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코앞인데 4일째 운전…차량 밀려 한 시간에 겨우 100m 이동"
- 22-02-27
우크라 교민 탈출 4일째…앞뒤차 쪽잠깨워가며 운전"
인터넷 사용 감지되면 폭격한다는 '가짜뉴스' 돌기도
"인터넷 사용량이 많은 곳에 (러시아군이) 폭격할 위험이 있다는 말까지 퍼졌어요. 다행히 우크라이나 정부가 가짜 정보라고 하네요."
27일(현지시각) 키예프를 떠나 4일째 피난 중인 김재원씨(39)가 거의 하루 만에 소식을 전해왔다. 김씨는 휴대전화 사용량이 많은 곳에 공습 위험이 높다는 내용을 담은 18초짜리 영상과 "당분간 연락 못할 것 같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끝으로 전날부터 연락이 끊긴 상태였다.
비자 문제를 해결하느라 대피가 늦은 김씨는 폴란드 국경을 코앞에 두고도 4일째 도로 위에 발이 묶여있다고 했다. 김씨는 "(현재) 한 시간에 100m 정도 국경 검문소를 향해 이동 중"이라며 "앞뒤 차들과 유대감이 조금 생겨서 잠이 들면 서로 깨워가면서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시각으로 27일 낮 12시 기준 폴란드와 국경을 맞댄 메디카 국경 검문소까지는 11㎞가 남아 있다. 23시간동안 겨우 3㎞ 이동한 셈이다.
폴란드 국경에 피난민이 몰리면서 정체는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 김씨가 보낸 사진 속에서는 피난을 떠나는 차들이 수백m 앞에서부터 긴 줄을 이루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름이 다 떨어진 차를 갓길에 대고 걸어서 이동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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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현지인들이 메디카 국경검문소로 이동하다 잠시 쉬고 있다. (독자 제공)© 뉴스1 |
피난이 48시간째 이어지자 체력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차가 움직이질 않아 차를 세워두고 족구를 세 게임 정도 해도 될 것 같다'고 농담하거나 '긴장한 상태라 아직 피곤한 줄 모르겠다'고 소식을 전하던 전날의 여유도 사라졌다.
김씨는 "곧 러시아가 총공세를 펼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매일 밤이 고비였지만 오늘 밤은 더욱더 큰 고비가 될 것 같다"며 "우리 국민들이 관심을 많이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24일 오전 6시 5년간 살던 키예프를 떠났다. 자동차로 12시간을 꼬박 달려 우크라이나 서부 리비우에 도착한 뒤 잠시 숙소에 머무른 시간을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쉬지 않고 운전 중이다. 그가 떠나온 키예프에선 현재 격렬한 교전 소식이 전해진다.
출발 당시 예상대로라면 김씨는 한국 시각으로 전날 새벽 6시쯤 이미 폴란드 국경 검문소에 도착해야 했다. 지난 41시간 동안 이동한 거리는 12㎞에 불과하다. 국경 검문소까지는 앞으로 11㎞를 더 달려야 한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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