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 없는 '집단휴진'…환자들 “언제까지 불안에 떨어야 하나”

신촌·강남·용산 세브란스 대부분 진료…실제 거의 정상 운영

환자는 휴진 예고에도 불안…의정, 청문 이후에도 평행선


연세대 의대 교수들이 예고대로 무기한 휴진에 돌입했지만 실제로 대부분 정상적으로 진료가 이어지면서 큰 혼란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교수들의 휴진 예고에 진료가 취소될까 불안에 떨 수밖에 없던 환자들은 "언제까지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야 하느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예고한 대로 세브란스 본원·강남세브란스·용인세브란스병원 소속 교수들은 전날부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갔다.


안석균 비대위원장은 뉴스1에 "(교수) 각자 선택과 결정을 존중하는 만큼 휴진율을 따로 파악하지 않는다. 다만 오늘내일 30~40% 정도 (휴진을) 진행한다는 보도를 접한 정도"라며 "앞서 설문 결과 70% 이상의 응답자가 휴진을 실천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교수들과 병원 측에 따르면 본원의 경우 외래 진료가 5~10% 줄어들었을 뿐 병원 상황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용인은 정상 진료를 했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개별 참가지 전체가 강제로 하는 건 아니어서 거의 정상진료라고 보면 된다"며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마음이 강한 분들은 그런 방식으로 의견을 표출하는데 대부분 병원들이 다 비슷하겠지만 개별 참가이다 보니 거의 진료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 같은 상황을 예상한 듯하다. 김국일 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도 연세대의대 교수들이 무기한 휴진을 시작한 날 오전 열린 중대본 브리핑에서 "정부는 대부분의 교수님들이 끝까지 환자 곁을 지켜줄 것을 믿는다"고 자신했다.


이는 그간 의대 교수들과 대한의사협회 등이 여러 차례 휴진을 예고하고, 실제 실행에 옮기기도 했지만 실제 참여율은 높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무리 실제 참여율이 낮다고 하더라도 휴진이 예고되면 환자들은 마음을 놓을 수 없게 마련이다.  


자신을 진료하는 의사가 휴진에 참여하면 진료나 수술이 밀리고, 혹여 휴진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예약이 밀리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을 계속 안고 지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만난 한 모 씨(54)는 "어제저녁에 정상 진료가 된다고 연락이 와서 부랴부랴 창원에서 올라왔다"며 "휴진한다는 소식 듣고 지난주에만 전화를 2~3번 했다. 직장에 연차도 내야 하고 지방에서 오니까 숙소도 잡아야 하고 이것저것 준비할 게 많은데 (휴진할까 봐) 불안했다"고 토로했다.


오는 8월 한 대학병원 진료를 예약해놓은 환자 B씨는 "암 전단계라고 진단받아 큰 병원을 예약한 상황인데 계속 이 사태가 이어지면 내 진료는 어떻게 될지 걱정"이라며 "정부는 환자들의 피해를 의사 탓만 하고 있는데 너무 지친다. 언제까지 불안감을 안고 살아야 하느냐. 제발 현실적인 해결 방법을 내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러한 환자들의 불안에도 의정 갈등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게다가 현재 휴진을 예고했다가 철회한 병원들도 완전한 '철회'가 아닌 '유예'를 선언한 상태여서 언제 또 휴진을 결의할지 알 수 없다. 여기에 서울아산병원은 다음달 4일부터 예고대로 일주일간 휴진을 강행하기로 하면서 환자들의 불안감은 점점 커져 가고 있다.


하지만 26일 국회서 열린 청문회에서도 정부와 의료계는 극명한 입장차만 확인했을 뿐, 청문회가 끝난 후에도 이들은 서로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되풀이하고 있다.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참석한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은 청문회가 끝난 직후 자신의 SNS에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은 이미 정부에 의해 철저히 붕괴돼 이제는 이 사태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 사태가 어떻게 끝나든 전공의와 의대생은 더이상 희망 없는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 등을 일관되게 이야기했다"며 "의협은 회원 보호를 위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국일 정책관도 브리핑에서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실행하지 못한 의료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며 "마지막까지 원칙을 지키는 흔들림없는 자세로 의료개혁을 완수할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이에 의료계 관계자는 "의료계와 정부 둘 다 국민을 볼모로 각자의 주장만 반복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화와 타협을 통한 문제 해결을 추진할 능력을 상실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정도라면 정치권에서 나서줘야 하는데 현재는 여야 모두 각 정당에 유리한 방식으로만 이용하고 있어 답답한 상황"이라며 "국민을 생각해 이 문제를 하루라도 빨리 해결할 수 있도록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뉴스포커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