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트러스 정부 감세정책 '유턴'…최고 소득세율 폐지 번복
- 22-10-03
재무장관 성명 "반발 이해·국민 의견 경청"…열흘 만에 정책 일부 선회
장관 경질은 없을 듯…발표 직후 파운드화 달러 대비 환율 회복
리즈 트러스 영국 새 정부가 한발 물러섰다. 지난달 22일부터 속속 발표한 감세 정책으로 파운드화 가치가 폭락하고 집권 보수당 정권 위기로 이어지자, 정책 '유턴' 의지를 시사하면서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3일 쿼지 콰텡 영국 재무장관은 성명을 내고 논란이 됐던 최고 소득세율 폐지를 결국 철회한다고 밝혔다.
앞서 콰텡 장관은 지난달 23일 15만 파운드 이상 고소득자에 적용되는 최고 세율을 현행 45%에서 내년 4월부터 40%로 내린다는 방침 등 대대적인 감세 정책을 발표, 금융 시장에 충격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현재 영국을 포함해 전 유럽은 코로나19 팬데믹에 이은 러시아발 에너지 공급 감소로 가계·기업 타격이 가중, 보다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필요한 시점인데, 그 총알이 될 세입 감소가 우려돼서다.
콰텡 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최고 소득세율 폐지는 영국이 직면한 도전들을 해결하기 위한 우리의 최우선 임무에서 주의를 산만하게 한 것이 분명하다"며 "이에 최고 소득세율 폐지는 강행하지 않겠다는 것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국내외에서 대대적인 반발의 목소리가 나온 것 관련해서는 "우리는 그것을 이해했고, 경청했다"고 말했다.
직전 보리스 존슨 정부의 외교장관이었던 트러스 총리는 지난달 6일 공식 취임했다. '제2 대처'를 꿈꾸는 '작은 정부' 지향론자로서 그가 보수당 경선 유세 과정에서도 밝혀온 대표적인 정책 공약은 바로 감세였다.
트러스 정부는 취임 사흘 만에 맞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 국장으로 모든 정책 결정을 중단한 뒤 지난달 22일과 23일 양일간에 거쳐 대대적인 감세 드라이브를 걸었는데, 시의 적절하지 못한 정책이라는 질타 속 시장이 동요했다.
영국 정부 발표 이후 파운드화는 달러 대비 1.035달러까지 폭락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영란은행이 2주간 장기국채 매입을 결정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보수당 지지율은 노동당에 33%포인트(p)까지 밀리며 정권 위기로 번졌다.
이에 열흘 만에 정책을 일부 선회한 것이다. 이는 전날(2일) 개막한 전당대회에서 마이클 고브 전 법무장관 등 중진들이 속속 감세 반대 의견을 강화하며 정부를 압박한 데 따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콰텡 장관은 이날 "당내 투표 때문은 아니고, 국민 의견을 경청한 결과"라고 재차 해명했다.
이 같은 정부 초기 소란에도 콰텡 장관의 경질은 없을 것이라고 영국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콰텡 장관은 아프리카 가나 이민 2세로, 영국 최초의 '흑인 남성' 재무장관이 돼 트러스 내각의 상징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이날 영국 정부의 감세 양보 발표 소식이 BBC의 예고 보도로 알려진 직후인 그리니치 표준시(GMT) 기준 3일 오전 6시17분(한국시각 오후 3시17분)쯤 파운드화는 달러 대비 1.125 달러로 0.8%까지 올라 손실을 모두 만회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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