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값 1350원 넘자 '초비상'…항공·철강 등 '타격'
- 22-08-30
대한항공, 환율 10원 오르면 350억원 손실…"헤지해도 효과 제한적"
4대 그룹 美 투자 700억 달러…"강달러에 투자금액 늘어날 듯"
달러·원 환율이 13년 4개월 만에 1350원을 돌파하면서 산업계는 '초비상'이다. 특히 원자재 수입 비중이 큰 업체들은 환율 부담까지 겹치면서 그야말로 '이중고'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부진까지 합치면 '3중고'다.
가장 직격탄을 맞은 곳은 리스(빌림)료와 유류비 등을 달러로 결제해야 하는 항공사다. 대한항공은 달러·원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350억원의 외화평가손실이 발생한다. 아시아나항공도 환율이 10% 상승하면 3585억원의 세전순이익이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투자를 예고했던 기업들도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당장 들어가야 할 비용이 늘어나게 됐다. 삼성과 SK, 현대차, LG 등 4대 그룹의 대미 투자금액은 700억 달러(94조2700억원)에 달한다. 환율이 100원 오르면(1250원→1350원 가정) 투자금액이 7조원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지난 29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9.1원 오른 1350.4원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4월 이후 13년4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의 매파 발언으로 달러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봤다. 파월 의장은 지난 26일(현지시간) 와이오밍주 잭슨홀 미팅에서 물가를 잡기 위해 성장을 희생하더라도 높은 수준의 금리를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같은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달러 선호 현상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 환율 상단은 1380원 수준, 4분기 평균 환율은 1320원 수준으로 관측된다"고 분석했다.
기업들은 그야말로 환율 대응에 비상이다. 항공기 리스료, 유류비 등을 달러로 결제해야 하는 항공사들이 가장 어려운 상황이다.
대한항공은 달러·원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350억원의 외화평가손실이 발생한다. 실제 올해 2분기 대한항공의 외화환산손실은 2051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2분기 111억원 외화환산이익에서 손실로 전환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상황도 비슷하다. 올해 2분기 2747억원의 외화환산손실을 기록했다.
환율변동으로 인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 달러화 차입금 비중을 줄이고, 통화 파생상품을 통해 환헤지를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환헤지를 통해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는 있지만 리스크를 원천적으로 제거할 수는 없다"며 "환헤지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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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공항 계류장 모습. /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
철강도 상황이 좋지 않다. 철강 수요 부진으로 제품 가격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달러 가치 상승은 원가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석유화학 업계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나프타를 달러로 거래하기 때문에 강달러가 반갑지 않다.
반면 수출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거나 원자잿값 상승분을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반도체, 자동차, 조선업 등은 환율 상승에 따른 수혜가 예상된다.
기존 달러·원 환율이 1200원이라면 해외에서 1달러짜리 물건을 판매한 후 받는 돈이 1200원이지만 환율이 1300원으로 상승하면 100원을 더 받을 수 있다. 같은 상품이라도 수익성이 좋아지는 셈이다. 기존 수익성을 유지하면서도 가격을 낮출 수 있는 가격 경쟁력도 생긴다.
매출의 95% 이상이 수출인 반도체만 보더라도 지난 2분기 환율 상승 효과를 누렸다. 달러 강세로 삼성전자는 1조3000억원, SK하이닉스는 3000억~4000억원의 영업이익이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차도 환율 효과로 영업이익이 6410억원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계도 선박 거래가 달러로 이뤄지다 보니 달러 강세가 수익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선박 가격이 비싸다 보니 환율이 조금만 올라도 이익이 증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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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공장 부지 © 뉴스1 |
다만 기존에 약속했던 미국 투자 금액이 늘어날 수 있는 점은 부담이다. 삼성전자의 신규 파운드리 공장 구축을 시작으로 SK의 반도체 제조시설과 배터리 합작법인, 현대자동차 전기차 공장, LG 배터리 공장까지 4대 그룹의 대미 투자금액은 700억 달러에 육박한다.
환율이 오르면 투자 비용도 늘어날 수 있다. 삼성전자의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의 경우 170억 달러가 투자되는데, 환율이 100원 오르면 1조7000억원의 비용이 더 들어가게 된다.
재계 관계자는 "한 가지 부분만 보고 환율에 따른 이익과 손실을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면서도 "미국 투자의 경우 자잿값과 인건비 인상에 환율 부담까지 늘어나면 아무래도 추가 비용 발생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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