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생활-김 준 장로] 하늘가늘 밝은 길(2)
- 21-03-29
김 준 장로(종교 칼럼니스트)
하늘가는 밝은 길(2)
이 중사가 영화관에서 나오는 군중들을 향하여 수류탄을 던진 그 어이없는 사건으로 5명이 사망하였고 2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 중사는 사건 현장에서 체포되어 모든 절차를 거친 후 군법회의에 회부되어 사형을 선고받았다.
사형 집행일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이 중사. 이제 그의 육신은 조만간 종말을 맞을 수밖에 없는 시한부의 존재였지만 그의 영혼 문제만은 담당 군목의 몫으로 남게 되었다. 군목은 그의 영혼에 생명력을 부어주려는 열정을 가지고 그에게 여러번 접근했으나 대화를 시도할 때마다 그는 언제나 욕설을 퍼부었고, 그를 좀 더 따듯이 대하려고 하면 할 수록 그는 반항을 하며 난폭해졌다. 그러나 그의 영혼을 구해야겠다는 군목의 강한 집념에는 변함이 없었다.
어느날 군목은 오직 이 중사 한 사람의 문제만을 가지고 철야 기도를 하기로 결심을 하였다. 밤새도록 한 영혼을 위하여 하나님께 매어 달린 군목에게 뜻밖에도 깊은 자책(自責)이 밀려왔다. 그것은 지금 이 중사가 저토록 절망적인 생으로 전락된 것은 그의 잘못이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그가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그에게 진정어린 온정 한 번 베풀어주지 못한 우리 사회, 좀 더 가깝게는 우리 기독교인들, 더 구체적으로는 우리 목회자들의 책임이라는 뼈아픈 가책이었다. 단 한 번도 사랑을 받아보지도, 주어보지도 못한 삶이 저절로 굴러갈 길이란 이 중사가 걸어온 절벽의 길밖에 더 있겠는가.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군목은 심한 죄책감으로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되었다. 이 중사를 다시 만나기가 부끄러웠고 죄스러웠다. 이 중사를 저렇게 만든 자는 바로 군목 자신임을 거듭 거듭 통감하게 되었다.
얼마동안 통회의 기도를 마친 후 군목은 다시 이 중사를 찾아갔다. 오늘은 군목으로서가 아니라 주어진 책임을 다하지 못한 죄인으로서 피해자 앞에 서는 것이었다. 마주 보려고도 하지 않고 돌아서는 이 중사를 군목이 붙들고 떨리는 음성으로 불렀다. “이 중사!!”
이전과는 달리 심각한 표정으로 눈가에는 깊은 죄의식과 가책의 빛이 서려 있는 군목을 이 중사는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 중사!... 당신도 세상에 태어나서 단 한사람으로부터 라도 사랑을 받고 또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었다면 오늘 같은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당신을 사랑해 주지 못한 우리 모두의 죄때문입니다. 당신은 우리 모두의 죄를 대신 지고 가는 것입니다. 나의 잘못을 용서해줘요!”
조용히 듣고 있던 이 중사가 대답했다. “왜 내 잘못이지 목사님의 잘못입니까?” “다시 말하지만 이 모든 사건의 원인은 사랑을 외면하고 살아온 우리 모두의 죄 때문이오. 우리의 죄를 용서해줘요.”
거듭되는 군목의 사죄를 듣고 있던 이 중사가 철문처럼 굳게 닫혀있던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그의 음성은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렇습니다 목사님. 저는 이 세상에 태어나서 단 한번도 사랑이라 고는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고아원에서 자랄 때에도, 군생활을 할 때에도 아무도 나를 사랑해준 사람이 없었습니다. 나도 역시 누구를 사랑해 보지 못했습니다. 지금도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면 그 사람을 위해서라도 이런 일을 저지르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 제 인생은 끝났습니다.”
고개를 떨구는 이 중사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군목은 이 중사에게로 다가가 그의 어깨에 손을 얹고 끌어당기듯 힘주며 말했다. “이 중사! 과거에도 당신을 사랑했고, 지금도 당신을 사랑하고, 앞으로도 영원히 영원히 당신을 사랑해 줄 분이 계시는데, 우리 그 분에게로 갑시다.”
이 중사가 눈을 번쩍 올려 뜨며 물었다. “그 분이 누구입니까?”
군목은 이 중상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면서 조용하면서도 단호한 음성으로 대답했다. “하나님입니다!” (다음 칼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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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seattlen.com/column/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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