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평 가게 전기료 월60만원…에어컨 못끄니 홀 전등 꺼둬요"

올여름 평년보다 덥다 예보…자영업자들 '냉방비 폭탄' 한숨


"20평 남짓 되는 가게인데 보통 한 달에 20만 원 나오는 전기료가 여름 되면 40만 원은 가뿐히 넘어요. 올해는 무조건 더 나올 거예요."


23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일대 한 카페에서 만난 이곳 사장 정 모 씨(30대)는 올해 여름이 두렵다. 날이 더울수록 손님이 줄어드는데, 한여름인 7월이 되기 전 벌써 덥고 습한 기운이 잔뜩 느껴지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지난달 3개월 전망을 통해 올여름은 평년보다 더울 것이라고 예보했다. 서울에선 21일 밤 서울지역 기상 관측 이래 가장 이른 열대야가 관측됐다. 올해 6월 이미 폭염일수가 가장 더웠던 해로 기록된 2018년을 넘어섰다는 소식도 나온다.


정부는 전기 사용량이 많은 여름을 맞아 올해 3분기 전기요금을 일단 동결했지만, 고물가 시대에 '여름 전기료 폭탄'은 자영업자들에게 버겁기만 하다.


신촌에서 20평대 규모 삼계탕집을 운영하는 김 모 씨(60)는 "여름 아닌 계절엔 전기료가 30만 원 정도, 여름에는 50만 원 정도가 나오는데 최근 전기료가 오르면서 60만 원이 넘게 나온다"고 했다.


김 씨는 "장사가 안되는 날엔 매출이 20만 원 나오는데 물가도 오른 상황에서 전기료가 60만 원이나 나오면 많이 부담된다"며 표정이 어두워졌다.


종로구 종각역 인근 50평대 2층 규모 고깃집 관리자인 30대 남성 장 모 씨는 "다른 계절엔 100만 원 정도 나오는 전기료가 여름에는 150만 원이 나온다"며 "고깃집은 에어컨이 생명이라 적게 틀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올해 물가도 더 올라갔는데 날도 더 더워져서 걱정"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손님이 오지 않는다고 해서 에어컨을 꺼놓을 수도 없는지라 전기료를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 가게들은 애를 쓰고 있다.


신촌에서 죽집을 운영하는 60대 여성 A 씨는 "경기가 안 좋아서 매출도 줄어드는데 여름이라 전기료도 더 들고 걱정이 많다"며 "에어컨을 안 틀 수는 없으니 홀에 있는 불이라도 일부 꺼서 허리를 졸라매고 있다"고 말했다.


매년 여름 기온이 올라갈수록 자영업자들의 한숨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지만 이렇다 할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정부에선 소상공인에게 한 차례 20만 원을 지원하는 '전기요금 특별지원 사업'(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지원 대상 기준이 '연 매출 3000만 원 이하'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카페 사장 정 씨는 "연 매출 3000만 원이면 한 달 매출이 250만 원 정도라는 건데 그냥 유령 가게"라며 "이상한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고깃집 관리자 장 씨도 "연 매출 3000만 원은 정말 작게 운영하는 가게가 해당할까 말까"라고 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원 사업을 당분간 지속하고, 폭염 기간에만 지원 사업 대상의 연 매출 기준을 현실화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며 "경기가 크게 위축되면서 영세 소상공인의 폐업 가능성도 지속해서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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