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넘은 푸틴, 원전까지 포격…개전 9일차 '핵 위협' 확대
- 22-03-04
'유럽 최대' 우크라 자포리자 원전 화재…"폭발시 체르노빌 10배 "
우·러, 2차 회담서 민간인 대피·식량 전달 합의…3차 협상은 다음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9일째를 맞이한 가운데, 푸틴의 '선 넘는' 포격이 민가에 이어 원전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날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남부 지역에서 공세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유럽 최대 규모 원자력 발전소를 포격하자 일각에서는 우크라 전쟁이 핵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까지 조심스레 제기하고 있다.
로이터·AFP통신과 CNN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군대의 포격으로 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동부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 단지에서 폭발 사고와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
크라이나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5시20분쯤 소방대원 40명과 10개 부대가 사고 현장에 도착해 6시50분쯤 화재 진압을 완료했다고 밝혔는데, 인적·물적 피해 규모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 화재로 원전 일대 방사능 수치가 올라가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으나 우크라이나 당국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원전 단지의 방사능 수치에는 변화가 없으며 핵심 설비 등 원전 시설 안전도 확보된 상태라고 보고했다.
해당 원전은 우크라이나 남동부 공업지역 자포리자주 주도 자포리자에서 112㎞ 떨어진 에네르호다르시에 위치해 있다. 러시아군이 점령하고 있는 도네츠크에서 서쪽으로 200㎞ 거리다.
우크라이나 전체 원자력의 약 40%가량에 해당하는 연 최대 420억kWh 전력을 생산하며 전체 전력량의 5분의 1에 해당한다.
◇ "유럽 전체 안보 위협"… 美·英·우크라, 반발·안보리 소집 예고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서방은 즉각 반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번 원전 공격에 대해 러시아는 '핵 테러'에 의존해 과거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비극을 되풀이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러시아를 제외한 어떤 나라도 원전 공격을 하는 경우는 없다"고 일갈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 역시 러시아를 향해 원전 공격을 즉시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외무장관은 이번 화재로 "원전 동력 장치가 큰 타격을 입었다"면서 "원전이 폭발 시 피해 규모는 체르노빌 사고보다 10배나 더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푸틴의 '무모한 행동'을 규탄하며 긴급 안보리 소집을 예고했다.
미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자포리자 원전 화재 관련 동향을 전달받았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그러면서 미국이 러시아측에 역내 군사 행동을 중단하고 소방대원 및 긴급구조대 현장 접근을 허용하라 촉구한다고 전했다.
같은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역시 젤렌스키 대통령으로부터 관련 상황을 전달받고 러시아군에 원자력 발전소에 대한 공격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영국 총리실은 성명을 통해 "영국은 상황이 더 악화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 "푸틴 대통령의 무모한 행동이 이제 유럽 전체의 안전을 직접적으로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총리실은 존슨 총리가 앞으로 몇 시간 안에 긴급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를 소집할 것이며 영국은 동맹국·파트너들과 러시아에 책임을 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
◇ 유엔 "우크라에 '핵 위협' 고조"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유엔인권이사회(UNHRC)가 긴급 회의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속 핵 위협이 고조됐다면서 이는 모든 인류가 위험에 처해 있음을 보여준다고 경고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서방이 공격적인 발언을 하자 군사령부에 핵 억지력을 고도의 경계 태세에 두라고 지시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당시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군참모총장을 만난 자리에서 "나토 주요 국가의 고위 관리들까지 러시아에 대한 공격적인 발언을 하고 있다"며 "우리군의 핵 억지력을 특수모드로 전환할 것을 명령한다"고 지시했다.
현재 우크라이나 내 15기 원자로 중 9개만 가동하고 있는데 원자로는 전시 상황에서 매우 취약한데다, 냉각 시스템이 비활성화되면 방사선 수치가 급격히 상승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린피스 동아시아 수석 원자력 전문가인 숀 버니는 독일 공영 도이체빌레(DW)에 "한 국가에서 원자력발전소를 15기나 가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면전을 펼치는 것은 역사상 이례적"이라면서 "(안전은) 전쟁에서는 보장될 수 없다"고 말했다.
DW는 "발전소의 전력 공급이 중단될 경우 원자로 냉각은 물론 사용 후 핵연료 저장고 역시 냉각 장치에도 이상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로인해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 유출과 같은 대재앙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잇따른다.
◇ 키이우 향하던 러 64㎞ 호송대, 멈췄다…연료·식량 '바닥'
미 군사정보당국은 이번 전쟁을 위해 집결한 러시아 병력의 90%가 투입됐다면서 지난 8일간 러시아의 미사일 480여발이 우크라이나 목표물을 향해 발사된 것으로 파악했다.
그러나 최근 수도 키이우로 향하던 64km 호송대가 병참 등 문제로 수일째 키이우에서 25~30km 떨어진 지점에 정체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군사정보부 당국자는 "키이우를 향해 진격하는 러시아 본대는 우크라이나군의 강력한 저항과 함께 기계 고장, 혼잡 등의 문제로 인해 도심에서 30㎞ 이상 떨어져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도 "러시아군은 병참 문제를 겪고 있으며 병사들을 위한 연료와 식량이 모두 떨어졌다"며 "우크라이나인들이 자신의 도시와 사람들을 방어해온 방식과 효율성에 놀라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러시아 군대는 혼란스럽고 좌절하고 있으며 후퇴하고 있다. 그들은 우크라이나의 단호하고 완강한 저항에 의해 느려졌다"며 "그들 스스로 실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 2차 협상서 민간인 대피·軍 식량 전달 합의…3차 협상 다음주로
이날 벨라루스 브레스트에서 열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부 대표단 간 2차 휴전협상은 개시 2시간여 만에 종료했다.
양측은 민간인 탈출 및 격전지에 의약품과 식량을 전달하기 위한 '인도주의 통로 공동 제공'에 합의했다고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을 인용해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은 전했다.
이 인도주의 통로가 이용될 때에는 전쟁을 일시 중단한다는 내용도 합의에 포함됐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다만 우크라 측은 협상 직후 기자들에게 "기대했던 결과는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우크라 측이 당초 밝힌 이번 협상 의제에는 최전방 민간인 대피로 마련과 함께 '즉시 휴전'이 있었는데, 이와 관련한 논의가 진전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러 측은 "이번 회담은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러시아의 협상 목표는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였다. 다만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 외무장관은 이날 협상 시작 전 "평화협정이 맺어지더라도 우크라 비무장화는 완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양측은 내주 초 3차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고 벨라루스 벨타통신은 전했다.
이번 대화는 지난달 28일 첫 협상을 개시한 지 사흘 만에 이뤄진 것이다. 앞서 양측은 벨라루스 호멜주 모처에서 개전 이후 첫 협상을 열었지만, 5시간이나 이어진 대화에도 이렇다 할 결과 발표 없이 다음 회담을 기약한 채 돌아간 바 있다.
◇젤렌스키, 푸틴과 직접 담판 모색…"전쟁 멈출 유일한 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직접 담판을 모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푸틴과의 직접 대화가) 전쟁을 멈출 유일한 길"이라며 이같이 밝혔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서방을 향해 추가 군사 지원도 호소했다. 그는 "하늘을 막아줄 수 없다면 비행기라도 달라"면서 "우크라이나가 넘어가면 라트비아와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가 다음 목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같은날 "우크라이나에 외국인 자원병 1만6000명이 도착했다"면서 "이들은 우리 모두의 자유와 생명을 지키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외국인 전투 자원병에게 비자를 면제하는 행정명령을 내리면서 대(對)러 지원을 촉구한 바 있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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