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대선 극우·극좌 돌풍…마크롱-르펜 오는 24일 재격돌
- 22-04-11
전통의 공화·사회당, 1차 대선 투표 결과 한 자릿수 지지율
결선투표 여론조사서 마크롱 51% 얻는데 그쳐…"공화전선 무너져"
재선 도전에 나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극우 성향 마린 르펜 후보가 오는 24일 대선 결선 투표를 치른다. 마크롱 대통령이 압도한 5년 전과 달리 이번에는 팽팽한 승부가 예상된다.
프랑스 내무부에 따르면 현지시간 10일 치러진 대선 1차 투표 개표가 99% 정도 진행된 가운데 중도 성향 전진하는공화국(LREM) 소속 마크롱 대통령은 27.6%, 르펜 국민전선(FN) 후보는 23.4%를 확보했다.
프랑스 대선에선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득표한 후보가 없을 경우 1·2위 후보가 결선 투표를 벌인다. 이로써 마크롱 대통령과 르펜 후보는 2017년에 이어 또다시 결선에서 맞붙는다.
◇양극단 치닫는 프랑스 정치
이번 선거에선 극우와 극좌 후보가 돌풍을 일으켰다. 극좌 굴복하지않는프랑스 소속의 장뤼크 멜랑숑 후보는 22%로 3위를 차지했다. 또 다른 극우 성향 에리크 제무르 르콩케트 후보는 7.1%로 4위를 기록했다.
반면, 프랑스의 전통의 양당인 우파 공화당(LR)과 좌파 사회당(PS)은 이번 선거에서 역사적으로 낮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공화당의 발레리 페크레스 후보는 4.8%, 안 이달고 사회당 후보는 1.7% 받는 데 그쳤다.
파리 정치대학의 가스파르 에스트라다는 "우리는 중도와 극우 사이에서 새로운 양극화와 함께 프랑스 정치의 재구성을 보고 있다"며 "전통적인 지배 정당인 사회당과 공화당은 모두 10% 미만의 득표를 기록했다. 이는 프랑스 정치적 진화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준다"고 설명했다.
◇마크롱-르펜 박빙 승부
앞서 2017년 결선 투표에선 마크롱 대통령이 66.10%를 얻어 33.90%의 르펜 후보를 압도했다. 하지만 이번 2차 투표에선 이 정도 격차가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프랑스 내 주요 여론조사 기관들은 예측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프랑스여론연구소와 피뒤시알은 결선투표 예측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르펜 후보에 각각 51%와 49%를 제시했다. 또다른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소프라 스테리아는 54%와 46%로 예측했다. 여론조사기관 엘라브는 52%와 48%로 내다봤다.
이는 결선에서 '공화전선' 마저 작동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공화전선이란 프랑스에서 극우 집권을 막아온 전통적인 현상으로 극우 세력의 집권을 막기 위해 극우를 제외한 정치세력이 연합하는 것을 말한다.
공화당 발레리 페크레스 후보는 유권자들에 "극우가 권력에 가까이 간 적은 없지만 프랑스 국민들은 극단주의에 반대해야 한다"고 했다.
페크레스 후보는 르펜 후보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깝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그의 당선은 프랑스가 유럽과 국제무대에서 무관하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이달고 사회당 후보도 "프랑스의 모두가 증오에 빠지지 않도록 24일 르펜의 극우세력에 반대표를 던질 것을 엄숙히 요청한다"고 했다. 프랑스 공산당과 녹색당 후보다 각각 마크롱 대통령에게 투표할 것을 촉구했다.
BBC는 하지만 이들 정당은 전체 12%를 얻는데 그쳤다고 설명했다.
◇르펜은 어떻게 마크롱 위협하게 됐나
이날 마크롱 대통령은 11일 프랑스 북부에서 유세를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르펜 후보는 이번주 후반, 프랑스 소도시와 시골 마을에서 수개월간 이어온 생활 밀착형 유세 활동을 재개할 방침이다.
프랑스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되기 위해 출마한 르펜 후보는 2017년 1차 투표 때보다 표를 더욱 많이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2차 투표에선 또 다른 극우 후보 제무르의 표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2월 말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재자를 자처해왔는데 그가 외교에 집중하고 있는 사이 르펜 후보는 '서민 공약' 캠페인이 민심을 사로잡았다. 치솟는 물가상승률 등 국내 문제에 집중한 것이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르펜 후보의 지지율은 최근 수주 동안 급등했다면서, 이 후보는 악명 높은 선동적인 발언들을 그간 자제해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수백만 프랑스 국민들은 기름값이 지난 1년 간 35% 급등하면서 생활고를 겪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프랑스 상원에서 마크롱 대통령에게 매우 비판적인 보고서가 나온 것도 악재가 됐다.
마크롱 대통령이 집권 기간 미국에 본사를 둔 맥킨지 등 값비싼 외부 컨설팅업체를 이용했다는 내용인데, 특히 2018~2021년 계약금이 2배 이상 증가, 지난해에는 10억 유로(약 1조 3000억 원)에 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다.
◇만약 르펜이 승리하면?
결선 투표에서 극우 후보가 승리하는 이변이 연출되면 유럽은 격변을 겪을 것이라 전망이 나오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르펜 후보가 이번 대선 국면에선 프랑스의 유럽연합(EU) 및 유로존 탈퇴를 주장하고 있지 않지만 그의 당선은 EU 위기를 촉발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오랜 기간 러시아와의 친밀한 관계, 기존 이민 정책 민 무역 협정에 대한 반대 노선은 EU의 현재 프랑스-독일 리더십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는 미국 행정부 고위 관리들을 인용해 르펜 후보가 승리한다면 러시아에 대항하는 서방 연합은 불안정해지고, 유럽의 주요 강국으로서 프랑스의 역할은 뒤집어지며, 잠재적으로 다른 나토 지도자들은 이 연합 잔류에 냉담함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마크롱 후보는 선거 캠프에서 "실수하지 마라.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다"며 "앞으로 2주 동안 진행될 토론은 우리나라(프랑스)나 유럽에 결정적인 일이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극우 후보가 높은 지지율을 기록할 때 "누구도 일이 잘될 것이라고 말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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