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최악의 순간' 北 ICBM 시험 재개…"바이든, 옵션이 별로 없다"
- 22-03-25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엔안보리 분열…5년 전과 달리 추가 제재 신속 도출 어려워
"미국뿐만 아니라 윤석열 당선인에 대한 힘·결의 과시 의미도"
지난 24일 북한이 5년 만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단행하면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외교가 겹악재를 맞게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은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 시험을 핵실험만큼이나 민감하게 받아들인다. 북한은 2017년 4월 처음 시험한 ICBM '화성-14형'의 사거리가 1만㎞로, 미 서부를 공격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북한이 화성-14형에 이어 같은 해 핵실험과 '화성-15형' 발사까지 단행하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즉각 제재 결의 채택에 들어갔다.
'전쟁 위기'까지 고조됐던 한반도 긴장은 이듬해 봄 찾아온 남·북·미 대화 기조로 수습됐고, 북한은 4월 판문점 선언을 통해 핵·ICBM 시험을 중단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2019년 하노이 결렬 이후 북미 대화를 되살리지 못한 채 퇴장했고, 문재인 정부도 정권교체를 앞둔 상황에서 북한은 5년 만에 ICBM을 다시 쏘아 올리며 모라토리엄 파기를 분명히 했다.
북한은 25일 노동신문을 통해 전날 김 총비서의 직접적인 지도하에 신형 ICBM '화성-17형' 시험발사를 단행했다고 공식 밝혔다.
한반도 시계는 이제 5년 전으로 돌아갔지만, 국제사회의 분위기는 그때와 다르다는 게 문제다. 현재 우크라이나 사태로 안보리가 사분오열된 탓에 신속한 제재 채택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여서다.
◇서둘러야 했지만 느긋했던 바이든, 결국 북핵·미사일 시계 5년 전으로 되돌려
바이든 대통령이 2020년 11월 대선에서 승리한 직후 오바마 정부에서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를 지낸 커트 캠벨은 "새 행정부가 대북 접근법을 빨리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한 사실을 25일 로이터 통신이 조명했다.
당시 그는 "오바마 행정부 기간 지연은 결국 북한의 도발적 조치로 이어지면서 일말의 대화(engagement) 가능성이 아예 차단됐다"고 성찰한 바 있다.
캠벨은 바이든 정부 취임 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이 됐지만, 이후에도 바이든 정부는 대북정책을 느긋하게 검토만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2월 첫 외교정책 연설에서 북한을 언급조차 하지 않았고, 3월 북한은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바이든 정부는 "순항미사일 발사는 결의안 위반이 아니다"며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고, 이에 북한은 나흘 만에 다시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신형전술유도탄 2발을 발사해 강도를 높였다.
이 직후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후 첫 공식 기자회견이 있어 그의 발언에 이목이 집중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긴장을 고조시킨다면 상응하는 대응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미사일 시험 발사에도 북한과의 외교는 열려있다"고 다소 모호한 반응을 보였다.
이런 모호함은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으로 확정됐고, 북미협상은커녕 코로나19 팬데믹 대응 속 아프가니스탄 철군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이어진 이벤트에 북한 문제는 뒤로 밀려 왔다.
그러는 동안 북한은 바이든 대통령이 '핵폐기 조치가 이뤄지기 전 먼저 제재 완화할 일은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데 대해 '미국이 여전히 대북 적대시 정책을 갖고 있다는 증거'라고 맞섰다.
그리고 북한은 지난해 9월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 시험 등에 이어 올해 1분기에만 무려 12번의 무력시위를 감행했다. 이번 ICBM 도발은 그 '정점을 찍었다'는 게 로이터의 분석이다.
김 총비서는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한 ICBM 시험 복귀와 함께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을 회피할 수 있는 다탄두 시스템을 개발하겠다는 다짐이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동유럽 긴장 속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치러야 하는 바이든과 미 민주당에 새 골칫거리로 떠올랐다고 로이터는 관측했다.
◇"바이든, 대응 옵션 없다"…핵실험 재개 수순 우려도
미국의 대북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안보리가 무력화됨에 따라, 바이든 정부가 북한의 ICBM 시험 재개에 대응할 옵션이 없다고 지적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의 제니 타운은 "바이든 행정부는…북한과 좀 더 생산적인 진전을 시작할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 그런 시점은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안보리가 사실상 마비됨에 따라, 우리는 도구가 별로 없다. 심지어 긴장 고조(escalation)로 들어갈 진입로를 마련할 도구조차 훨씬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 출신으로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몸담고 있는 수미 테리는 "우리는 좋은 위치에 있지 않다"며 "이는 전적으로 예측가능한 일이었다"고 했다.
그는 "이건…전 세계가 분열돼 실질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없는 '완벽한' 타이밍"이라며 "안보리가 뭘 할 수 있겠느냐. 러시아가 돕겠나, 중국이 돕겠나"라고 되물었다.
이제 북한의 다음 수순은 2017년 9월 6차 핵실험 이후 중단됐던 7차 핵실험으로 넘어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아들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NSC 아시아담당 국장을 지낸 빅터 차 CSIS 한국석좌는 "위성사진을 보면 북한의 주요 핵실험 장소인 풍계리에서 새로운 활동이 감지됐다"며 "어떤 움직임도 좋은 징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맷 포팅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트럼프 행정부)은 최근 한 행사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이란 핵 합의 복귀 협상에서 유화적 입장을 보이는 데 대해 북한이 용기를 얻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현재 이란의 우라늄 농축 순도를 단계적으로 제한하는 한편 원유 금수 해제 가능성까지 열어둔 제재 완화에 근접한 것으로 전해진다.
바이든 행정부와 가까운 전직 오바마 행정부 관료들은 대체로 현 정부의 대북 기조를 옹호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오바마 행정부 백악관 NSC 아태담당 보좌관이었던 대니얼 러셀 전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분별한 정상회담이 북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억제하지 않고 오히려 완화한 측면이 있다"며 "이번에 발사된 ICBM은 김 총비서와 트럼프 대통령이 '러브노트'를 주고받던 당시 개발·제작된 게 틀림없다"고 말했다.
에이브러햄 덴마크 전 미 국방부(펜타곤) 동아시아 담당 부차관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해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의 동맹 강화와 리더십을 강화한 것으로 인해 북한의 침공 억지도 더 강력해졌다"고 주장했다.
다만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사실 자체가 북한에는 핵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이유가 될 수 있다는 게 최근 사태를 둘러싼 서방 언론과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한편 덴마크 전 부차관보는 "김 총비서의 계산은 미국만 염두에 둔 게 아니라, 북한에 대한 강경노선을 채택하고 한미동맹 강화를 선언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반응으로 힘과 결의를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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