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여왕 서거] 전 세계 애도 속 아일랜드는 경적 울리고 떼창 '축제 분위기'
- 22-09-09
식민 지배 역사 탓에 감정 좋지 않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8일(현지시간) 96세를 일기로 서거해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800년 가까이 영국의 식민지로 있던 아일랜드에서는 축배를 들고 있다.
9일 아일랜드 내 실시간 트위터 트렌드는 'HERE WE GO'다. 한국어로 직역하면 '가보자고'라는 뜻으로, 아일랜드인들은 여왕의 사망 소식에 기뻐하며 해당 해시태그를 남기고 있다.
한 아일랜드인은 "밖에서 여왕의 죽음을 기념해 불꽃놀이를 하고 있다"며 폭죽이 쉴 새 없이 터지는 소리가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또 아일랜드인들이 도로 위에서 경적을 울리며 깃발을 흔들고, 박수치는 등 마치 축제를 즐기는 듯한 모습도 촬영돼 올라왔다.
이외에도 아일랜드와 스웨덴의 축구 경기가 열린 더블린 탈르흐트 경기장에서도 아일랜드인들의 함성이 터졌다. 관중석을 꽉 채운 아일랜드인들은 한 가수의 노래에 맞춰 "Lizzy in a box"(여왕이 죽었다)라고 말했다.
아일랜드인들이 이같이 반응하는 이유는 과거 영국과의 관계 때문이다. 아일랜드인들에게 "영국 사람 같다"고 말하는 것은 한국인에게 "일본인 같다"고 말하는 것과 비슷할 정도로 식민 지배 역사 탓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다.
먼저 1171년 헨리 2세의 침공으로 아일랜드는 영국 식민지가 됐다. 아일랜드와 영국의 악연은 헨리 8세부터 시작된다. 당시 성공회의 수장이었던 헨리 8세는 아일랜드 왕으로 올라 가톨릭을 차별하고 탄압했다.
이후 1649년, 영국인에겐 영웅으로 추앙받는 올리버 크롬웰은 독립을 원하는 아일랜드인을 남녀노소 상관없이 무차별적으로 학살했다.
18세기에는 영국인과 스코틀랜드인이 북아일랜드로 이주했는데, 영국인은 이들에게 막대한 토지를 분배, 대부분의 아일랜드인을 소작농으로 만들어 곡물을 수탈했다.
소작농이었던 아일랜드인들은 대기근을 맞닥뜨렸을 때 유일한 주식인 감자로 버텼다. 그러나 1845년 미국에서 시작된 '감자역병'으로 아일랜드인들 10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영국은 아일랜드의 도움 요청에도 제한적이고 미미한 규모로 대응했다.
이와 관련 엘리자베스 여왕은 지난 2011년 아일랜드를 방문해 "과거 우리의 어려웠던 시기의 결과로 고통받은 모든 이들에게 나의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사과하기도 했다.
한편 마이클 디 히긴스 아일랜드 대통령과 마이클 마틴 총리는 여왕의 사망 소식에 애도를 표했다.
특히 총리는 "여왕의 죽음은 한 시대의 종말"이라며 "2011년 여왕의 아일랜드 방문은 큰 성공이었다. 당시 친절한 행동과 따뜻한 말들 덕분"이라고 전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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