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윤영목] “대구고보 시절 희비애락 뒤섞여”(운동권의 어제와 오늘-2)
- 22-01-25
윤영목(서북미 6ㆍ25참전 국가유공자회 회장)
“대구고보 시절 희비애락 뒤섞여”
귀국과 동시에 아버님은 모교인 경성의학전문학교 동창생들이 있는 서울에서 개업할 예정이었고 필자는 안암동 숙부님 댁에 머물면서 부근 경동중학교에서 2학년 과정을 수료할 수 있었다.
경동중학교는 일제시대 일본 정부의 내선일체(內鮮一體)정책에 따라 무학공립고등여자학교(현 무학여고)와 더불어 1940년 한일(韓日)공학 학교로 설립된 학교다. 일본의 패전으로 일본 학생들이 떠난 자리에는 북한, 일본, 중국 등지에서 몰려온 학생들로 채워졌으며 그 혼란기 와중에도 수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당시 서울은 해방직후의 무질서 상태로 수많은 외지동포 귀국인들은 물론 국내거주 일본인 출국자들로 아수라장을 이루고 있었다. 일본인들은 귀국 전 가재 정리를 위해 종로거리 공터에 각종 가구 등 재물을 팔고 있었으니 소련군이 점령하여 약탈을 일삼은 만주와 북한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광경이었다.
서울에서 적당한 병원 자리를 찾지 못한 아버님은 마침 대구의 일본인 소아과병원이 인수 가능하다는 전언을 듣고 그 일본인 병원장을 직접 만나 타협에 들어갔다. 그 병원장도 아버지와 같은 의사 출신을 찾고 있던 터라 서로 금방 합의에 이르러 우리 가족은 그 병원을 인수한 뒤 대구에 정착하게 됐다.
1946년 필자는 이곳에서 또다시 부친의 모교인 대구고보(현 경북고이며 당시 6년제 경북중) 3학년에 편입해 3~6학년 과정을 거쳐1950년 5월말 드디어 졸업하게 되었다.
대구고보에서 4년간은 그야말로 희비애락이 뒤섞인 일찍 경험해 보지못한 시련의 기간이었다. 그 당시 대구역전의 큰 벽돌 건물 앞에는 ‘남조선 로동당(남로당)’간판이 당당히 걸려있는 것을 기억하고 있다.
미국 군정의 느슨한 틈을 타 공산당 신봉자들로 구성된 남로당원들이 재빨리 기선을 잡고 있었다. 이들의 조직망은 사회전반 각계각층에 깔려 있었고 심지어 대학교와 중학교에까지 침투하고 있었다.
필자의 3학년 학급에도 남로당에 포섭된 소위 어린 ‘운동권’학생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이들은 휴식시간이면 동급생에게 ‘조선민주애국청년동맹(민애청)’ 가입을 권유하기도 했다. 필자에게도 한 친구가 다가와서 민애청 가입을 종용해왔는데 거절한 적이 있다. <3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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