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中헝다 '제한적 디폴트' 선언…"세계최대 빚잔치 시작된다"
- 21-12-10
찻잔 속 태풍 그칠 듯…정부 관리형 채무조정 시작
중국 부동산개발업체 헝다그룹(에버그란데)의 파산이 드디어 공식 선언되면서 지난한 빚잔치의 대여정이 시작됐다. 헝다그룹의 채무는 3000억달러로 세계 최대다.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빚을 안고 있는 헝다그룹은 이제 중국 정부 주도하에 대규모 채무조정에 들어간다.
헝다 파산은 일단 찻잔 속 태풍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헝다 파산은 지난 수 개월 동안 예견됐고 정부 주도하에 질서있는 퇴진이 계획된 만큼 그 충격이 당장은 중국 부동산 시장 전체로 전염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피치, 헝다신용등급 '제한적 디폴트' 강등
국제신용평가업체 피치가 가장 먼저 헝다의 파산을 공식화했다. 9일 피치는 헝다그룹이 지난 6일 만기였던 달러채권 이자를 지불하지 않았다며 헝다채권의 신용등급을 '제한적 디폴트(채무상환불이행, 파산)'로 강등했다. 헝다그룹이 192억달러에 달하는 달러채권을 디폴트할 것으로 간주됐다.
많은 투자자들이 '대마불사'(too big to fail)식 구제를 기대했지만, 헝다는 부동산 과열을 막으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규제 단속에서 최대 피해자가 됐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올해 중국 기업들이 디폴트한 역외채권은 102억달러인데, 이 가운데 부동산 업계 비중은 36%에 달한다.
앞으로 수 개월 혹은 수 년간 이어질 수 있는 채무조정 끝에 헝다그룹 채권자들은 막대한 원금 손실이 우려되지만, 헝다파산이 9일 금융시장으로 전염됐다는 신호는 포착되지 않았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미 헝다 파산은 기정사실로 받아 들여지며 수 개월 동안 회자됐다. 게다가 중국 정부가 헝다 충격을 흡수할 만한 조치들을 취하면서 헝다의 질서있는 퇴로를 마련해줬다고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중앙은행 인민은행은 시중은행의 지급준비율을 낮춰 유동성을 공급했다. 또, 정부 기관들은 이제 부동산 규제를 완화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냈고 신용이 높은 건설사들의 경우 자금조달이 막히지 않도록 보장하는 조치들을 내놨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게다가 헝다그룹 본사가 위치한 광둥성의 지방정부가 주축이 된 위험관리위원회가 발족되면서 채무조정은 정부 관리하에 진행된다.
◇"대마불사식 구제는 없다"
헝다가 무질서하게 붕괴할 것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모면했지만, 중국 정부는 쉬자인 회장이 25년간 일궈낸 부동산제국 헝다를 구제할 의도는 전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인민은행의 이강 총재는 9일 홍콩의 한 세미나에서 사전 녹화된 비디오 영상을 통해 "헝다 상황은 시장의 이벤트"라며 "시장주도형 방식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 6일 인민은행은 헝다그룹이 "방만한 경영과 무모한 확장"으로 부채 위기에 직면한 것이라고 일갈했다.
결국 중국 최대, 세계 최대 빚잔치가 될 헝다그룹의 채무조정이 얼마나 원활하게 진행될지가 중요해졌다. 블룸버그는 "25년 전 쉬자인 회장이 시작한 부동산 제국의 붕괴가 시작됐다"며 "이제 남은 자산을 누가 얼마나 가져갈지를 둘러싼 지난한 전투도 발발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달러채권 투자자들이 헝다그룹 파산의 최대 피해자가 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예상했다. 중국 정부는 그간 헝다그룹 문제와 관련해 주택 분양자, 하청업체, 헝다그룹의 자산관리상품(WMP)을 매수한 개인투자자순으로 우선 보호한다고 분명히 해왔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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