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 코비드' 클리닉 1호 진료 한달…"예약 없인 진료 불가"
- 22-04-21
현장 접수 진료 보려다 돌아가는 환자 부지기수
우후죽순 클리닉에 "상술 경계"…연구 통한 가이드라인 필요
지난 11일 오전 10시 경기 고양시 명지병원의 '코로나19 후유증 클리닉'에 예약 환자들이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했다. 접수대 앞에 마련된 대기석은 곧 환자들로 채워졌다.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들의 모습은 휠체어를 탄 고령의 노인부터 군복을 입은 20대 청년까지 다양했다.
이미 이날 오전 진료는 예약이 꽉 찬 상태라 추가로 현장에서 진료를 예약하는 것은 불가했다. 예약을 하지 않고 클리닉을 찾은 환자 중에는 "예약을 하지 않으면 기다려야 하고 오늘 중에 진료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직원의 안내에 말에 발길을 돌리는 이도 있었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코로나19 환자가 폭증하는 가운데 '코로나19 감염 장기 후유증'(롱코비드)을 겪는 환자도 늘어나면서 이를 치료하기 위해 병원을 찾는 환자 수도 늘어나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다.
명지병원은 국내 종합병원 중 가장 먼저 코로나19 후유증 전문 클리닉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16일 개소식을 열고 21일부터 진료를 시작했다. 클리닉이 처음 개소됐을 때는 평일 오전 진료만 진행했지만 찾는 환자들이 늘면서 오후까지 진료 시간을 확대했다. 최근에는 환자가 더 늘어나 토요일에도 진료를 보고 있다.
이날 명지병원을 찾은 A씨(69·여)는 예약 없이 찾아와 현장 접수를 했다. 간호사가 '환자가 많아 오늘 진료를 볼 수 없을 수 있다'고 안내했지만 A씨는 다른 날 시간을 내기 어려울 것 같아 일단 기다려 보기로 했다고 했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A씨는 2월 초에 코로나19에 감염됐는데 정작 격리 해제가 되기 전까지는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못하다가 확진 판정 한달 뒤부터 호흡곤란 등의 후유증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주변 사람들이 코로나를 '그냥 감기'라고 말하며 우습게 생각한다며 자신이 직접 후유증을 겪어보니 쉽게 생각할 게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일 오전 다시 찾은 명지병원의 코로나19 후유증 클리닉에는 이틀 전보다 더 많은 환자가 몰렸다. 진료 접수하던 간호사는 오전에만 100명 정도의 환자가 왔고 오후에는 더 많은 환자가 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5일 전에 예약을 하지 않고 클리닉을 찾았다가 진료를 받지 못해 돌아갔던 B씨(75·여)는 이날은 10시40분 예약을 하고 방문했지만 12시가 다 되도록 진료를 받지 못했다.
병원 관계자는 후유증 환자의 경우 현재 증상뿐만 아니라 기저질환 여부 등 다양한 사항들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보통의 진료보다 2배 이상 시간이 걸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명지병원처럼 후유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롱 코비드 전문 클리닉이 연이어 문을 열었다. 지난달 초 하나이비인후과병원이 전문 클리닉을 개소한 것을 시작으로 전국에 약 30곳의 병원에서 코로나19 후유증 전담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20일까지 언론 등을 통해 코로나19 후유증 클리닉 개소 사실을 알린 병원은 명지병원, 하나이비인후과병원, 부산 온종합병원, 유성선병원, 남양주백병원, 광주기독병원, 세란병원, 대전한방병원, 창원한마음병원, 김해경희중앙병원, 거제 거붕백병원, 자생한방병원, 민병원, 울산병원, 서울백병원, 전인병원, 화홍병원, 부산성모병원, 제주한국병원, 샘병원, 천안한방병원, 에스엠지 연세병원, 창원파티마병원, 강동성심병원, 녹색병원,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갑을장유병원 등이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는 서울 강남구와 광진구, 노원구가 이달부터 '코로나19 후유증 안심 상담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해당 센터들은 구 보건소 소속의 의료진들이 후유증을 상담하고 필요한 경우 관내 병원 등에 연계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우후죽순 생겨나는 코로나19 후유증 전문 클리닉들이 병원의 돈벌이 수단이 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까지 코로나19 후유증에 대한 연구 결과가 쌓이지 않았고 해줄 수 있는 치료도 대증치료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하루빨리 후유증과 관련 연구가 마무리되고 의료진과 환자를 위한 가이드라인이 설정될 필요가 있다고 충고하고 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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