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가격 ’보고 투자? 부동산에 숨은 '패턴화의 함정' 피해야

요새 주변에서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KB국민은행 부동산에 따르면 5월 서울지역의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전세가 비율)은 53.4%다. 바닥권이었던 지난해 4월 50.8%에 비하면 제법 올랐다. 첫 조사 월인 1998년 12월부터 지금까지 306개월 평균 55.1%보다 약간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이전 고점인 2016년 6월 75.1%에 비하면 한참 모자란다. 아마도 집을 사기에는 그 당시가 가장 좋았던 때가 아니었던가 싶다. 시세 차익만 노리는 갭투자 마인드로 한정한다면 말이다. 집값의 25%인 세입자 보증금 지렛대로 엄청난 이익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파트값은 그 이후에도 계속 올라 2021년 10월에 가서야 정점을 찍었다. 2013년 1월부터 시작한 9년짜리 대세 상승기였다. 어찌 보면 단군 아래 최장기 상승장이었는지 모른다. ‘무릎에 사서 어깨에 팔라’는 증시의 격언이 아파트 시장에도 그대로 들어맞았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1년 10월 서울지역 아파트 실거래가격은 2016년 6월 대비 2.2 배가량 올랐다. 그만큼 전셋값 급상승이 매매가격을 강하게 밀어 올렸다는 것이다. 그런 학습효과 때문일까? 요즘도 각종 부동산 앱에는 아예 ‘갭 가격(매매가격-전셋값 차이)’ 항목이 별도로 있을 만큼 투자자들에게 전세가 비율은 중요한 지표가 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도 그 논리가 통할까? 인구감소, 소득 대비 비싼 집값, 심각한 가계부채, 여전히 높은 금리를 감안할 때 녹록지 않다. 10년 전보다 시장 체력이 약해 대세 상승장을 논하기는 힘들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전세가 비율 하나만 보고 집을 살지 말지 시점을 재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지방에선 전세가 비율이 높아도 아파트값이 잘 오르지 않는다. 지방(KB부동산 기타 지방 기준)의 경우 아파트 전세가 비율이 5월 현재 76%에 달한다.


아파트 전세가 비율은 앞으로 좀 더 오를 것이다. 이 비율이 높아지면 초기 투자 비용은 줄어든다. 그러나 만약에 상승 사이클이 과거처럼 길지 않고 짧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자산적 손실을 물론 출구(exit)를 찾지 못한 채 장기간 묶일 수 있다. 가격의 우상향 맹신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가뜩이나 우리나라 경제는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부동산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그 나라 경제 펀더멘탈의 또 다른 거울이다.


그동안의 투자 공식이 앞으로도 통한다는 보장이 없다. 사람들은 과거에 일어났던 일에서 규칙성을 찾아내 무리하게 패턴을 만드는 버릇이 있다. 그러니 ‘패턴화의 함정’에 빠지지 말라. 세상은 오히려 랜덤하게 움직일 수 있다. 우리 사회는 갭투자의 후유증으로 여전히 홍역을 앓고 있다. 갭투자를 해서 실패하면 나만 불행에 빠지는 게 아니라 세입자까지 불행에 빠트린다. 갭투자의 후유증이 깡통주택에서 그치지 않고 깡통전세로 연쇄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전세가 비율로 투자 여부를 얘기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투기 마인드 혹은, 단타 마인드가 아닌가 싶다. 어찌 보면 전세가 비율을 따지는 그 자체가 갭투자의 담론이다.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물건은 불황기에 사는 것이다. 실수요자 입장에선 시장이 회복기로 접어들수록 더 비싸게 구매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시세 추종자’보다는 ‘헐값 사냥꾼’ 마인드로 접근해야 한다. 무엇보다 가격 메리트가 중요한 가치판단이 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싸게 사면 모든 게 용서된다’, ‘싸게 사면 신도 용서한다’는 시쳇말을 귀담아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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