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생활-김 준 장로] 배려하고 사양하고
- 22-08-29
김 준 장로(종교 칼럼니스트)
배려하고 사양하고
사람이 남을 위하는 마음으로 베푸는 배려나 사양의 미덕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존중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탐욕이 앞을 가리게 되면 배려나 사양의 미덕은 사라지고 맙니다.
유대인들의 이기심을 풍자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두 사람이 마주 앉은 식탁에 여러가지 음식이 있고 그 중에도 생선도 2마리가 놓여 있는데, 하나는 조금 크고 다른 하나는 조금 작습니다. 그런데 그 두 사람은 끝내 그 누구도 그 생선에 손을 대지 않고 식사를 끝냈습니다. 큰 생선을 먼저 먹자니 욕심쟁이라는 소리를 듣겠고, 양보하는 마음으로 작은 것을 먹자니 손해를 보게 되기 때문이었습니다. 지나친 이기심 때문에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되었습니다.
아름다운 양보의 미담 두 가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아내와 자녀들을 북한에 두고 탈북한 J박사는 남한에 와서 재혼도 하지 않고 살고 있는 의사였습니다. 독실한 크리스천으로서 탈북하기 전에는 김일성의 맹장을 수술할 만큼 신뢰를 받는 분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남한에 있으면서 언제나 북한에 있는 처자를 생각하며 그야말로 혼신의 열정을 다바쳐 의료 봉사를 해오면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았고 막사이 상까지 받는 영예를 얻게 되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남북간에 교류가 시작되면서 이산가족상봉의 길이 열려, 비록 제한적인 수이기도 하지만, 정부의 배려와 국민의 여망에 따라 J박사를 우선 순위에 넣어 그토록 그리던 가족들을 상봉하도록 기회를 드렸습니다. 그러나 J박사는 “1천만 이산 가족들이 누구나 마음 대로 왕래하며 만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몰라도 나만이 어떤 특혜를 받으면서 만나고 싶지는 않습니다”라고 하면서 그는 그 천금같이 귀한 가족 상봉의 기회를 아름다운 배려와 사양의 미덕을 위해 기꺼이 포기했던 것입니다.
오래 전 이크라 전쟁때 일입니다. 미국이 그 전쟁을 주도하면서 동맹국인 우리나라에 지원군을 요청하였습니다. 물론 실질적인 도움보다도, 미국만이 아닌 동맹국가들의 전력이라는 명분이 더 중요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자이툰’이라는 부대명을 가진 1개 사단 규모인 3,700명을 파병하게 되었는데 사단장이 장병들에게 강요하는 하나의 원칙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그 사단에 속한 장병들은 반드시 종교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종교들 중에서도 개신교(기독교), 불교, 천주교 중 어느 종교를 택할 것인가 하는 자유가 있을 뿐 무종교로 있을 자유는 없었습니다.
그들이 선택한 결과 그 분포는 개신교가 2,000명, 불교 1,000명, 그리고 천주교 700명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개신교의 군목 8명과 불교의 군승 및 천주교의 군신부 10여명이 추가되었습니다.
자이툰 부대가 도착한 쿠웨이트항에서 작전지역까지의 거리는 약 1,200km였는데 군용 트럭으로 2,3일 걸리는 거리였습니다. 도로는 전부 비포장도로였고 차가 움직일때마다 먼지가 뽀얗게 일었고 차체의 진동은 대단했습니다. 더구나 군목들은 비무장상태이기 때문에 언제 어떠한 기습 테러 앞에서도 속수무책인 처지였습니다.
그런 사정을 감안하여 사단장은 군목, 군승, 그리고 군신부들을 비행기로 이동하도록 지시하였습니다.
그러나 개신교 군목 8명이 반대하면서 일반 장병들과 함께 차편으로 가겠다고 주장하여 결국 그들 8명 군목의 뜻이 관철되어 모두가 동조하게 되었습니다.
군의 사기를 위해서, 장교로서 취할 솔선수범을 위해서, 그리고 군인다운 기백과 용기를 위해서라도 그들만이 편하게 비행기로 갈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개신교 신자로서는 자부심과 긍지를 공유하기에 충분한 미담이요, 기독교 정신의 일단(一端)을 정확히 발휘한 처신이요 결단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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