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韓서 난자 냉동 증가…집값·과열 경쟁에 출산율 감소"
- 22-05-14
10년 새 초혼 연령 1.6세 늘어…난임 걱정에 난자 냉동 시술 찾아
15년간 저출산 해결에 380조 쏟아…아이 낳을 환경부터 만들어야
치솟는 집값과 경쟁 과열로 인한 막대한 사교육비, 출산-결혼을 한 세트로 보는 사회적 시선. 로이터 통신은 한국 여성들을 출산과 결혼으로부터 멀어지게끔 하는 요인을 분석하며 한국의 '난자 냉동' 현상에 주목했다. 통신은 13일(현지시간) 난자를 냉동했거나 냉동할 계획이 있는 한국 여성들의 인터뷰를 실으며 한국의 결혼 및 출산 문제에 대한 생생한 목소리를 담았다. '난자 냉동'이 저출생 시대 인구 문제를 해결할 대안이 될지 주목된다.
◇10년 새 초혼 연령 1.6세 늘어…난자 냉동 시술도 2년간 두 배 증가
공무원 임은영씨(34)는 지난해 11월 일부 난자를 냉동보관했다. 추후 생길지도 모를 난임 걱정을 덜기 위해서다. 임씨는 "건강한 난자가 냉동돼 있다는 사실 자체가 저에게 안도감을 준다"고 말했다.
임씨가 난자 냉동 시술을 받은 차 병원에서 지난해 같은 시술을 한 여성은 약 1200명에 달한다. 2년 동안 두 배 늘어난 수치다.
과거에 난자 냉동 시술을 찾는 이들은 주로 암 환자였다. 항암 치료가 난소 기능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항암 치료 전 가임 능력을 보존해두기 위해서다.
그러나 여성의 초혼 연령이 2012년 29.41세에서 지난해 31.08세로 늘어나는 등 만혼이 증가하며 임신과 출산을 원하는 미혼 여성들이 난자 냉동 시술을 받는 추세다.
◇경제적 부담·경쟁 과열…아이 낳을 환경 만드는 게 우선
만혼뿐만 아니라 출산 자체에 대한 거부감 역시 한국 여성들을 난자 냉동 시술로 이끌었다. 당장은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지만, 미래의 나를 위한 '선택권' 차원에서 난자 냉동을 택하는 것이다.
특히 로이터 통신은 한국 여성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주거비 같은 경제적 부담과 아이들을 경쟁으로 몰아넣는 한국의 사교육 시스템을 꼽았다.
임씨는 "TV 프로그램이나 결혼한 부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이를 키우는 데 엄청난 돈이 든다"며 "경제적 부담은 결혼과 출산을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오는 7월 난자를 냉동할 계획인 간호사 조소영씨(32)도 "내가 지금 당장 결혼해서 아이를 낳는다면, 내가 누린 환경을 내 아이에게는 주지 못할 것"이라며 "나는 더 나은 환경, 더 나은 집, 더 나은 먹거리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한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수)은 0.81명을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1명 이래로 추락했으며,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국 정부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6년부터 15년간 무려 380조원의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사실상 효과는 미미한 셈이다.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등 아이를 낳을 만한 환경을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분석했다.
◇"결혼-출산 한 묶음으로 보는 관념 사라져야"
결혼과 출산을 하나의 세트로 보는 시선도 출산의 걸림돌이다. 미혼인 한국 여성은 난자를 냉동시킬 수 있어도, 결혼하지 않을 경우 정자를 기증받거나 배아의 착상 등 임신 과정을 진행할 수는 없다.
또한 기혼 여성은 난자 냉동 시술을 할 때 70%의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미혼 여성은 이러한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탓에 2020년 유럽의 정자은행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아들을 출산한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가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출산율은 물론 혼인 건수마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결혼과 출산을 한 묶음으로 보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난해 한국의 혼인 건수가 19만2500건까지 떨어지며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며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결혼을 하지 않고도 아이를 낳겠다는 사람들에게 적어도 방해가 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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