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혹 떼려다 혹 두 개 더 붙였다…핀란드·스웨덴, 나토 가입 공식화
- 22-05-16
"수일내 신청"…절차상 실제 가입까진 1년 안팎 소요될 듯
30개 회원국 만장일치 동의 필요…나토 "터키, 반대 않을 거라고 기대"
핀란드와 스웨덴이 15일(현지시간)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신청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러시아가 나토의 동진(東進·동유럽 가입) 중단을 요구하며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행한지 81일 만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선 '혹' 떼려다 혹을 두 개나 더 붙인 셈으로, 향후 과정에서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터키의 반대도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터키는 스웨덴과 핀란드의 쿠르드족 지원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나토 신규 가입은 기존 회원국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하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핀란드와 스웨덴의 가입 절차를 앞당겨 '신청 후 몇 주 내로' 성사시키겠다고 밝혔다. 다만 30개 회원국 모두 의회 비준을 거쳐야 해 최소 6개월은 소요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토 가입 신청서 수일 내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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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시사한 가운데, 나토 사무총장과 미국, 프랑스 독일 등 주요 인사들이 일제히 핀란드의 가입 의사를 환영했다.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스웨덴의 집권 사회민주당은 수일내 나토 가입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공식 정책 변경을 발표했다.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스웨덴 총리는 현지 시간으로 16일 의회를 찾아 지지를 당부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정책 변경 이유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안 린드 스웨덴 외무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스웨덴과 유럽 전체의 안보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페터 훌트크비스트 스웨덴 국방장관도 "발트해 주변국 중 나토 밖의 유일한 국가로 남기지면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라 나토 가입을 신청한다"고 밝혔다.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는 "정부와 대통령이 협력해 중요한 결정에 도달했다"며 의회를 향해 "가입 신청 결정을 수일 내 확정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핀란드 의회는 현지 시간으로 16일 소집돼 찬반 표결에 나선다. 전체 의석 200석 가운데 과반이 찬성하고 있어 무난한 통과가 예상된다.
투표 결과에 따라 공식 입장은 오는 23일 확정될 전망이다. 마린 총리는 "내주 스웨덴과 함께 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핀란드와 스웨덴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중립을 유지해온 대표적인 국가였다.
특히 러시아와 1340km 국경을 맞댄 핀란드의 중립은 나토와 러시아 사이의 중요한 완충지대 역할을 해왔다.
◇러와 긴장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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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왼) 러시아 대통령과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 © News1 김민수 기자 |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은 러시아와의 직접적인 긴장 고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러시아는 작년 말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을 시사하며 서방을 향해 나토의 동진 중단과 동유럽내 배치된 나토 병력·미사일 철수를 보장하는 '법적 구속력 있는 안전보장'을 요구했었다.
미국은 나토 가입이 각국의 주권사안인 점을 구실로 러시아의 요구를 거부했다.
이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행하며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시도를 저지하는가 싶었는데, 러시아와 더 긴 국경을 접한 핀란드가 순식간에 러시아를 등진 것이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날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군사적 중립을 포기하고 나토에 가입하는 건 잘못된 결정일 것"이라고 말했다고 크렘린궁은 전했다.
이에 니니스퇴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2021년 말 러시아가 했던 나토 가입 저지 요구와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핀란드의 안보 환경을 얼마나 바꿔놓았는지를 설명하고, '며칠 내로' 가입 신청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핀란드 대통령실은 전했다.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 시도로 러시아가 돌발 행동을 할 가능성도 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지난달 스웨덴과 핀란드가 나토에 가입하면 "그들은 핵 무기와 극초음속 미사일을 앞마당에 두고 살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사이에 위치한 러시아령 칼리닌그라드에 핵무기를 배치하겠다는 의미다. 메드베데프는 2008년 푸틴이 헌법상 3연임 금지 조항으로 '형식상' 총리로 물러날 때 대통령을 지낸 뒤 2012년 돌려줬을 만큼 푸틴의 '심복'이다.
◇절차상 6개월은 소요될 듯…터키 반대도 변수
스웨덴과 핀란드는 다음주 나토 가입 신청서를 공식 제출할 것으로 보이지만, 절차상 최종 가입 성사까진 수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다.
나토에 가입하기 위해선 회원국 30개국 의회에서의 정식 비준이 필요하다. 이에 최소 6개월은 소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 기간을 단축할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는데, 얼마만큼 줄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지난달 말 기자회견에서 "핀란드와 스웨덴의 지원 절차와 30개 회원국 의회의 정식 비준이 이뤄지는 사이 기간 동안 잠정 합의가 있을 것으로 본다"며 "모두에 좋도록, 이 소요 기간을 메울 방법이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터키의 반대 가능성도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 가입을 모색한다면 자국 내 '테러단체'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두 나라는 테러 조직원들과 접촉하고 있고, 스웨덴은 그들에게 무기를 공급하며, 터키에 대해서는 방위장비 수출 제한을 가하고 있어 동맹 정신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언급한 테러단체란, 쿠르드노동자당(PKK)을 의미한다. PKK는 터키내 쿠르드족이 벌이는 독립운동을 지원하고 있다.
열강에 의해 그어진 자의적인 국경선 중 민족적 단일 근거지를 얻지 못한 쿠르드족은 터키와 이란, 이라크,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등 각지에 흩어져 살고 있으며, 인구는 4000만 안팎으로 추정된다. 스웨덴과 핀란드는 자국내 쿠르드족의 목소리를 보호해왔다.
다만 터키의 반대 가능성에 대해서도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터키는 회원국 가입을 지연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우려를 표명했고, 우리가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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