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수필-윤명숙] 은혜 아니면
- 22-01-03
윤명숙(워싱턴주 기독문인협회 회원)
은혜 아니면
2021년도의 마지막을 며칠 앞두고 하늘을 바라보며 새 하늘과 새 땅을 사모하며 기대해본다. 이 세상은 지금 산 넘어 산이라더니 신종 코로나가 또 퍼지며 삶을 위협하고 있다.
도대체 이 고난이 언제나 끝날지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웃과의 거리 두기가 이처럼 우리의 삶을 메마르게 할 줄이야! 마스크로 입을 막고 이웃과의 소통을 마음껏 못하는 세상에서 비통한 소식만 휩쓸고 있다.
마치 추풍낙엽처럼 사람의 고귀한 생명을 휩쓸어가며 소리도 없이 활동하는 어두움의 그림자, 그렇게 큰소리치며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릴 권세자들도 힘을 못쓰는 기막힌 현실 앞에서 삶에 허덕이며 눈물로 얼룩진 가여운 소식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사랑하는 가족이 세상을 떠나도 가보지도 못하는 안타까운 많은 사람, 내게도 1년 전에 타 주에 사는 언니가 노환으로 소천했지만, 끝내 가보지를 못했다. 안타까움에 그리움만 더해 가서 지난 날의 추억이 주마등처럼 펼쳐진다. 그러나 어린 시절의 즐거움보다 이민을 온 후의 추억이 압도적이다. 내 삶의 무게가 고국에서 삶보다 이민자의 삶의 세월이 더 길기 때문일까? 되돌아보니 아! 어떻게 지나왔을까? 아름다운 추억에 마음이 행복해지기도 하지만, 다시 그 길을 걸으라면 뒤돌아보지 않고 도망치고 싶은 순간도 있었다.
이민 초기에 심장병으로 인한 고통에서 기적으로 새 삶을 허락받은 기쁨도 잠시, 나의 삶에서 악연으로 인한 심적 부담이 나를 힘들게 했지만, 그때마다 인내를 배웠고 소망을 꿈꾸는 사랑을 배웠고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교훈도 배웠다.
아픈 사람을 고통 가운데 살아가는 사람을 이해하고 슬피 우는 사람의 마음에 공감하며 느끼는 그 모든 과정에서 우리를 향하여 사랑으로 감싸주시며 때리는 강한 사람보다는 약한 자의 마음을 위로하시는 크신 사랑 그 사랑이 있었기에 오늘의 나도 있음에 오늘이라는 선물에 더욱 고개 숙여 감사드리는 마음이다.
비 내리는 시애틀의 기후가 옷깃을 여미게 한다. 잠 못 이루는 시애틀의 밤에 많은 생각이 고개를 들지만, 이 시간에 마음을 어지럽히는 모든 잡념을 물리치고 하프타임을 가지고 고요한 심령으로 나를 보호하시며 희로애락을 나와 함께 하시고 쇠미한 나의 신음과 모든 것을 다 보시고 아시는 그 사랑 앞에 무거운 마음도 즐거움과 기쁨도 다 내려놓고 영육을 치료받는 이 시간 마음이 정결해지고 평안함으로 치유 받는 행복이다.
하늘 저편 내 본향으로 돌아갈 때까지 더욱 더 오늘을 허락하여 주신 귀한 선물에 감사와 영광을 올려드리며 비밀의 정원에 아름다운 꽃씨를 뿌려야겠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 아름다운 소망의 꽃 사랑의 꽃과 향기 나는 꽃으로 귀한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생명이 넘치는 동산을 꿈꾼다.
2021년에 코로나로 인한 모든 아픔을 쓸어가고 2022년엔 새 하늘과 새 땅이 열리는 희망으로 가득한 지구촌이 되어서 다음 세대에는 행복한 웃음소리가 퍼지는, 꽃보다 사람이 아름다운 세상이 오면 얼마나 좋을까?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누군가의 말처럼 이 땅에서 폭력과 도적과 폭언이 사라지고 우리의 어린 자녀들이 마음 놓고 배우며 꿈을 펼칠 수 있는 사랑이 꽃피는 나라가 임하시기를! 첫 눈이 떡가루처럼 소복소복 쌓이는 깨끗하고 포근한 풍경을 바라보던 어린 시절의 그런 마음으로 정감이 넘치는 새로운 세상을 기다려본다.
은혜가 아니면 오늘의 나도 없었기에 베드로 고백처럼 난 예수를 사랑한다오. 복음 송 가사를 마음 깊이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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