도 했다.
이어 미 연방대법원이 낙태권을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자, 임신 15주 이상이면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민주당에게서 강한 비판을 받았지만, 공화당 지지자를 결집하기에는 충분했다.
아울러 디샌티스 주지사는 정부의 규모를 축소해 재정 지출을 줄이고 민간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 정계 입문 초기에는 플로리다주의 인구가 뉴욕주보다 200만 명가량 많지만 예산은 절반 수준이라며, 플로리다주의 낮은 세금에 대해 자랑하기를 좋아했다고 NYT는 전했다.
이 밖에도 인종차별 과거사를 비호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인의 자유(Individual Freedom)' 법안을 통과시켰다. 개인이 관여하지 않은 행동으로 인해 죄책감, 괴로움 또는 기타 형태의 심리적 고통을 느끼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지만, 처음 법안이 발의됐을 때부터 백인들의 인종차별 과거를 덮겠다는 의도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왔다.
미국의 자유지상주의 싱크탱크 케이토 연구소는 플로리다주를 미국에서 두 번째로 자유로운 주로 꼽았는데, 코로나19와 작은 정부 등 디샌티스의 '자유'를 강조한 정책이 지지율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에게는 없는 '지성'…'지지 기반 無' 약점으로 꼽혀
디샌티스 주지사는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이던 라틴계, 여성, 심지어 흑인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득표율이 민주당 후보를 앞질렀다. 팜비치, 오세올라, 마이애미 데이드 같은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선호하는 카운티들에서도 공화당 표를 쓸어 모았다.
이처럼 디샌티스 주지사가 스윙 스테이트로 분류되던 플로리다주를 붉게 물들인 데는 '트럼프 2.0'이라는 그의 성향이 크게 작용했다.
지성은 있고 드라마는 없는 도널드 트럼프. FT가 평가한 디샌티스 주지사다. 이 외에 다른 언론들도 디샌티스 주지사를 '알맹이가 있는 트럼프'로 부르고 있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극우 보수 정책을 추진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는 대화가 통하는 이성을 지녔다는 의미에서다.
뉴욕의 한 정치 고문은 FT에 "유권자들은 디샌티스 주지사에게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는 없는 어떤 억제된 매력을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디샌티스 주지사는 유방암에 걸린 아내를 돌보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여성 혐오를 일삼던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서는 볼 수 없다는 것.
그러나 FT는 "디샌티스 주지사는 아내를 제외하고는 친구가 없다. 탤러해시(플로리다의 주도)에는 디샌티스의 사람이 없다"며 "은둔적이고 친구를 사귀지 않으려는 모습은 거의 닉슨주의자"라고 그의 약점을 꼽았다.
그러면서 "디샌티스 주지사가 백악관에 가면 아무도 그와 함께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초 그가 2018년 주지사로 당선된 데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 덕분이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아직 공식적인 출마를 선언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가 트럼프 전 대통령과 척지고 출마를 결심한다면 FT의 지적처럼 자신의 지지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는 디샌티스 편…공화당 '얼굴' 바뀌나
각종 여론조사는 디샌티스 주지사의 인기를 방증하고 있다. 특히나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예상외로 고전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비난의 화살이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공화당을 대표할 얼굴로 그나마 디샌티스 주지사가 적절하다는 게 중론이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 힐과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공화당의 슈퍼팩(Super Pac·민간 정치자금 단체)인 '성장을 위한 클럽(The Club for Growth)'이 지난 11~13일 아이오와주와 뉴햄프셔주 유권자 1044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디샌티스 주지사는 각각 11%포인트p, 15%p 앞섰다.
아이오와주 유권자 50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48%가 디샌티스 주지사를 공화당의 차기 대선 후보로 지지할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겠다고 답한 비율은 37%에 그쳤다.
앞서 지난 8월 이 지역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응답자는 52%, 디샌티스 주지사를 지지하는 응답자는 37%였는데 이 비율이 완전히 역전된 것이다.
아이오와는 선거인단 6명을 보유한 상대적으로 작은 주이지만 선거 동향을 읽는 지표로 인식되기도 한다.
아울러 뉴햄프셔주 유권자 401명 중 52%가 디샌티스 주지사에게 투표하겠다고 답했고, 37%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표를 던지겠다고 답했다.
특히 디샌티스 주지사의 고향이자 정치적 근거지인 플로리다주에서는 이 격차가 더욱 크게 나타났다. 플로리다주 응답자의 56%는 디샌티스 주지사를, 30%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했다.
유고브(YouGov)가 중간선거가 끝난 직후인 지난 9~11일 미국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23%가 2024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디샌티스 주지사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선호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20%에 불과했다.
공화당 지지자인 응답자 중 41%는 디샌티스를, 39%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선호한다고 응답해 디샌티스가 근소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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