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 없으면 걸리는 감기 같은 것"…코로나 3년 '확진자 낙인' 사라진다
- 22-02-04
"처음엔 욕먹을까 두려웠지만 지금은 감기 정도로 생각"
"확진자 많아도 그러려니"…전문가들 "위드코로나 길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고 있다. 코로나19가 국내에 처음 상륙했던 2020년 초에는 확진자 앞에는 번호가 붙었고 나이와 성별, 국적, 동선이 국민 앞에 공개됐다. 아파트 단지나 직장 등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뒤에서 수군대는 이들도 많았다.
하지만 코로나19가 3년째에 접어들면서 확진자에 새겨지던 '죄인'이라는 '주홍글씨'도 점차 옅어지면서 확진자를 향한 시선도 바뀌고 있다.
그사이 전파력은 5~6배 강해졌지만 2%대 후반까지 치솟았던 치명률은 인플루엔자(감기) 수준(0.1%)인 0.16%까지 낮아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포항에 사는 직장인 강민재씨(27)는 4일 뉴스1과 통화에서 "전에는 코로나19에 걸리면 직장 내 왕따까지 발생했기 때문에 혹시 내가 걸리면 회사에서 욕먹을까 불안했다"며 "그러나 이제는 평생 살면서 감기 한번 안 걸리는 사람 없듯 코로나19도 한번 걸려야 끝나려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고 말했다.
마포구에 사는 직장인 정영한씨(27)도 "전에는 코로나에 걸리면 주변에 큰 피해를 주고 주의깊지 못한 사람으로 낙인찍힐 게 두려워 조심스러웠는데 지금은 약간 재수가 없었던 것으로 여기는 것 같다"며 비슷한 의견을 냈다.
코로나19 집단감염을 우려했던 학부모들도 이전처럼 안절부절못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직장인 신모씨(38)는 최근 아이가 다니는 학교와 학원에서 확진자가 나와 검사를 받았다. 신씨는 "코로나19에 걸리더라도 걸린 아이 잘못이 아니라는 식으로 인식이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2020년에는 개인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잘 안 지켜 감염된다는 인식이 강해 누가 걸리더라도 굉장히 불편해하는 시선이 많았다"면서 "그러나 작년부터는 감기에 걸리는 것과 비슷하다는 인식이 생겼고 지금은 전파력 강한 오미크론 때문에 누가 걸려도 이상하지 않은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주부 신모씨(60)는 "처음에는 중세 흑사병처럼 전염되면 죽는 병인 줄 알고 무서웠는데 이제 마스크를 쓰고 손 소독 잘하면 비껴갈 수 있다는 걸 알게 돼 두려움이 처음보다 덜하다"면서 "확진자가 1만, 2만명이라는 뉴스를 봐도 그러려니 생각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코로나19는 감기'라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100만명 규모의 남성 패션 커뮤니티에는 "KF94 마스크를 쓰고 코로나19에 걸린 사람도 있고 덴털 마스크를 착용하고도 안 걸린 사람이 있고 그냥 운 나쁘면 걸리는 것 같다"는 글이 올라왔다.
한 맘카페에는 "감기 정도의 감염병 때문에 국민 분열이 일어나고 비정상적인 생활을 하는건 아닌지"라는 글이 게재되기도 했다. 코로나19에 대한 생각이 크게 바뀌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 글에는 "점점 감기 같은 기분이 든다. 일반 독감도 건강이 좋지 못한 분들에겐 독이 되듯이 언젠가 감기바이러스로 자리잡을 것 같다"거나 "독감으로 많이 사망하고 있지만 독감 백신 안 맞았다고 일상생활 안 한 적 있나? 조심은 하되 일상을 막진 말고 마스크와 개인방역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본다" 등 동의하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전문가들은 중증화율·치명률이 낮은 오미크론이 확산하는 지금이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로 접어드는 길목이라 진단했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낙인은 기본적으로 사회적 두려움에 기초한다"면서 "내가 저 사람으로 인해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낮아지면 상대적으로 확진자에 대한 태도에서 두려움이 덜해지고 그만큼 낙인 효과도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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