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00달러 시대 도래하나…임금-인플레 악순환 위험
- 22-01-20
세계 중앙은행들이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인상 카드를 만지작 거리는 가운데 유가 100달러 시대로 복귀할 위험까지 커졌다. 100달러가 넘는 유가는 소비자들의 기대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을 끌어 올리고 임금인상 요구를 들끓게 할 수 있다. 그러면 중앙은행들은 긴축의 고삐를 더욱 강하게 조일 수 있다.
◇고유가로 임금-인플레 악순환 위험
국제원유 벤치마크인 북해 브렌트유는 지난해 50% 넘게 치솟았고 새해 들어서도 벌써 14% 뛰었다. 19일(현지시간) 브렌트유는 7년 만에 최고로 올라 배럴당 89달러를 넘겼다. 공급은 달리고 재고는 줄어든 상황에 주요 산유국들의 지정학적 불안까지 가중됐다. 골드만삭스는 올여름이면 브렌트유가 100달러를 넘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JP모간은 유가가 올해와 내년 각각 125달러, 15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유가가 지금보다 12달러 올라도 그 여파가 크지 않을 수도 있다. 인플레이션은 1년 전의 에너지 급등을 이미 반영했기 때문이다. 또 서방 경제국들은 친환경 정책에 힘입어 에너지 집약도가 다소 낮아졌다.
하지만 유가 100달러는 심리적으로 중요한 지점이기 때문에 이를 과소평가할 수 없다. 특히 소비자와 기업은 물론 정치인까지 수 십년 만에 최고로 오른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쏟아 내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세계 최대 경제국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7%로 40년 만에 최고에 달했다. 영국의 인플레이션 역시 30년 만에 최고로 오르며 에너지가 식품과 서비스 가격에 폭포효과를 내는지를 보여줬다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에너지 가격상승세가 둔화하지 않으면 유가는 인플레이션이라는 케이크의 체리가 될 수 있다고 피크테자산관리의 프레드릭 두크로제트 전략가는 로이터에 말했다. 유가가 화룡점정처럼 인플레이션을 정점으로 끌어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에너지 가격은 2차 효과를 낸다"는 점에서 올해 유가 상승은 지난해와 다른 수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상방위험으로 기울어져 있고 중앙은행들은 임금과 물가의 악순환적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씨티그룹의 인플레이션 충격지수는 유럽에서 수 년 만에 최고로 치솟았고 앞으로 인플레이션 지표들이 예상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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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CNBC웹사이트 |
◇ 바보야! 문제는 유가야!
유가가 100달러에 도달해 한동안 그 이상으로 지속되면 각국 정책은 대혼란에 빠질 수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올해 브렌트유가 77.5달러선으로 거래되며 2024년이면 69.4달러로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에 기초해 정책을 세웠다.
또 기업이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하거나 노동자는 임금 인상을 요구할 수도 있다. 이른바 유가의 2차 효과가 광범위한 인플레이션의 악순환을 유발해 중앙은행들이 더 공격적으로 긴축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로이터는 예상했다.
효과는 국가별로 상이할 수 있지만, 유로존의 경우 유가가 10% 오르면 인플레이션에 0.5%를 더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CES이포리서치가 지난해 11월 내놓은 연구에 따르면 유가가 100달러가 되면 2021년 말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이 전년비로 1.8%p 더하고 2022년 말 0.4%p 더해질 수 있다.
2차 효과가 이미 시작됐다는 주장도 있다. 미국은 완전고용에 근접해 지난달 시간당 임금이 0.6% 올랐다. 영국도 신규고용이 역대 최고에 달하는 가운데 연료비용 고통이 극심해지며 최저임금 인상을 검토중이다. 유로존에서는 임금상승 압박이 아직 표면 위로 올라오지 않았다. 하지만 유가 100달러는 지속적 인플레이션 환경을 조성해 더 높은 임금에 대한 요구를 촉발할 것이라고 소시에테제네랄의 요르게 자라요 시니어 전략가는 예상했다.
◇"올봄 유가에 달렸다"
ECB 내부에서도 긴축정책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며 머니마켓에서는 올해 말 ECB가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베팅이 나오고 있다. 이자벨 슈나벨 ECB 위원은 최근 오르는 에너지 가격으로 ECB가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검토를 그만두고 물가를 잡을 행동에 나서야 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겨울철 에너지 수요가 수그러들고 기온이 오르는 봄에 유가가 어디에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로이터는 전망했다. 전력 가격, 공급망 정체 등 다른 인플레이션 요인들이 완화할지는 앞으로 몇 달 안에 확인될 수 있다. 높은 유가로 소비가 줄고 성장이 둔화하면 에너지 수요는 스스로 조정에 들어가는 경향이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UBS자산관리의 마시밀리아노 카스텔리 전략본부장은 유가가 배럴당 60~80달러선에서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제네랄리보험자산관리의 안토니오 카바렐로 투자대표는 "인플레이션이 현재 각국의 공식 전망보다 높은 수준으로 통합되면 ECB를 포함한 세계 중앙은행들은 더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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