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풀린 5만 원권 위조지폐…사용 교사 기소됐지만

위조통화행사교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1심 무죄

실제 가짜 돈 사용한 범인 진술 계속 바뀌어…"앙심 품었을 가능성"


"가짜 돈밖에 없으니 나중에 갚아라. 내가 써봤는데 진짜 돈하고 똑같다."


5만 원권 위조지폐 12장, 총 60만 원. 이집트 출신 20대 남성이 자신의 지인에게 건넨 건 가짜 돈이었다. '영화 소품용'이라는 문구가 조그맣게 새겨진 위조지폐는 그렇게 시장에 유통됐다.


이집트인 A 씨(28·남)는 이 같은 '위조통화행사교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실제 시장에서 위조지폐를 사용한 B 씨는 A 씨가 시킨 일이라며 "시장에서 싼 물건을 사서 거스름돈을 많이 받아야 한다", "C 시장에는 폐쇄회로(CC)TV가 없다"고 팁까지 건네줬다고 수사 기관에 진술했다.


앞서 B 씨는 지난해 3월 서울 종로구 한 노점상에서 3000원 상당의 스카프 1개를 구매하면서 영화 소품용 5만 원권 위조지폐를 사용하는 등 총 4회에 걸쳐 가짜 돈을 쓴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그러나 A 씨는 지난달 서울북부지법 1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반전은 A 씨가 법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면서 벌어졌다. A 씨는 핼러윈데이 행사에서 뿌려진 위조지폐를 주워 모은 건 맞지만, 이를 꽃다발 형태로 만들어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선물하고, 보관해왔을 뿐이라고 진술했다.


또 B 씨가 결혼식에 쓸 꽃다발이 없다고 해서 이를 빌려줬을 뿐 위조지폐를 사용하라는 취지로 준 건 아니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A 씨 주장에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 A 씨의 주장은 일관된 반면, B 씨의 진술은 수사 과정에서 여러 차례 번복된 탓이다.


B 씨는 경찰에 체포된 당시엔 "인력사무소에서 위조지폐를 일당으로 받아 썼다"고 진술했다가 "2023년 3월 2일 A 씨로부터 위조지폐 3장을 받았다"고 번복했다. 또 해당 날짜에 A 씨 집 인근 CCTV에 자신이 찍혀 있지 않자 "2023년 2월 26일 A 씨로부터 위조지폐 12장을 받았다"고 또 말을 바꿨다. 또 자신이 5 만 원권 가짜 돈 12장을 받으면서 이를 진짜 돈 60만 원으로 갚기로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법원은 이 같은 B 씨 주장이 사회 통념상 이례적이라는 점, B 씨가 체포 이후 A 씨에게 도움을 요청하자 거절당한 이후 A 씨를 위조지폐 사용을 지시한 사람으로 지목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A 씨는 위조지폐로 장식된 꽃다발을 빌려준 사실밖에 없음에도 B 씨는 자신의 도움 요청을 거절당한 데 대한 원망의 마음에서 책임을 전가할 목적으로 A 씨를 위조통화행사 교사자라고 진술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검찰 측은 A 씨가 B 씨 체포 이후 휴대전화로 "5만 원 가짜 돈"을 검색한 점 등의 정황을 들어 A 씨의 혐의를 입증하려 했지만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자신이 갖고 있던 꽃다발에서 위조지폐를 빼내 가져갔다는 점이 불이익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걱정에 관련 검색을 해봤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는 지적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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