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원숭이두창 개명 논의 착수…"낙인·차별 우려"
- 22-06-14
원숭이두창(monkeypox)이 기존 풍토병 지역을 넘어 30여 개국 1300여 명에게 전파돼 확산 조짐을 보이면서 세계보건기구(WHO)가 개명 논의에 착수했다고 14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지난달 아프리카 외신협회에 이어 지난주 국제 과학자 30여 명 단체 등이 재차 원숭이두창이란 이름은 차별적이고 낙인효과를 낳는다며 긴급한 개명 필요성을 제기하는 데 따른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과학자 30여 명 그룹은 최근 온라인 성명을 통해 "현재 글로벌 확산 국면에서 (아프리카에서 유발했음을 시사하는) 이 바이러스에 대한 지속적인 언급과 명명법은 부정확할뿐만 아니라 차별적이고 낙인을 찍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광범위하게 확산하는 전염병에 특정 지역이나 동물 이름 명명을 금지한 WHO 지침과도 상충한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WHO와 세계동물보건기구(WOAH),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공동 권고안에 따르면 질병의 이름은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해 특정 문화, 사회, 국가, 지역, 직업 또는 인종 그룹에 불쾌감을 줘선 안 된다.
돼지독감이 신종 인플루엔자A(H1N1)로 개명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 초기 우한 폐렴으로 불리며 논란을 빚었던 건 이 때문이다.
원숭이두창은 1950년대 아프리카 원숭이에게서 처음 발견돼 이 같은 이름이 붙었지만 쥐나 다람쥐 등 설치류에도 퍼졌다. 이후 수십 년간 중앙아프리카와 서아프리카 약 12개국에서 고유종으로 자리잡은 인수공통감염병이 됐다.
풍토병 지역으로 인식되던 아프리카 외 지역에서 확산된 건 이번이 처음인데, 지난달 7일 영국을 시작으로 스페인과 포르투갈 등 유럽 각국, 미국과 캐나다, 호주, 아르헨티나와 멕시코 등 중남미, 북아프리카 모로코, 중동 아랍에미리트(UAE) 등 각국으로 확산하자 경각심이 커진 것이다.
이에 WHO도 당황하는 모습이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지난 8일 브리핑에서 "원숭이두창이 고소득국가에 나타나자 국제사회가 이제서야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우리가 사는 세상의 불행한 단면"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어쨌든 현재 WHO는 원숭이두창이 속해있는 진성두창바이러스(orthopoxviruses) 전문가들과 더 적절한 이름이 있는지 논의 중이라고 한 관계자를 인용해 SCMP는 전했다.
앞서 지난 달 말 아프리카 외신협회는 영미권 언론에서 원숭두창의 인간감염시 증상을 알리는 용도로 발진이 생긴 과거 아프리카 흑인 손 사진을 사용하는 관행을 중단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후 여러 과학자들이 재차 문제를 제기해왔다고 SCMP는 덧붙였다.
과학자들은 "현재 발병 중인 병변의 많은 사례는 아프리카에서 과거 기록된 양상과 다르고, 또한 이 질병은 전 세계 어느 지역에서나 발생할 수 있으며 인종이나 민족과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피해를 준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어떤 인종이나 피부색도 이 질병의 '얼굴'이 되어선 안 된다고 과학자들은 강조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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