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수필-문희동] 운수 좋은 날
- 22-05-23
문희동(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지부 회원)
운수 좋은 날
배려에는 관계를 바꾸는 힘이 있다. 상대를 더 많이 이해하고 더 많이 배려할 때 세상은 더 살 만해지지 않을까.
부부간에는 관계통장이란 게 있다. 통장의 잔고에 따라 두 사람의 관계가 닭살 커플이 되기도 하고 웬수사이로 변하기도 한다. 은행 통장과 마찬가지로 관계통장에도 입출금이 있는데 입금에 해당하는 행동은 상대방에 대한 사랑에서부터 희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출금에는 잔소리, 화풀이, 무시, 폭력 등의 행동이 있다.
관계통장 잔고를 많이 쌓아 두려면 부부 사이에 주고 받음이 공평해야 하는데 이때 생겨나는 게 이해와 배려다. 신뢰를 형성하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사랑을 만들어 낸다.
얼마 전 일요일 아침, 고속도로에서 낭패를 당했다. 예배에 늦지 않으려고 승용차의 가속 페달을 밟아 댔다. 제한속도가 60마일이지만 이런 때는 어림없는 속도였다. 무조건 달려야 한다. 늦게 갈 수는 없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여태껏 잘 달리던 차의 마일 계기가 내려가며 속도가 느려졌다. 나는 당황해 옆차선을 살펴보고 뒤에서 차가 오는지 확인했다. 다행히 차가 없어 급히 핸들을 꺾어 갓길에 차를 세웠다.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만약 옆 차선이나 뒤편에서 차들이 달려왔다면 큰 사고가 날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이내 차선을 메우며 차들이 60마일 이상으로 쏜살같이 달리고 있었다.
돌연 고아 신세가 된 듯했다. 처음 당하는 일이라 어찌해야 할지 가늠이 안됐다. 비상 등을 켰다. 그리고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조심스럽게 보닛을 열고 기술자인 양 이곳저곳을 만져 보았으나 아는 게 없었다.
도로변 코스모스가 바람 결에 흔들리며 방실대는 게 꼭 나를 비웃는 듯했다. 중고차라 이런 일이 생겼으니 누구를 원망하랴. 내 처지가 안쓰러워서 눈물이 찔끔 났다. 운전대를 잡고 여러 생각을 해보았지만 묘책이 떠오르지 않았다. 우선 목사님께 사정 이야기를 드리고 교회 결석을 통보했다. 얼마간 초조한 시간이 흘렀다. 그때 차 뒤편에서 깜박깜박 헤드라이트를 켠 도로 순찰차가 달려왔다, 구세주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두려웠다. 경찰관이 차창을 두드렸다. 나는 문을 열고 그를 쳐다보았다.
“실례합니다. 왜 차를 세웠습니까?”
갑자기 엔진이 꺼져서 차를 운전할 수 없다고 했더니 나를 밖으로 나오라고 했다. 그리고는 그가 운전대에서 시동을 걸어 보았으나 걸리지 않았다. 엔진을 이곳저곳 만졌으나 원인을 발견치 못했다. 운전 면허증과 차 보험증을 제시하라고 했다. 죄를 지은 듯 가슴이 뛰었다. 그 와중에서도 얼마짜리 고지서를 주려나 얼굴이 화끈거렸다. 경찰관은 면허증과 보험증을 돌려주면서 말했다.
“오늘 당신 사정이 좋지 못하니 한번은 봐준다. 다음부터는 차 정비를 잘하고 다녀라.”
조언까지 하지 않는가. 하루의 불운이 행운으로 순식간에 바뀌는 순간이었다. 그는 견인차 회사에 연락해 차를 정비소에 갖다 주기로 약속을 받고 돌아갔다. 나는 아무 말도 못 한 채 머리만 조아리고 그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안도의 한숨과 함께 그간의 고통이 순식간에 씻어지는 듯했다. 삶의 지혜를 깨닫는 시간도 가졌다.
그의 배려 덕분에 가벼운 마음으로 차를 정비소에 맡겼다. 그 후부터 나는 출반 전 자동차를 확인하고 점검하는 습관이 생겼다. 이 모든 건 경찰관의 배려 덕분이 아닌가,
그는 내 잘못을 탓하지 않고 나를 믿어주는 신뢰의 자세로 내게 아량을 베풀었다. 자신을 낮추고 상대를 존중하면 자기도 모르게 행복감을 느끼며 상대를 존중한다. 배려는 말이 아니라 행동이다, 그 일로 나는 경찰관이 친밀하게 느껴진다. 가정에서도 부부가 서로 배려하다 보면 사랑은 절로 생겨날 것이다. 그건 부부간의 의무이고 책임일지 모른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시애틀 뉴스/핫이슈
한인 뉴스
- 시애틀 한인중고생 위한 SAT캠프 열린다
- 시애틀타임스 “양희영, 은퇴하면 안될 실력자다”
- [영상] 샛별예술단 베냐로야홀서 공연 펼쳐
- 지소연 선수, 시애틀한인회 명예회원됐다(+영상,화보)
- 페더럴웨이 한국정원 ‘한우리 정원’ 10월 개장한다(영상)
- 미주한인의 날 워싱턴주 신임 이사장에 김성훈, 대회장 김필재(영상)
- [시애틀 수필-김윤선] 찬란한 빛의 밤
- [신앙칼럼-최인근 목사] 인생은 결단입니다!
- [서북미 좋은 시-김순영] 쉼미 좋은 시-김순영] 쉼
- 서은지 총영사 알래스카서 통일강연회
- 한국 우상임씨, 시애틀서 아코디언 1인극 펼친다
- 이장우 대전시장,경제사절단 이끌고 시애틀온다
- 오레곤한인회 주최 '2024 서북미 오픈골프대회'열린다
- [하이킹 정보] 시애틀산우회 22일 합동캠핑
- [하이킹 정보] 워싱턴주 시애틀산악회 22일 산행
- [하이킹 정보] 워싱턴주 대한산악회 22일 토요산행
- 시애틀레인FC 지소연선수 시애틀한인회관서 팬사인회한다
- 손준호ㆍ김소현 초청 한우리정원 후원음악회 열린다
- 시애틀지역 한인 차세대 리더들 AAPI LEAD 출범식 참석
- KWA대한부인회, 여름방학 청소년 아카데미 개설한다
- 시애틀한인회 22일 유급병가세미나 참석자에게 농구표준다
시애틀 뉴스
- 시애틀서 문닫을 초등학교 명단공개 다시 연기됐다
- EU, MS '반독점법 위반' 잠정 결론…"화상회의앱 끼워팔아"
- 시애틀지역 재산세 감면 혜택자 크게 늘어난다
- 시애틀타임스 “양희영, 은퇴하면 안될 실력자다”
- 양희영 워싱턴주 사할리서 메이저 KPMG 위민스 우승(+영상)
- 워싱턴주 105세 할머니,83년만에 스탠포드 졸업했다(영상)
- 마라톤중 넘어진 시애틀여성, 1,310만달러 받는다
- 시애틀시내 중학교 두곳 학교서 핸드폰 사용금지
- 시애틀 다운타운 힐튼호텔 일본기업에 ‘헐값’에 팔렸다
- 벨뷰 갑부 트럼프 선거자금으로 100만달러 기부
- 시애틀서 다음달부터 ‘타이타닉 전시회’ 열린다
- 아마존 "비닐 포장재 95% 없애고 재활용 종이로 대체"
- 원숭이때문에 UW 영장류연구소장 결국 해임(영상)
뉴스포커스
- '아동학대 피소' 손웅정 "손흥민 많이 팼다…훈련하다가 신고당한 적도"
- 19년간 가스라이팅한 무속인 커플…자녀끼리 성관계 강요하기도
- 4월 결혼, 무려 25% 늘었다…대전 40%·대구 37% 급증, 무슨 일?
- 말다툼하던 아내 고속도로서 내렸다가 숨져…남편 처분은?
- 화성 공장 피해자들, 보상 어떻게…고용·산재보험 가입 안됐다
- 손웅정 감독, 아동학대 혐의 피소…"코너킥 봉으로 맞고 욕설 들었다"
- "주변 강요로 음란물 촬영 가능성"…'한선월' 사망 소식에 누리꾼 시끌
- 한동훈, 여의도 '얼굴도장'…나경원·원희룡 '보수 심장' 영남
- 전당대회 막 오른 민주…'이재명 독주' 선거판 '썰렁'
- 반갑다, 아기들…4월 출생아 1만9049명, 19개월만에 늘었다
- 복지차관 "2000명 증원 발표 전 의사단체 집단행동 예측했다"
- "2027년까지 국민 100만명 심리상담 지원"…청년, 2년마다 정신검진
- 현대차 6년 만에 파업 '암운'…자동차 업계 줄파업 우려
- '직원 추행' 오거돈 전 부산시장 만기 출소…심경 묻자 '묵묵부답'
- "최저임금 차별 적용 중단" 기습 시위 민주노총 20여명 현행범 체포
- 'N수생 증가' 대학 입학자 늘었다…자율고 줄고 검정고시 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