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X사태, 심층분석]'빚더미' 위에 쌓은 '가상제국'…나흘만에 무너졌다
- 22-11-15
허약한 재무 구조에 치명타된 뱅크런, SEC 수사까지…결국 파산
한때 세계 2위 수준의 거래량을 자랑하던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FTX가 7일 본격화된 유동성 위기의 파고를 며칠도 버티지 못한 채 11일 파산했다. 불과 나흘 만이다.
가상자산 업계에서 공격적으로 활동해온 FTX가 계열사인 '알라메다 리서치'를 통해 무리한 담보를 통해 사업을 펼쳐온 과도한 차입경영의 민낯이 드러나면서다.
알라메다 리서치는 FTX의 자체 발행 토큰인 'FTT'로 대부분의 자산을 보유하고, 이를 담보 삼아 각종 투자·사업을 펼치고 있었다. FTT의 가격이 급락할 경우, 담보 가치가 급격히 줄어들며 전체 사업이 흔들리게 되는 취약한 구조였던 셈이다.
세계 1위 거래소 바이낸스가 FTT를 대량 매각하겠다고 하자, 취약성은 가능성에서 현실이 됐다. 시장의 의심은 불신이 되었고, 무너진 신뢰는 FTT 급락과 FTX 뱅크런(대량 인출) 사태로 이어졌다. 그리고 FTX는 버티지 못하고 파산했다.
이 과정에서 8000억원 내외 규모의 해킹이 발생하고, FTX가 이용자 예치금으로 자회사를 투자했다는 의혹도 제기되는 등 가상자산 업계의 모럴 해저드까지 부각되기도 했다.
◇돈이 돈을 번다지만…허약했던 FTX의 구조
바이낸스는 7일 FTT 보유량을 전량 매도하겠다고 선언하면서 FTX 사태의 결정적 트리거 역할을 했다. '루나 사태'에서 배웠듯, 사전에 리스크(위험)를 관리하는 취지라고 자오 창펑(Zhao Changpeng)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는 밝혔다.
이같은 발언은 FTT 투매로 이어졌고 FTT는 폭락했다. FTT는 FTX의 거래소 토큰으로 FTX의 거래 수수료를 할인받는 데 쓰였다.
폭등과 폭락이 빈번한 가상자산 시장이지만, 이번 FTT의 폭락이 FTX의 몰락으로 이어진 것은 취약한 재무 구조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앞서 2일 코인데스크는 FTX 관계사 알라메다 리서치의 대차대조표를 입수해 재무 상태가 건전하지 않다고 보도했다. 알라메다리서치는 샘 뱅크먼 프리드(Sam Bankman-Fried) FTX 최고경영자(CEO)가 세운 트레이딩 회사이자 투자사다.
보도에 따르면 FTX가 FTT를 발행하고, 이를 관계사인 알라메다리서치가 사들여 보유하는 구조였다. 또 알라메다 리서치가 보유 FTT를 담보로 자금을 확보해 공격적인 투자·사업에 나서며 몸집을 부풀려왔다는 점도 보도됐다.
토큰 발행과 거래 중계를 하는 FTX가 자회사를 통해 FTT를 매입하면서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이를 담보를 통한 자금 조달의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이해 충돌 요소가 있었던 것이다.
또 FTT의 가치가 유지·성장할 경우에는 별문제가 없지만, 급락할 경우에는 담보 가치가 급격히 줄어들어 재무 상태가 급격히 악화된다는 취약성도 가지고 있었다.
◇치명타된 뱅크런, 인수 무산에 SEC 수사까지…결국 파산
이런 취약한 구조 속의 FTX에서 약 60억달러로 추산되는 뱅크런은 치명적이었다. FTX는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자금 조달에 나서는 한편, 이용자들에게는 가상자산 출금을 중단하는 등 안간힘을 썼다.
8일 자오창펑 바이낸스 CEO는 "FTX가 도움을 요청했다. FTX가 상당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며 "FTX의 인수를 위한 '법적 구속력 없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FTX의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탈출구가 보이는 듯했지만, 9일 바이낸스는 성명을 통해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다"며 "FTX 인수를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이어 10일 미국의 증권 감독 당국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FTX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SEC는 이전에도 FTX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었으나 전일 뱅크런이 발생하자 전면적인 수사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FTX는 결국 11일 미국 법원에 트위터를 통해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FTX는 성명에서 "전 세계 모든 이해당사자들의 이익을 위해 자산을 현금화하고 질서정연한 퇴출을 위해 자발적인 파산보호 절차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FTX는 무너졌지만, 이어지는 폭로와 해킹…후폭풍은 여전
FTX로 인해 '크립토 윈터'라 불리는 가상자산 업계의 어려움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세계 2위 규모의 가상자산 거래소가 단 며칠 만에 무너지며, 시장의 신뢰는 훼손됐다.
아울러 FTX의 파산과정에서 제기된 의혹도 시장의 신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 FTX의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프리드 CEO가 고객들이 FTX 거래소에 예치한 돈을 빼돌려 알라메다에 100억 달러를 투자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FTX의 고객 예금은 160억달러를 확보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업계에서는 '자체 토큰 발행-매입-담보를 통한 자금 확보'라는 취약한 구조가 FTX뿐의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FTX에서는 12일 6억달러 규모의 가상자산 해킹사태도 발생했다. 당시 FTX는 가상자산 출금이 막혀 있는 상태였다. 이번 해킹을 분석한 화이트 해커 집단에서는 '내부자 소행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FTX는 '미승인 거래'라는 표현을 쓰면서 일부 커뮤니티에서 주장하는 '내부자 소행설'에 대해서는 부정한 상태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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