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과 함께 하는 서북미 좋은 시-문창국] 겨울 색
- 22-02-28
문창국 시인(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지부 회장)
겨울 색
나무에 매달린
가을의 흔적을 지우려고
바람까지 나섰습니다
12월
나무도 대지도
회색 옷을 입었습니다
길고 긴 회색의 날들 위에
칼바람이 기승을 부렸습니다
회색이 무료해지면 회색위에
흰색으로 덧칠해보기도 하였습니다
겨울동안 거칠어진 손
칼에 베었습니다
붉은 피가 나왔습니다
회색의 겨울 속은
이미 동백꽃 피는 봄이었습니다.
<해설>
좋은 시는 진지한 주제의식과 그것을 표현하는 적절한 이미지의 구축에 있다. 이 작품 속에서 시인은 자아실현을 위해 고난을 극복하는 치열한 정신을 시적 주제로 구축하고 있다.
추운 겨울 거칠어진 손이 칼에 베어 선혈을 흘리는 동백나무에서 그는 자아완성의 투혼을 천착하고 있다. 동백나무의 붉은 피는 희생을 통한 자아 승리의 표상인 꽃의 이미지이다.
여기서 주목되는 점은 겨울바람이 칼의 이미지로 그리고 동백꽃이 겨울속 봄의 이미지로 형상화된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작품은 곤고한 상황에 대항하여 자아를 성취하는 치열한 시정신이 참신한 이미지들로 표출되어 있다는 점에서 높은 문학적 위의를 확보하고 있다. 김영호 시인(숭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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