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늘렸다지만 대체 어디에"…'이태원 참사' 커지는 경찰 '책임론'
- 22-11-01
"현장통제보다 범죄예방 집중" "매뉴얼 없어서 그랬다" 변명도 논란
상인들과 간담회 하고도 사고 예상 못해…교통통제 못해 소방 뛰어서 도착
154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의 사고 원인을 놓고 다양한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경찰의 대응이 부적절했다는 증언과 지적들이 이어지고 있다. 수사본부를 꾸리고 본격적인 사고원인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 입장에서는 스스로를 수사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는 셈이다.
경찰은 핼러윈을 앞두고 10만명 이상이 이태원에 모일 것을 예상하고도 137명의 인력을 투입했다. 이 가운데 질서유지 등 현장통제 인력은 4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쳤다. 특히 경찰은 '원래 현장통제보다 범죄예방에 집중했다'거나 '매뉴얼이 없었다'는 해명을 내놓아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핼러윈을 3일 앞두고 일대 상인들과 간담회를 하고도 안전 사고 대책을 논의하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아울러 2017년 핼러윈 때처럼 도로변에 폴리스라인을 설치하거나, 이태원 일대 일부 구간이라도 교통통제를 하는 등 더욱 적극적인 대처를 해야 했다는 평가다.
◇이태원에 137명 배치했지만 질서유지엔 37명뿐…마약단속에 집중한듯
1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은 핼러윈을 맞아 이태원 일대에 하루 10만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했다. 용산경찰서가 지난 27일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일일 약 10만명 가까운 인원이 이태원 관광특구 중심으로 제한적인 공간에 모인다"고 돼 있다.
이 예측 역시 빗나갔다. 사고 당일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이용객만 13만명이 넘어 실제 이태원에 모인 인원은 훨씬 많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사고 당일 이태원에 투입된 경찰은 총 137명으로 지역경찰(지구대·파출소) 32명, 수사 50명, 교통 26명 등으로 구성됐다. 당초 투입예정 인원 200명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에 대해 오승진 경찰청 강력범죄수사과장은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브리핑에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평균 30명에서 90명 선으로 (경찰력을) 배치해 각종 상황을 대비했다"며 "이번에는 137명 정도로 증원된 규모로 배치해 대비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설명했다.
경찰의 주장대로 경찰 인력이 증원됐다 해도 이들이 사고 예방을 위한 업무에 투입됐다고 보긴 어렵다. 질서유지·안전관리 업무에 주력하는 지역경찰은 2019년(39명), 2018년(37명)보다 외려 적었다. 수사 경찰은 주로 강제추행과 마약, 불법촬영 등 단속에 집중했고 보행 경로 관리 인원은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경찰의 해명도 논란이 되고 있다. 평소 대규모 행사 때와 같이 인력을 활용했고 예년보다 더 많은 인력을 투입한 만큼 큰 문제가 없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날 오 과장은 "그간 다중이 운집하는 상황에 대해서 경찰은 현장 통제보다는 범죄예방 및 불법 단속을 중심으로 경력을 배치·대응했다"며 "이번에도 해당 지역에서 당일 예상되는 불법행위에 대해 단속·예방하기 위해 경찰력을 배치한 것"이라고 밝혔다.
◇"매뉴얼 없다고?" 간담회하고도 안일한 대처…2017년엔 폴리스라인 만들어
경찰이 핼러윈을 앞두고 충분한 혼란을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안일하게 대처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가수사본부관계자는 이날 '경찰 책임론'이 제기된다는 지적에 "주최 측이 있는 축제에선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소방·의료 등 유관기관들이 사전에 역할을 분담해 대응하지만 이번 사고는 (주최 측이 없어) 그런 부분에서 미흡했다"고 설명했다. 이태원 핼러윈 축제는 주최가 없었고 따라야 할 매뉴얼이 없었다고 항변한 셈이다. 하지만 매뉴얼은 상황에 대비해 경찰이 만들어야 하는 것이지 외부에서 만들어서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매뉴얼이 없었지만 2017년 경찰의 대응은 달랐다. 당시 경찰은 핼러윈을 앞두고 20만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되자 당시 대로변과 인도 사이에 폴리스라인을 설치해 사고를 예방했다. 이번에는 3년만에 거리두기가 풀린 상황에서 열리는 핼러윈 행사라 각종 사고 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특히 경찰은 지난 26일 이태원 일대 상인단체 관계자, 서울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장 등 관련자들과 간담회를 하고도 안전 사고 문제에 대한 별다른 논의를 하지 않았다. 이 자리에서 '압사 사고 가능성'이 언급됐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구급차 진입 못해 대원들 뛰어서 도착…교통통제 왜 제대로 못했나
사고당일 대처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당시 이태원역 인근에는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시민들이 보행로를 넘어 도로로 넘어왔고, 교통이 마비됐다. 이 때문에 서울 전역에서 출동한 구급대원들은 차량에서 내려서 사고 현장으로 뛰어가야 했다.
구급차의 사이렌을 보고도 길을 내주지 않은 시민들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경찰이 대규모 인력을 동원해서라도 통행로를 확보하고 적극 대처했어야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애초에 서울 도심권에서 이태원을 들어오기 위해 거쳐야 하는 녹사평역부터 이태원역에 이르는 450미터 구간은 차량을 통제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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