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새 총리에 '제2 철의 여인' 리즈 트러스…"감세·성장 위해 과감한 개혁"
- 22-09-05
집권 보수당 대표 선출 전 당원 투표 결과…트러스 57.4% vs. 수낙 42.6%
영국에 다우닝가 10번지 새 주인에 리즈 트러스(47) 외무 장관이 선출됐다.
영국 공영방송 BBC 등에 따르면 영국 집권 보수당은 5일 차기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 당원 투표 결과 트러스 장관이 57.4%(8만 1326표) 득표, 리시 수낙 전 재무장관(42.6%·6만 399표)을 제치고 당선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트러스 당선인은 마거릿 대처(1979~1990), 테리사 메이(2016~2019)에 이어 역대 세 번째 여성 총리에 오르게 됐다.
영국은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어 하원 다수당 대표가 총리가 된다. 현재 영국 하원 의석 650석 중 보수당이 357석을 차지, 과반을 점하고 있다.
트러스 당선인은 "세금을 줄이고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해 과감한 계획을 실행할 것"이라며 "에너지 요금뿐만 아니라 에너지 공급 관련 장기적인 문제들과 함께 에너지 위기를 다뤄나갈 것"이라고 연설했다.
◇마거릿 대처 꿈꾸던 '제2 철의 여인'
트러스 당선인의 '야망'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7살이던 어린 시절 교내 모의 총선에서 대처 총리역을 맡으며 꿈을 키워왔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트러스 당선인은 1975년 7월 26일 옥스퍼드에서 리즈대 수학과 교수 아버지와 보건교사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옥스퍼드대에 입학해서는 영국 정가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정치·경제·철학 융합학과(PPE)를 전공, 야심만만한 길을 걸었다.
졸업 후 정계 입문 전 에너지·통신분야에 10년간 종사하면서 2001·2005년 총선에서 보수당 후보로 출마해 노동당 텃밭에서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이내 당내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2010년 총선에서 보수당 강세지역인 잉글랜드 동부 노퍽 남서부 지역구 공천을 받아 정계 입문에 성공했다.
특히 의회 진출 2년 만인 2012년 데이비드 캐머런 정부 교육부 장관으로 임명돼 내각에 입성했다. 이어 2014년에는 환경부 장관을 맡았다.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패배로 들어선 메이 정부에서는 법무부 장관에 기용됐다. 이후 존슨 내각 초기 국제통상부 장관으로 포스트 브렉시트 무역협상을 이끌었고, 지난해 외무·영연방개발부 장관과 브렉시트 협상 대표로 발탁됐다.
정책적으로는 전형적인 '작은정부' 지향론자로 분류된다. 경선 기간 그는 300억파운드(약 47조1597억원) 규모의 통큰 세금 감면을 공언, 강한 보수성향을 내세워 당내 우익 진영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데 성공했다.
다만 그가 이끌어갈 영국이, 그리고 유럽 지형이 '가시밭길'을 예고하고 있다는 게 과제다.
◇생활비 급등·경기 침체·러 우크라 침공 '첩첩산중'
트러스 당선인이 헤쳐 나가야 할 영국의 앞날은 가시밭길이다. 로이터 통신은 "현재 영국은 생활비 급등과 산업 불안, 경기 침체에 직면해 있다"며 이같이 짚었다.
영국은 현재 급등하는 에너지 가격으로 국민 시름이 가중하고 있는데, 에너지 컨설팅사 오실원(Auxilione)은 오는 10월 영국 에너지 요금이 80%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연간 기준 전기·가스료가 3600파운드(약 568만원)에 달한다는 의미다. 올해 4월 상한가 기준 때만 해도 연간 전기·가스료는 1971파운드(약 311만원)로 예측됐었다.
이 같은 에너지 가격 급등 속 전 세계가 직면한 인플레이션 위기 역시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월 영국의 소비자 물가는 10.1% 급등, 1982년 2월 이후 가장 높은 인플레이션 수준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초 잉글랜드 중앙은행 영란은행은 올해 4분기 경제가 2.1% 위축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장 기간의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그 사이 10월 인플레이션은 13%로 치솟아 절정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기도 했다.
브렉시트 과정 중 확산한 코로나19 감염 사태로 빚어진 무역 차질 여파도 장기화할 전망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또 다시 경제위기에 직면, 장기침체 시 신흥국가로 전락할 위기마저 시장에서 제기되는 상황이다.
올해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반 년 넘게 유럽이 전쟁을 치르는 상황도 부담이다.
이날 새 총리 발표 직전 러시아 대통령궁 크렘린궁은 대변인 언급을 통해 "어떤 긍정적인 것도 바랄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이 대변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축전을 보낼 것이냐'는 질문에는 "누가 총리가 되는지 지켜보자"고 말을 아꼈다.
반면, 우크라이나가 새 총리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보리스 존슨 현 총리는 이번 전쟁 기간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세 번이나 전격 방문, 우크라이나에 강한 지지를 표명해왔다.
◇존슨,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정식으로 사직서 제출
이제 존슨 총리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정식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게 된다. 그러면 여왕은 차기 총리로 내정된 인사를 불러들여 정식으로 총리에 임명하고 새 내각 구성을 요청한다.
새 총리 임명 및 내각 구성 요청은 그간 영국 국왕의 관저인 런던 버킹엄궁에서 진행돼왔지만 이번에는 여왕이 여름을 맞고 머물고 있는 스코틀랜드 밸모럴궁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영국 왕실 측은 고령인데다 건강도 좋지 않아 여왕의 이동에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존슨 총리는 파티 게이트, 측근 성 비위 비호 논란 등으로 사퇴 압박을 받은 끝에 지난 7월 7일 결국 사임 의사를 밝혔다.
일단 보수당 대표 자리를 내려놓고, 새 대표 선출 절차를 위해 올가을까지만 총리직을 유지하기로 했었다.
트러스 장관은 이날 연설에서 "퇴임하는 지도자이자 내 친구인 보리스 존슨에게 감사하고 싶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보리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는 완료됐다. 당신은 (제1야당 노동당 당수) 제레미 코빈을 눌렀고, 백신을 출시했으며, 푸틴에게 맞섰다"고 격려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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