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TV뉴스 시간 '반전시위' 여성 "정부 선전으로부터 눈 뜨세요"
- 22-03-17
"내 희생 헛되지 않아…사람들의 눈 뜨게 할 것이라 믿어"
아버지가 우크라이나인…푸틴 지지자였지만 그의 정치에 환멸 느껴
"러시아인들이여, 제발 전쟁 선전으로부터 눈을 뜨세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기 위해 국영 TV의 생방송 뉴스 도중 스튜디오에 난입한 러시아 여성은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러시아 국영 채널1 TV 편집자로 근무하고 있는 마리나 오브샤니코바(44)는 지난 14일 생방송 도중 피켓을 들고 뉴스 진행자 뒤로 불쑥 나타나 주목을 받았다.
그는 당시 '전쟁을 중단하라. 프로파간다(정치 선전)를 믿지 말라. 여긴 당신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라는 피켓을 들고 있었다.
그는 크렘린궁 근처 광장에서 시위를 벌일 계획이었지만 실질적인 효과가 적다고 판단해 이 같은 행동을 벌였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 행위로 인해 '허가받지 않은 공공 이벤트를 진행한'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벌금 280달러(약 34만원)을 부과받았다.
아버지가 우크라이나인인 그는 인터뷰를 통해 "내가 영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내 희생이 헛되지 않았고 사람들의 눈을 뜨게 할 것이라고 진심으로 믿는다"라고 밝혔다.
러시아와 분쟁을 겪었던 체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최근 우크라이나에서 찍힌 사진들을 보면 자신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고 했다.
이어 "내가 한 일에 대해서는 믿음이 있지만 상대해야 할 문제의 크기에 대해 이해하고 있다"며 "안전에 대해서는 극도로 우려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안전을 우려하지만 러시아를 떠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당국은 그를 '허위정보법'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법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 정부 입장과 다른 내용을 공표하는 경우 최대 15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그는 앞서 경찰서에 붙잡혀 밤새 조사를 받았으며 다음날 오후 법정으로 가서 벌금 선고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변호사와도 일체 접촉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17살, 11살 아이들의 어머니인 그는 형사 고발을 당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고백했다.
그는 "만약 내가 믿는 것 때문에 감옥에서 복역해야 한다면 그것이 최소한의 형벌이었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한편 그는 애당초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지지했었는데 그의 정치에 환멸을 느낄 시점에 그가 결정한 우크라이나 침공은 충격 그 자체였다고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나에게 도화선이 됐다"며 "체첸에서의 어린 시절 생생한 이미지가 다시 내게 왔다. 사람들이 겪을 불행을 느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어린 시절 그는 체첸의 그로즈니에 살았고 1991년 갑작스러운 포격에 러시아 남부 지역으로 갑자기 떠나야만 했던 것을 기억한다고 했다. 그곳에서 러시아군은 분리주의자와 이슬람 운동을 진압하기 위해 두 번의 전쟁을 치렀다.
그는 끝으로 "전쟁에 항의하는 것뿐만 아니라 러시아인들에게 직접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면서 "좀비처럼 굴지 말고 이 선전에 귀를 기울이지 말고 정보를 분석하는 법을 배우길 바란다. 특히 러시아 국영 TV뿐만 아니라 다른 정보원을 찾는 법을 배우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와 관련해 볼로디미르 젤린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진실을 전하려는 모든 러시아인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대사관 보호나 망명 등을 통해 그녀를 보호하는 외교적 노력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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