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렘린 못믿어" 러시아인들, 이스라엘·중동 등 해외 도피 잇따라
- 22-03-04
계엄령 선포·징집 대상 출국 금지 '우려'…크렘린 '사실무근'
반전 시위 대원 7669명 체포…'국가 반역법' 위반 혐의 적용
3일(현지시간) 이주째로 접어든 우크라이나 전쟁에 위기감을 느낀 러시아 시민들이 중동 등 해외로 도주하려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러시아 당국이 계엄령을 선포하고 징집 연령에 해당하는 남성들 출국을 막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현재 당국은 이 같은 가능성에 대해 일축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모스크바의 한 29세 남성은 "내일 징집령이 도입돼 출국할 수 없을까봐 두렵다"며 더 이상 러시아에 사는 게 불가능할 것 같다며 주말 떠나는 이스탄불행 항공편을 구입했다.
또다른 38세 남성 역시 주말 중동에 가기 위해 값비싼 티켓을 예약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이 전쟁에서 싸우고 싶지 않다"며 "우리는 많은 소문을 들어왔고 나는 사실이 아니라고 말하는 크렘린을 믿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모스크바 중심부에 위치한 한 비자발급 센터 앞에는 오전부터 대기줄이 길게 늘어져 있다. 유럽연합(EU) 비롯한 대부분 국가는 러시아인들의 무비자 입국을 금지하고 있어서다.
비자발급 센터에서 만난 한 40세 여성은 "가까운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두렵고 불확실해서 비자를 준비하고자 한다"며 "저는 3월11일로 비자 발급 약속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모로 일하고 있는 한 필리핀 여성도 "저는 꼭 비자를 받고 싶다"며 "여기가 무섭다"고 소회를 밝혔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대가로 서방으로부터 전례 없는 제재 조치를 받고 있다. 경제가 고립 상태에 빠지자 서민들은 국내 물가 급등에 따른 생활고에 직면했다. 또 많은 나라들이 러시아 항공 입국을 금지함에 따라 해외이동이 제한된 상태다.
이에 수도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러시아 내에서도 전쟁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지만 당국은 시위대를 빠른 속도로 진압하고 있다. 현지 인권감시단체 OVD-Info에 따르면 지난 24일 침공 이후 반전 시위 대원 약 7669명이 체포됐다.
한 29세 여성은 국내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을 우려하며 오는 6일 이스라엘 출국을 계획했다. 그는 "만약 전쟁에 반대하면 그들은 국가 반역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체포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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