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칼럼-배종덕 목사] 내 삶에 들리는 다급한 소리
- 22-10-24
배종덕 목사(벨뷰 한인장로교회 담임)
내 삶에 들리는 다급한 소리
누가복음 3:1~22
어떤 사람이 여행을 합니다. 그런데 서울로 가는 사람이 부산행 기차에 올라 앉아 있습니다. 기차는 이제 막 출발하려고 하는데, 이것을 뒤늦게 알게 된 그의 친구가 숨가쁘게 뛰어오면서 그 여행객에게 어서 기차에서 내리라고 소리를 칩니다. 듣지 못하는 여행자는 편안해 보이는데 빨리 내리라고 소리치는 친구의 목소리는 무척 다급하게 느껴집니다.
세례 요한의 외침은 이런 느낌입니다. 세상과 죄에 빠져 있는 사람들은 그 삶의 관성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있겠지만 방향이 잘못되어 있을 때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빠르게 목적지로부터 이탈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 경우 방향이 잘못되었다고 외치는 사람의 목소리는 긴급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그 긴급성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례 요한의 메시지는 무엇이 그리 급한 걸까요? 죄사함의 세례를 받고 요단강에 들어갔다가 나온다고 해서 급박한 위험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될까요? 사람들은 되묻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겠습니까?’세례 요한의 대답은 생각보다 간단했습니다. ‘옷 두 벌 있는 자는 옷 없는 자에게 나눠주고 먹을 것이 있는 자도 그리하라, 세리들은 부과된 것 외에는 거두지 말며, 군병들은 강탈하지 말고 거짓으로 고발하지 말고 받는 급료를 족한 줄로 알라.’ 요한의 대답과 요청은 너무나 상식적이며 일반적인데 여기에는 어떤 뜻이 있는 걸까요?
누가복음 1장 3절에는 ‘회개와 세례’라는 교리상 매우 중요한 두 단어가 나옵니다. 회개는 방향 전환을 의미하고 세례란 그 방향 전환의 목적지를 그림처럼 보여줍니다. 그 그림이 담고 있는 의미는 하나님의 구원입니다. 노예 생활에 허덕이는 백성들은 새 시대를 갈망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언약을 새롭게 하시고, 이스라엘을 종살이에서 새로운 자유로 이끌 새로운 운동을 기다렸습니다. 애굽을 탈출한 이스라엘 자녀들은 홍해를 통과하고, 시내 광야를 지나고, 요단강을 건너 약속의 땅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렇지만 거기에서 또 다시 노예가 된 이스라엘은 또 다시 새 시대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새 시대의 도래에 관한 약속만 기다릴까요? 그들이 아브라함의 자녀이므로 만사 형통하며 자신들의
잘못과는 상관없이 새 시대의 약속은 언제나 존재할 것이라는 기대는 오해였습니다. 하나님은 능히 돌들로도 아브라함의 자손이 되게 할 수 있는 분이기 때문입니다(8절).
우리 인간사의 모든 일에 하나님의 의미가 담겨 있음을 우리는 직시해야 합니다. 거기에는 그림이 있고 그림에 담긴 하나님의 뜻이 있습니다. 세례라는 그림의 의미를 되새기고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으라는 세례 요한의 메시지는 우리에게 매우 엄중합니다.
6절에서 ‘모든 사람이 하나님의 구원하심을 보리라’고 말할 때, 여기에서 ‘보다’는 ‘참여한다’는 뜻을 포함합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구원을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참여합니다. 관객이 아니라 연주자입니다. 회개자는 그에 합당한 열매, 방향 전환의 결과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복음의 참여가 일어나야 한다는 뜻입니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셔서 보여주신 가장 우선적인 것은 ‘행하심’이었습니다(행1:1). 예수님의 가르치심이 더없이 소중한 이유는 그 교훈이 행하심에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행함이 결여된 가르침은 단순한 관념의 유희일 뿐입니다.
열매는 진정성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예수를 믿겠다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오랜 세월 메아리쳐 온 이 경고의 메세지를 마음에 새겨야 합니다. 세례가 의미하는 위대한 기독교의 신비인 하나님의 구원, 즉 새로운 출애굽에 우리가 동참했다는 이유만으로, 하나님이 자동으로 우리를 기뻐하시는 것은 아닙니다. 진지한 회개의 열매가 반드시 드러나야 합니다. 회개는 실제로 하나님께 돌아서는 것입니다. 우리는 모든 영적 진보와 순종을 가로막는 방해물에서 지금 속히 돌아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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