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다녀온 30대 '원숭이두창' 첫 한국 확진…고위험 접촉자 없어
- 22-06-22
21일 입국 직후 자진 의심신고해 즉각 격리·확진…같은 항공편 승객 21일간 능동·수동감시
중동 제외시 싱가포르·한국서 아시아 첫 확진…방역당국 "접촉자 희망시 백신 접종"
세계적으로 확산세를 보이며 우려를 낳고 있는 원숭이두창 감염자가 국내에서 처음 발생했다. 방역당국은 감염병 위기경보단계를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하고 주요 발생국가 입국자 대상 발열기준을 높이는 등 검역을 강화하기로 했다.
질병관리청은 22일 브리핑에서 전날(21일) 오후 4시쯤 인천공항으로 입국해 의심 증상을 신고한 내국인 A씨에 대해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실시한 결과 원숭이두창 양성을 최종 확인했다고 밝혔다.
A씨는 독일에서 귀국한 30대 내국인으로, 입국 전인 지난 18일 두통 증상을 겪었으며, 입국 당시 미열(37도)과 인후통, 무력증(허약감), 피로 등 전신증상 및 피부병변을 보였다. 입국 직후 스스로 질병관리청에 의심사례를 신고했다. 이후 공항 검역소와 중앙역학조사관에 의해 의사환자로 분류됐으며, 인천의료원(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으로 이송돼 치료 중이다.
국내 원숭이두창 의심환자는 지난 20일 입국한 외국인 1명이 더 있었으나 원숭이두창이 아닌 '수두'에 감염된 것으로 최종 판정됐다.
방역당국은 현재로선 국내에 A씨와 관련한 고위험 접촉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A씨가 입국 직후 의심사례를 신고해 즉각적인 검사와 격리 조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당국은 접촉자를 고위험-중위험-저위험 3단계로 구분하고 있으며 고위험 접촉자는 잠복기를 고려해 증상 발현 전 21일 이내에 접촉한 동거인이나 성접촉자 등이 해당한다.
당국은 A씨와 같은 항공편으로 입국한 승객들에 대해서는 인접 좌석 승객의 경우 보건소에서 모니터링을 하는 능동감시를, 다른 승객들에 대해서는 스스로 증상 발생시 보건소에 알리도록 하는 수동감시를 진행하기로 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원숭이두창의 최근 치명률은 3~6% 수준으로 코로나19의 최근 국내 치명률(0.13%)에 비해 크게 높아 주의가 요구된다. 잠복기는 최장 21일이다. 주로 체액이나 오염된 물건을 밀접 접촉하면서 전파되기 때문에 공기를 통한 감염 사례는 매우 희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역당국은 현재 국내 활용 가능한 치료제(시도포비어, 백시니아면역글로불린, 총 100명 분)를 의료기관에 필요시 배포하여 사용하도록 하는 한편 치료제인 테코비리마트(경구) 500명분은 7월 중 국내 도입할 예정이다.
◇원숭이두창 위기경보단계 관심→주의…방대본으로 대책부서 격상
정부는 이날 국내 처음으로 원숭이두창 확진자가 발생함에 따라 감염병 위기경보단계를 기존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한 단계 높여 발령했다. 원숭이두창은 코로나19와 같은 '2급 감염병'이다. 1급 감염병처럼 음압 격리 등 엄격한 수준까지 요구되지는 않지만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격리 자체는 필요한 감염병이다.
정부는 주의 단계 격상에 따라 원숭이두창 대책반을 질병관리청장이 본부장인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로 격상해 다부처 협력체계를 강화할 예정이다. 지역별 방역 대응 수위도 강화해 전국 시·도 및 발생 시·도 내 모든 시·군·구는 지역방역대책반을 설치한다.
의사환자에 대한 진단검사는 당분간 질병청에서 수행할 계획이나, 향후 국내 원숭이두창 발생 상황을 고려하여 확산 등의 우려가 있는 경우 지자체에서도 검사를 수행할 수 있도록 확대할 계획이다.
방역당국은 올 하반기 원숭이두창 발생이 빈번한 국가를 검역관리지역으로 지정하는 등 해외 유입 감시도 강화한다. 검역관리지역 지정 국가에서 입국하는 여행객에 대해서는 발열 기준 등이 강화된다.
의심환자로 분류됐다가 최종 음성 판정을 받은 외국인 입국자는 의심 증상이 발생한 뒤인 20일 국내에 입국하면서도 검역 과정에서 이를 신고하지 않았다가 21일 오전 부산의 병원을 방문해 격리 치료를 받았으며, 원숭이두창이 아닌 수두 감염으로 확인됐다.
임숙영 방대본 상황총괄단장은 "출입국자를 대상으로 SMS 문자 발송 등을 통해 건강상태질문서에 대한 신고율을 높이겠다"며 "의심증상이 발생했을 때 질병청으로 신고하도록 적극적으로 독려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예방접종과 관련해서는 노출 후 발병 및 중증화 예방을 위해 환자 접촉자의 위험도를 고려해 희망자들에게 보유 중인 2세대 백신을 접종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3세대 백신의 신속한 도입도 추진 중이다.
질병청은 현재 원숭이두창이 빈발하는 국가로 유럽을 주시하고 있다. 현재 독일과 영국, 프랑스 등에서 감염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WHO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 15일까지 보고된 원숭이두창 확진 사례는 아프리카 지역을 포함해 42개 국가에서 2103명이며 그중 1명(나이지리아)이 사망했다. 이날 싱가포르에서도 확진자 1명이 확인돼 올해 첫 동남아시아 확진이 발생했다. 올해 13명이 발생한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지역 국가들을 제외하면 싱가포르와 우리나라가 아시아에서 이날 처음 감염 사례가 발생한 것이다.
질병관리청은 원숭이두창 발생국가를 방문 또는 여행하는 국민들에게 "손씻기, 마스크 착용 등 개인위생수칙을 준수하고 귀국 후 21일 이내 증상 발생 시 질병관리청 콜센터(1339)로 상담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의료진에 대해서는 원숭이두창 의심환자를 진료 시 안전한 보호구를 착용하고 환자 감시와 신고에 적극적인 협력을 당부했다.
한편 방역당국은 WHO 국제보건규칙에 따라 원숭이두창 확진 환자 발생 사실 및 조치사항 등에 대한 정보를 WHO 서태평양지역사무처와 해당 확진자의 출국 국가인 독일에 이날 오후 통보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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