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저격' 3D프린터 총기제작, 한국도 발등의 불…"집에서 총알까지"
- 22-07-11
전문가들 "설계도 있으면 누구나 손쉽게"…전자상거래 부품수입
과학기술 발전 법이 못 따라가…총기류 규제 선제적 입법 필요
지난 8일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피격 사건의 용의자가 사용한 총의 일부가 3D프린터를 이용해 만든 수제품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국내에서도 3D 프린터를 이용한 사제 총기제작 문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역시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과학기술의 발전에 발맞춰 법 제도의 개선이 이뤄져야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일부 국회의원 역시 이번 사건과 관련해 더이상 우리나라도 '총기 청정국'이 아닐 수 있다며 과학기술 규제강화를 위해 입법추진에 나섰다.
◇가정집 어디서나 제작 가능 심지어 '총알'도...한국 더이상 안전지대 아니야
11일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용의자 야마가미는 “총기 부품과 화약류는 인터넷에서 구입했다"며 "한번 쏘면 6개의 총알을 발사하는 구조”라고 경찰에 진술했다. 총기는 가로 약 40㎝, 세로 약 20㎝의 크기로, 2개의 금속제 원통을 목제판에 테이프로 묶어 고정한 형태였다.
이렇듯 설계도와 재료만 있으면 일반 가정집에서도 총기를 만들 수 있다 보니, 민간인의 총기 소지가 자유로운 국가는 물론 이를 엄격히 제한하는 한국 역시 더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다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미국 버지니아주의 10대 청소년이 수제권총 부품을 조립하던 중 실수로 자신의 다리를 쏘는 사고가 일어났다. 그는 부모 몰래 저렴한 3D프린터를 구입한 뒤, 총기 하단부분을 프린터로 찍어 제작하고 전자상거래로 구입한 상단부를 결합해 완제품을 만든 것으로 밝혀졌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7월 총포 도검 화약류 등 단속법 위반혐의로 40대 A씨가 재판에 넘겨져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경찰에 따르면 2020년 8월부터 2021년 4월까지 수십 차례에 걸쳐 해외 온라인 사이트에서 각종 총기부품을 구매해 밀반입한 뒤, 총기를 제작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여러 차례에 걸쳐 몰래 들여온 부품으로 권총 7정, 소총 5정 등 12정의 총기를 만들었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성능을 분석한 결과, 이 수제총기들은 일반총기와 유사한 성능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3D프린터는 금속물질을 입체적으로 분사해 특정한 물체를 만들어낼 수 있는데, 최근 이 기술은 총기 생산은 물론 복제하기 힘든 총알까지 만들 수 있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3D프린터 기술은 현재 플라스틱 사출은 물론 철제류 가공까지 다 가능하다"며 "지금은 소총탄으로 사용하는 총알 역시 만들어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선영태 산업인력공단 NCS 개발위원이자 전 대경대 3D프린팅과 교수는 "총기 제조가 과거에 비해 많이 수월해져 있고, 일반인이 접할 수 있는 부분도 많이 공개돼 쉽게 제작 가능하다"며 "이번 사건의 발단은 수급되는 부품을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에서 시작됐다"라고 설명했다.
◇사제 총기제작 선제적 규제 '법 제도 개선'이 관건
전문가들은 총기규제가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만큼 관련 분야의 규제 강화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과학기술의 경우 발전속도에 비해 법 제정이 늦어 대처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법적 규제가 마련되지 않아 온라인상 이뤄지는 사이버 폭력과 범죄행위를 처벌하지 못한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최근 네이버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ZEPETO)'에서는 초·중·고생 11명을 꼬드겨 성착취물을 제작한 30대 남성이 구속됐다.
이 남성은 자신을 21살 남성이라 속여 아동·청소년 유저에게 메타버스 내 유료 아이템을 선물하고,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개인정보를 알아내 신체 사진을 요구하는 등의 수법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운영사인 네이버 제페토 측은 커뮤니티 가이드라인과 규제를 신설해 피해를 최소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대화나 행동을 검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입장을 밝힌바 있다. 이렇듯 과학기술 발전을 악용한 신종범죄는 증가하는 반면 뚜렷한 대책은 없는 실정이다.
이번 '아베 피격사건' 역시 총기제작 규제가 있는 우리나라지만 완제품에 한정돼있으며, 부품적인 부분에서 맹점이 있다.
실제로 지난 4월 미국은 3D프린터로 찍어낸 부품으로 만들어진 '유령총' 규제 강화에 나섰다. 미 법무부는 유령총 규제규정을 완제품뿐 아니라 모든 총기부품, 총기조립 키트에도 일련번호를 부여하게 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심각성을 인지한 몇몇 국회의원들이 입법 추진에 나섰다.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은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에 발맞춰 선제적인 입법이 중요하다"며 "완제품뿐이 아닌 3D 프린팅의 총기부품 제작을 금지하는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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