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러, 유엔총회서 '외교전쟁'…"무슨 미친 짓이냐" vs "우크라가 적대행위"
- 22-03-01
우크라 대사 푸틴 히틀러에 비유하며 "자살하고 싶으면 히틀러처럼"
러 대사 "우크라 먼저 돈바스 주민에 적대행위…서방-우크라 책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교전이 닷새째 진행 중인 가운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28일(현지시간) 유엔 무대에서 '외교 전쟁'을 벌였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소집된 이날 유엔 긴급특별총회에서 러시아의 침공을 강도높게 비판하며 전쟁 중단을 촉구한 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분리 독립을 요구하는 돈바스 지역 주민들에게 먼저 적대행위를 했으며, 러시아는 자위권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르게이 키슬리차 유엔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연설에서 "유엔이 탄생한 이래 처음으로 유엔 중심부에서 본격적인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벨라루스에 의해 용이하게 이 침략은 러시아 혼자서 시작했다는 것을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키슬리차 대사는 이번 전쟁은 도발되지 않았다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겨냥, "지금 벙커 안에 앉아 있는 누군가에 의해 선택된 것이다. 우리는 1945년 5월 베를린의 벙커에 앉아 있던 사람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푸틴 대통령을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아돌프 히틀러에 비유한 것이다.
키슬리차 대사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참전해 사망한 러시아 병사가 자신의 어머니와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라며 해당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키슬리차 대사에 따르면, 해당 병사는 모친에게 "난 훈련 중이 아니다. 우크라이나에 있다. 여기서 진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유감스럽지만 우리는 도시들을 폭파하고 있고 심지어 민간인들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는 그들이 우리를 환영할 것이라고 들었다. 그들은 우리 장갑차 밑으로 몸을 던져 우리가 통과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우리를 파시스트라고 부른다. 이것은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눈시울을 붉힌 키슬리차 대사는 이번 러시아의 침공이 2차 세계대전의 시작과 유사하다면서 "우리가 오늘 총회장에 오는 동안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제2 도시인 하리코프의 주거 지역에 다연장 로켓발사기로 포격을 퍼부었다. 무고한 민간인들이 죽거나 다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키슬리차 대사는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의 핵무기 운용 부대의 경계태세 강화 지시를 내린 후 글로벌 안보에 대한 위협 수준이 제2차 세계대전과 비슷하거나 더 높아졌다"면서 "이게 무슨 미친 짓이냐"라고 직격했다.
그는 "만약 그(푸틴 대통령)가 자살하고 싶다면 그는 핵무기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면서 "그(푸틴 대통령)는 1945년 5월 베를린에 있던 한 남자가 벙커에서 했던 것, 당신이 보았던 것을 해야 한다"고 맹비난했다.
키슬리차 대사는 "만약 우크라이나가 살아남지 못한다면 국제평화와 유엔 역시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살아남지 못한다면 그다음으로 민주주의가 무너져도 우리는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이제 행동해야 할 때다. 자유와 안보를 위해 궁극적인 대가를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도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에 맞서 곧바로 바실리 네벤쟈 주유엔 러시아 대사가 연단에 섰다. 네벤쟈 대사는 "러시아의 행동이 왜곡되고, 좌절되고 있다"며 "또한 미디어매체와 소셜 네트워크를 사용해 믿을 수 없는 가짜뉴스가 확산되고 있어 충격적"이라고 주장했다.
네벤쟈 대사는 "현재의 위기의 근원은 민스크 협정 하의 직접적인 의무를 다년간 방해하고 어긴 우크라이나의 행동에 있다"면서 "러시아가 적대행위를 시작한 게 아니다. 적대행위는 우크라이나 당국이 돈바스 주민들을 상대로 먼저 저지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불이행으로 민스크 지역 문제를 해결할 가망성이 낮아지면서 푸틴 대통령이 특별 군사작전을 수행하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작전의 목표는 우크라이나 정부로부터 8년간 고통과 대량학살에 시달린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이며, 우크라이나를 비무장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별 군사작전을 통해 러시아는 핵무기 접근을 열망하는 한 정권(우크라이나)으로부터 자위권을 행사하고 있다"면서 "러시아는 민족적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유엔의 목적과 원칙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음 세대들이 전쟁의 재앙을 겪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네벤쟈 대사는 민간인 위협과 관련해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민간인에게 위협이 가하지 않는다"면서 발전소를 비롯해 기반시설 등에 대한 법과 질서가 지켜지고 있다고 강변했다.
그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의 책임은 서방의 동료들 뿐만 아니라 현 우크라이나 정부에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에 앞서 가장 먼저 연단에 오른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러시아가 핵무기 운용 부대의 경계태세를 강화한 것은 무서운 일"이라면서 "핵분쟁에 대한 생각조차도 결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경고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 사망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직접 대화를 통해 "즉각 전투를 멈추고 외교적 해결을 향한 길을 찾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회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전날 긴급특별총회 소집안을 의결함에 따라 개최됐다.
최근 안보리에서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내용의 결의안 채택이 무산되자 총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의 주도로 열린 것이다.
긴급특별총회는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로 인한 안보리 기능 마비에 대처하기 위한 회의 방식으로 1950년 한국전쟁 이후 11번째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국제 여론을 감안하면 이번 긴급특별총회에서 러시아 규탄 결의안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지만, 안보리 결의와 달리 총회 결의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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