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과 함께 하는 서북미 좋은 시-지소영] 봄 숭숭
- 22-03-14
지소영 시인(서북미 문인협회 회원)
봄 숭숭
길어지는 해줄기에 가방을 던지고
창을 서성거린다
누군가 이어주는 바톤
버들이 마른줄 덥석 봄그네를 민다
후룩후룩 호반새 냉이 부리 쪼고
뒤 잇는 봄비둘기 흰옷자락 턴다
오롯이 돋는 움들 턱을 젖힌다
들숨 날숨 갸우뚱 비틀
고르지 않아도 숭숭
아 설렘
바람처럼 뜨고 파란 즙 흥건히
어쩌면 좋아 들키고 만다
압제하던 통증 소근소근 숲에 풀고
사람아
사랑아
그리우면 이렇게 오는거다
그때 그 한날처럼
<해설>
봄이 오고 있다. 산과 들판의 초목들이 마스크를 벗고 햇살과 입을 맞춘다.
이 작품 속에서도 버들이 바람에게 그네가 되어주고 새가 냉이를 쪼고 비둘기가 새 흰옷을 입는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시인은 봄은 춥고 어두운 긴 겨울을 거쳐서 만나는 연인으로 상징화한다는 점이다.
봄은 다름아닌 “압제하던 통증”을 이기고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나는 사랑인 것이다. “사랑아/사랑아/그리우면 이렇게 오는 거다” 이 싯귀는 사랑도 봄도 모두 고난 속에서 성숙해진 영혼이 수확하는 열매임을 전하는 희망의 복음이다.
그렇다. 그리우면 온다 자유 민주 평화의 새 세상도. 김영호 시인(숭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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