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러시아 공군 미스터리…전투기 대거 투입 않는 이유
- 22-03-02
러시아, 우크라이나에 75여대 전투기 투입
RUIS "정밀유도무기·비행시간 부족 대규모 전투기 활용 못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군의 격렬한 저항에 밀려 개전 일주일이 되도록 주요 도시를 점령하지 못하는 등 고전하고 있는데도 러시아 공군의 대규모 전력이 전장에 동원되지 않고 있다. 투입에 어려운 사정이 있는 건지, 아니면 대규모 공습을 준비 중인지 그 이유에 관심이 집중된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 정보당국과 다수의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전쟁 개시와 동시에 대규모 병력을 동원해 우크라이나 영공을 장악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날로 양국 간 전쟁이 엿새째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는 여전히 항공우주군(VKS)을 동원하는 데 있어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75여대의 항공기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싱크탱크인 외교정책연구소(FPRI)의 롭 리 군사 전문가는 "(러시아가) 전쟁 시작과 함께 최대 군사력을 동원할 것으로 예상했다"며 "(전쟁이 지속되면서) 날마다 비용과 위험이 증가하는데 그들이 그렇게(최대 군사력 동원) 하지 않는 이유를 현실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 공군 수석부참모장을 지낸 데이비드 뎁튤라 예비역 중장도 "러시아가 처음부터 공중 지배권을 확보하기 위해 더 노력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며 "러시아는 현재 여러 지역에서 벌어지는 작전을 운용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자신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못한 전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의 싱크탱크인 왕립국방안전보장연구소(RUSI)는 이처럼 러시아가 전투기 보유 수와 장비 등에서 우크라이나보다 확실한 우위에 있음에도 전장 투입을 자세하는 것을 두고 세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RUSI는 지난달 28일 '자취를 감춘 러시아 공군에 대한 의구심(The Mysterious Case of the MissingRussian Air Force)'이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먼저 러시아 항공우주군이 사용할 수 있는 정밀유도무기(PGM)이 부족하기 때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러시아는 시리아 내전에서 정부군을 지원할 때도 수호이(SU)-34만 PGM을 사용하고 다른 전투기들은 무유도 폭탄과 로켓을 사용했다는 것. 여기에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는 지상의 목표물을 감시 추적하는 '표적식별장비(Targeting Pods)'도 부족한 상황이라 러시아가 공중 지원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러시아 항공우주군이 자국 지상군의 지대공미사일(SAM)의 안전한 공조에 자신이 없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지상군이 우크라이나 영토내에 SAM 배치도 쉽지 않을 뿐더러, 제공권 확보를 위해 전투기를 대거 전장에 투입할 경우 피아식별이 잘 안되면서 아군 전투기도 격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RUSI는 "전투기와 지대공미사일 시스템을 복잡한 환경에서 동시에 운영하면서 아군을 공격하지 않고 적군만 공격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1990년 이후 발생했던 여러 교전에서 러시아를 비롯한 서구권 국가의 지대공미사일로 인한 아군의 피해는 문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는 러시아 항공우주군 소속 조종사들의 부족한 비행시간을 꼽았다. 러시아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항공우주군 전체의 연평균 비행시간은 평균 100~120시간으로 알려졌다. 전투기의 경우 일반적으로 헬리콥터나 수송부대보다 비행시간이 더 짧다는 것을 고려하면 전투기 비행시간은 100시간이 안 될 것으로 RUSI는 예상했다.
그에 반해 영국과 미국 공군의 연평균 비행시간은 180~240시간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다양한 전투태세를 준비하는 데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러시아의 전투기 조종사들의 100시간도 안되는 훈련시간으로는 우크라이나의 복잡한 교전 환경에서 전투기의 역량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제한하고 있다고 RUSI는 분석했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8년 동안 동부의 친러 분리주의 세력과 싸우면서 얻은 경험이 러시아와의 전쟁에서도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우크라이나 공군이 (러시아 공군에 맞서) 여전히 영공을 지키고 있다는 점이 자국 국민과 군대의 사기를 북돋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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