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중국은 정당, 한국은 실격 "기준이 뭐야"…도 넘은 편파 판정
- 22-02-08
쇼트트랙은 많은 변수를 내포하고 있는 종목이다. 기본적으로 미끄러운 빙판 위에서 펼쳐지는 짧은 구간 레이스라 선수 간 접촉이 잦고 넘어지는 일도 빈번하다. 고의성 없는 충돌이라도 상대의 주행을 방해할 경우 실격 처리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의 황대헌(강원도청)과 이준서(한국체대)는 레이스 중 상대와 별다른 충돌이 없었음에도 실격이라는 결과와 마주했다. 공교롭게도 한국의 탈락으로 수혜를 입은 이들이 모두 중국 선수였으니 논란은 더 커졌다.
7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경기는 편파 판정으로 얼룩졌다.
예선에서 올림픽 기록을 새로 쓰는 등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힌 황대헌(강원도청)은 준결승에서도 완벽한 레이스를 펼쳤다.
초반에는 자리싸움에서 밀려 3위에 자리했으나 결승선 4바퀴를 남기고 절묘하게 인코스 공략에 성공하며 앞서 달리던 런쯔웨이, 리원룽(이상 중국)을 단번에 제쳤다. 선수 간 접촉은 없었고, 탄성을 자아내게 하던 완벽한 테크닉이었다.
황대헌은 1위로 레이스를 마쳤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레인 변경 반칙을 받으며 실격 처리됐다. 중국 선수들을 추월할 때 뒤늦게 레인에 진입했다는 판단이었다.
황대헌의 레이스는 정당했다. 런쯔웨이와 리원룽은 경기 내내 황대헌을 견제하기 위해 견고한 벽을 구축했는데 코너를 돌 때 순간적으로 인코스가 열렸고 황대헌이 이 틈을 파고 들었다. 중국이 황대헌을 놓친 셈이다.
황대헌에게 인코스를 내준 런쯔에이와 리원룽은 당황한 듯 다시 황대헌 뒤로 따라 붙었다. 마음이 급해진 리원룽은 왼손을 쭉 뻗어 황대헌의 다리를 슬쩍 건들기도 했다. 다분히 고의성이 보이는 행동이었다.
그러나 심판은 중국 선수를 지적하는 대신 정상적인 레이스를 펼친 황대헌에게 페널티를 줬다. 결국 3위로 들어온 리원룽이 결승에 올랐다.
이준서가 나선 준결승 2조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3위에 있던 이준서는 2바퀴를 남기고 류 사오앙(헝가리)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앞서 황대헌이 중국 선수들을 인코스를 공략할 때와 비슷한 방식의 추월이었다. 접촉은 없었다.
샤오앙은 이준서에게 자리를 빼앗긴 뒤 무리하게 속도를 올리다 자신의 스케이트 날이 얼음에 걸리면서 스스로 넘어졌다. 2위로 레이스를 마친 이준서는 결승행을 직감한 듯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했다.
그러나 이준서 역시 레인 변경 반칙으로 실격 처리 됐고, 3위로 들어온 우다징(중국)이 결승에 올랐다. 레인 변경 반칙 선언은 심판의 재량이지만, 보는 이들은 납득을 할 수가 없었다.
황당한 상황에 안상미(MBC), 박승희(SBS), 진선유·이정수(이상 KBS) 해설위원은 하나 같이 "실격이라 볼 만한 장면이 없다. 심판의 명확한 기준을 모르겠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중국 선수 3명이 오른 결승전 무대 레이스도 석연치 않았다. 류 샤오린(헝가리)은 런쯔웨이와의 선두 경쟁을 벌이다 간발의 차로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러나 샤오린은 주행 중 두 번의 반칙이 인정돼 옐로카드를 받아 실격 처리됐다. 심지어 런쯔웨이는 결승선을 앞두고 샤오린을 향해 지나치게 손을 썼음에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다.
거의 붙잡아 쓰러뜨리려 했던 런쯔웨이의 행위는 축구 경기에서도 허용되지 않을 만큼 과격했지만 심판은 묵과했다. 만약 타국 선수가 중국 선수를 향해 런쯔웨이와 같은 행위를 했더라면 동일한 판정이 나왔을리 없었다.
헝가리 매체는 "런쯔웨이는 결승선을 앞두고 샤오린을 두 손으로 뒤로 당겼다"며 "그러나 심판은 샤오린에게만 옐로카드를 부여했다"고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내놨다.
이번 올림픽에서 중국의 텃세는 어느 정도 짐작됐던 부분이다. 산전수전 다 겪은 쇼트트랙 대표팀의 맏형 곽윤기는 "중국 선수들과는 스쳐도 안 된다"며 이미 경계심을 드러냈을 정도다. 예상했고, 선수들도 각오를 했으나 도를 넘는 수준이다.
앞서 5일 열린 혼성계주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있었다. 당시 중국은 준결승에서 3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으나 2위 미국이 실격 처리되며 어부지리로 결승에 올랐다.
준결승에서 중국은 주자 교대 시 한 차례 터치를 못한 장면도 포착됐지만 페널티를 받지 않았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땄다.
잣대가 동일하지 않다. 중국 선수는 문제되지 않는 플레이가 한국 선수들에게는 실격의 이유라니 선수들 입장에서는 괴로운 레이스다. 홈 텃세도 정도라는 게 있는데, 베이징 올림픽은 지나치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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