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아버지·50대 아들의 비극…팬데믹 후 고독·고립 日사회문제로
- 22-01-30
[홀로 맞은 임종]일본, 지난해 고독·고립 대책실 출범
40~64세 고독사 비율 44%…시민단체 예산 660억 배정
"아무리 노력해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몰릴 때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그럴 때 누군가와 상의해 고민을 털어놓는다면 상황이 조금이나마 나아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일본의 고독·고립 대책실을 이끄는 노다 세이코(野田聖子) 장관은 지난해 11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이 같은 메시지를 제시했다. 일본 정부는 같은 해 2월 총리관저 내각관방 산하의 고독·고립 대책실을 신설했다.
이곳에서는 고독사·극단 선택·코로나 블루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대표적인 사회문제로 떠오른 고독·고립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중장년 히키코모리 61만명
세계 최고 고령화율을 보이는 일본은 사실 고독사 문제에 가장 먼저 주목한 나라다. 2010년엔 일본 공영방송 NHK의 '무연사회(無緣社會)' 다큐멘터리가 큰 반향을 일으켰다. 무연사회란 '연이 없다'는 문자 그대로 홀로 살아가다 홀로 사망하는 사회를 의미한다.
그동안 일본 정부의 고독사 대책은 독거 노인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장년 고독사의 위험신호를 감지해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일본소액단기보험협회가 발표한 '고독사 현황 리포트'에 따르면 2015년 4월~2020년 3월 일본에서 발생한 고독사 사례 4488건의 평균 연령은 남성 61.6세, 여성 60.7세로 65세 미만 비율이 전체의 절반 이상(52.0%)을 차지했다.
이 중 연령이 불분명한 데이터를 제외한 4188건 가운데 29.3%가 40·50대였고, 65세 미만 고독사 사례 중 20·30대를 뺀 수치를 계산하면 전체의 약 44.2%가 40~64세 중장년층 고독사였다.
![]() |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
특히 20·30대에서 주로 나타났던 고독사 위험군 '은둔형 외톨이' 현상이 중장년층까지 확산해 우려가 높다. 일본 내각부가 실시한 '중장년 은둔형 외톨이 실태조사'에 따르면 40~64세 은둔형 외톨이는 61만3000명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약 33%가 부모의 수입에 의지해 생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른바 '8050(하치마루 고마루)'문제다. 80대 고령의 부모가 50대 은둔형 외톨이 자녀를 부양한다는 뜻이다.
8050은 부모와 자녀가 동시에 고독사하는 비극으로 이어지고 있다. 2020년 5월 아이치현에서 87세 아버지와 55세 아들이 숨진 채로 함께 발견됐고, 2019년 11월 도쿄도 히가시무라야마시에서는 80대 어머니와 40대 아들이 함께 사망한 사건이 알려져 일본 사회에 충격을 줬다.
◇'괴로워도 누구에게 말하지 않는다'
지난해 10월15일 일본 정부 주최로 '고독·고립에 관한 포럼 테마 중장년층'이 열렸다. 교수와 의사, 사회복지사, 시민운동가 등이 모여 관련 대책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특히 타카기 카나(高城 佳那) 시즈오카 산업대학 경영학부 교수는 시즈오카현 후지시의 '수면 캠페인'을 소개해 주목을 받았다. 중장년 남성을 대상으로 한 이 캠페인은 환자가 일반 병원을 찾아 불면증을 호소하면 정신과 의사를 연결해 우울증을 조기에 예방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남성은 여성에 비해 죽고 싶은 기분이 들거나 괴로워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죽음에 이르는 경우가 많았다'고 타카기 교수는 전했다.
일본 정부는 이 같은 지적들을 수용해 비대면 상태에서도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채팅 서비스를 도입했다. 현재 고독고립대책실이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관련 맞춤형 핫라인(직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테면 '여러분이 고민하는 일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의식주→주거→월세를 지불할 수 없다→소득이 없거나 감소' 보기를 차례로 누르면 주거 확보 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거주지의 자립상담지원기관을 연결해 준다.
같은 질문에 '질병·중독/사회와의 연결 회복→술이나 도박 중독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고민을 요청하면 의존증 상담 거점 기관이나 보건소, 정신 보건 복지 센터를 안내한다.
![]() |
© News1 DB |
일본 정부는 고독·고립 대책 비영리 시민단체(NPO) 지원금 약 63억엔(약 660억원)을 올해 추가 경정 예산과 내년도 예산안에 배정하는 등 관련 지원금도 확대했다.
또 기초단체(시·정·촌)를 중심으로 자치회·반상회 등 주민 안전망을 구축해 주민들이 수시로 고독사 고위험 가구를 방문해 안부를 묻고 보호하고 있다. 주민뿐 아니라 공무원, 우유·신문 배달 업체, 가스검침원 등과 함께 고독사를 예방한다.
◇편의점 등 23개 기업과 고위험 가구 확인
후쿠오카현 후쿠오카시에서는 '지킴이 추진 프로젝트'을 통해 전기·가스·수도·신문·우유 판매점·택배 사업자·편의점 등 23개 기업과 함께 고위험 가구가 보내는 고독·고립 신호를 살피고 있다.
'지킴이 다이얼'을 운영해 고독사가 의심되는 주민 신고가 들어올 경우 365일 24시간 전화 대응,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는 현장에서 안부를 확인하고 있다.
시가현 야스시에서는 '생활약자 발견 긴급연락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집세 체납이나 신문·우편물이 쌓이는 등 위험 신호가 나타나면 부동산 관리 회사가 거주자의 상황을 확인해 본인 동의 하에 시청에 연락, 일자리를 소개해 주거나 채무정리를 돕는다.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각 부처 행정의 기초 자료로 삼기 위해 전국적인 고독·고립 실태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결과는 오는 3월 발표할 예정이다. 민관의 지속적인 관심으로 고독사 문제를 해결하려는 일본의 움직임을 한국 정부가 살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송인주 서울시복지재단 선임연구위원은 "일본에서 고립 문제는 중장년은 극단 선택, 노년층은 고독사를 중심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중장년까지 확대된 은둔형 외톨이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은 지역사회가 활성화돼 있는 나라"라며 "마을 만들기의 차원에서 이웃과 고립된 사람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의 사업이 운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독사 현장을 정리하는 특수청소업체 에버그린의 김현섭 대표는 "일본은 고독사 문제의 대선배"라며 "현지 지방자치단체는 우리나라 지차체와 비교해 고독사 관련 지원 자체를 많이 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 |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
어린 시절 일본에서 지냈다는 김 대표는 "가령 우리는 기초생활수급자라도 장례비만 지원하는데 일본의 경우 후처리 비용 지원금만 80만~100만원"이라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시애틀 뉴스/핫이슈
한인 뉴스
- 페더럴웨이 한국정원 ‘한우리 정원’ 10월 개장한다(영상)
- 미주한인의 날 워싱턴주 신임 이사장에 김성훈, 대회장 김필재(영상)
- [시애틀 수필-김윤선] 찬란한 빛의 밤
- [신앙칼럼-최인근 목사] 인생은 결단입니다!
- [서북미 좋은 시-김순영] 쉼미 좋은 시-김순영] 쉼
- 서은지 총영사 알래스카서 통일강연회
- 한국 우상임씨, 시애틀서 아코디언 1인극 펼친다
- 이장우 대전시장,경제사절단 이끌고 시애틀온다
- 오레곤한인회 주최 '2024 서북미 오픈골프대회'열린다
- [하이킹 정보] 시애틀산우회 22일 합동캠핑
- [하이킹 정보] 워싱턴주 시애틀산악회 22일 산행
- [하이킹 정보] 워싱턴주 대한산악회 22일 토요산행
- 시애틀레인FC 지소연선수 시애틀한인회관서 팬사인회한다
- 손준호ㆍ김소현 초청 한우리정원 후원음악회 열린다
- 시애틀지역 한인 차세대 리더들 AAPI LEAD 출범식 참석
- KWA대한부인회, 여름방학 청소년 아카데미 개설한다
- 시애틀한인회 22일 유급병가세미나 참석자에게 농구표준다
- 짓궂은 날씨속 제 74주년 6ㆍ25기념식 치러졌다(+영상,화보)
- 페더럴웨이 한인회 “어르신 여러분, 100세까지 건강하시길”
- 레드몬드 한식당‘본 설렁탕’슬러시 냉면, 삼계탕 개시
- 린우드 베다니교회 ‘여름성경학교’운영
시애틀 뉴스
- 워싱턴주 105세 할머니,83년만에 스탠포드 졸업했다(영상)
- 마라톤중 넘어진 시애틀여성, 1,310만달러 받는다
- 시애틀시내 중학교 두곳 학교서 핸드폰 사용금지
- 시애틀 다운타운 힐튼호텔 일본기업에 ‘헐값’에 팔렸다
- 벨뷰 갑부 트럼프 선거자금으로 100만달러 기부
- 시애틀서 다음달부터 ‘타이타닉 전시회’ 열린다
- 아마존 "비닐 포장재 95% 없애고 재활용 종이로 대체"
- 원숭이때문에 UW 영장류연구소장 결국 해임(영상)
- 시애틀지역 경찰관, 마약범 잡으려다 차에 깔려 중상
- '성희롱'의혹받았던 시애틀 전 경찰국장 "난 동성애자다"최초 고백
- 코스트코 주가, 조용히 올라 신고가 찍었다
- "보잉, 당국 눈피하려 '부적합' 737맥스 부품 숨겼다"
- "왜 이리 비싸" 커피 던진 남성…시애틀여사장, 망치 꺼내 차유리 '쾅'[영상]
뉴스포커스
- "홍콩반점, 젤리처럼 굳은 탕수육…백종원 점검한 거 맞나" 분노
- '화성 아리셀 화재' 시신 1구 마지막 수습…40대 한국인
- 방송 3법·방통위법, 국회 법사위 통과…野 강행처리에 與 반발
- 정부 "수련병원 안정화 필요…미복귀 전공의 6월 말까지 사직 처리"
- 전문가 "배터리 화재는 '마른 모래'…노트북·휴대폰 불, 뭐든 덮어 질식시켜야"
- "소송은 소송이고"…최태원 회장, 아들과 어깨동무 '다정한 투샷'
- 광화문광장에 '100m태극기'·'꺼지지 않는 불꽃'…국가상징공간으로 조성
- "취업자 늘었다"? 전일제 따져보니 5년새 39만명 '증발'
- 與전대 '핵무장론' 논쟁…羅"무장" 韓"잠재 역량" 元·尹 "한미 공조"
- 공무원 육아시간 '5세→초2' 확대…단축수당 지원도 늘린다
- 검찰, '전화방 운영·채용 돈거래 의혹' 정준호 의원 소환 조사
- 신혼부부 주거비 부담 던다…무자녀도 연소득 1억3000만원까지
- '해외직구 결제?' 금감원 사칭한 보이스피싱에 80대 노인 14억 이체
- 권익위, 김건희 명품가방 사건 종결 못해…일부 위원 서명 거부
- '펑 펑 펑' 전쟁터 같은 폭발음에 15초 만에 연기로 뒤덮여…22명 참사(영상)
- 화성 배터리공장서 화재로 22명 사망…'역대 최악' 화학 공장 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