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이 부르면 값' 우크라産 난망에 반도체 소재 '네온' 22배로 치솟아
- 22-05-17
네온 4월 국내 수입가 kg당 1300달러…한달만에 또 5배
三電·하이닉스 재고 3개월 아직 문제 없지만 中企 타격
"우크라이나에선 수입이 어렵고 중국산 외에는 대안이 없어 부르는 게 값입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치솟았던 반도체 필수 소재 희귀가스 '네온'의 가격이 천장을 모르고 계속 뛰고 있다. 지난해 전세계 네온의 55%가 우크라이나에서 생산됐는데 전쟁 발발로 수급이 불안정해지자 세계 2위 생산국인 중국(42%)으로 수요가 한꺼번에 몰린 탓이다. 지난해 평균 가격과 비교하면 무려 22배 수준이다.
반도체 생산을 위한 필수 원자재인 만큼 비싼 가격에도 수입을 늘릴 수밖에 없어 네온 수급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반도체 업계의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17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4월 국내로 수입된 네온의 평균 가격은 킬로그램(kg)당 1300달러로 전월보다 4.5배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월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급등한 네온 수입가격은 3월에는 kg당 291달러로 지난해 전체 평균 수입가격(59달러)의 5배로 올랐는데, 한 달 만에 5배 가까이 또 상승한 것이다.
네온은 반도체를 만드는 과정에서 회로기판(웨이퍼)에 패턴을 그려넣는 '노광' 공정에 사용된다. 네온이 없으면 반도체 생산이 불가능해 필수 소재로 꼽힌다.
전쟁 초기에는 우크라이나산(産) 네온 가격이 올랐지만 최근의 급격한 가격 상승은 중국이 주도하고 있다. 지난 4월 중국산 네온의 평균 수입가격은 kg당 1464달러로 전월(569달러)보다 2.6배 올랐으며 지난해 12월(39달러)과 비교하면 4개월 만에 무려 38배나 폭등했다. 4월 우크라이나산 네온의 평균 수입가격은 kg당 182달러다. 중국산이 8배 더 비싸다. 하지만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서 수입하기 점점 어려워지면서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중국에서 대부분 수입하는 실정이다.
문제는 앞으로 중국 의존도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오데사·마리우폴 등 네온 생산시설이 있는 지역이 포격에 휩싸이면서 생산이 중단된 상황이다. 전쟁이 끝나더라도 집중 포격을 받은 현지 생산시설이 당장 정상화되는 건 불가능하다. 국내에선 지난 1월 포스코가 네온 생산설비·기술을 국산화했지만 생산량이 국내 전체 수요의 16% 수준이고 그마저도 올해 하반기에 상업 생산이 가능해 당장 도움이 되진 않는다. 비싼 가격이라도 중국에서 계속 사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반도체 업계는 당장 생산에 차질은 없을 것으로 본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 업체들은 약 3개월의 네온 비축 재고가 있고 일정 기간 고정가격에 계약을 맺고 있다. 정부도 지난 4월부터 네온·크립톤·크세논 등 희귀가스에 대해 할당관세 5.5%를 면제하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 관련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네온 비축 물량이 적은 편이라 최근의 가격 폭등을 그대로 떠안을 수 있다. 당장은 사정이 괜찮은 대기업도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작년보다 20배 이상 오른 가격에 원가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리스크(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기업들이 네온 비축 물량을 늘리는 추세라 비용 부담은 급격히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생산을 위한 필수 소재인 만큼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재고를 확보하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 수입된 네온은 총 98톤이다. 월 평균 8.2톤이다. 그런데 2월24일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인 올해 3~4월에는 총 25톤으로 월 평균 12.5톤 수입됐다. 전쟁으로 가격이 폭등했는데도 재고 확보를 위해 수입량을 오히려 늘리고 있는 것이다. 4월 국내 수입된 네온 물량은 10.2톤으로 전년 동기(6.6톤)보다 1.5배 늘었는데 수입가격은 총 1324만5000달러로 전년 동기(30만달러)보다 44배나 커졌다.
관련 업계에선 현재의 비정상적인 원자재 가격 급등은 반도체 제조원가 상승을 불러와 자동차·IT기기 등 최종 제품의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네온 공급 부족이 장기화될 경우 반도체 생산능력이 낮아질 수 있다"며 "인플레이션에 따른 비용 증가는 반도체 공급망 전반의 실적을 낮추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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