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 침체 언제까지…철강·시멘트, 생산 줄여도 재고 급증 '끙끙'

전방산업 악화로 건설자재 시황 악화 '도미노 현상' 우려

경기 회복까지 예상보다 장기화 전망…감산 조치 계속


건설 경기 장기 불황이 후방 산업인 시멘트와 철강 업계를 위기로 내몰고 있다. 신규 착공 현장 감소 여파가 대표 건설자재 기업에 직격탄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생산량을 줄이는 특단의 조치에도 제품이 팔리지 않으면서 재고는 하루가 다르게 쌓이고 있다. 


1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누적 주택 인허가 물량은 10만 2482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21.1% 줄었다.


최근 부동산 시장은 고금리와 경기 침체로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수익성을 담보하는 강남권 재건축 조합들도 시공사 찾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엔 시공능력평가 16위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구조 개선작업)을 신청해 부동산 위기론을 키웠다. 


전방 산업 부실은 대표적인 건축 자재인 시멘트 업계로 번졌다. 기업들은 저마다 생산량을 줄이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업계 1위 쌍용C&E(003410)의 올해 1분기 시멘트 생산량은 252만 1000톤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7.4% 줄였다. 같은 기간 한일시멘트(300720)의 생산량(슬래그파우더 포함)도 9.9% 감소한 243만 9000톤이다.


겨울철을 포함한 1분기는 통상적으로 시멘트 업계의 비수기로 불린다. 이때 기업들은 정기 보수에 돌입하고 생산량을 조절한다. 올해는 건설 경기 악화로 보수 기간을 예년보다 길게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생산량 축소와 달리 재고자산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시멘트 업계가 예상한 건설 경기 침체 수준이 예상을 훨씬 웃돌고 있어서다. 쌍용C&E의 1분기 재고자산은 2866억 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8.7% 늘었다. 같은 기간 한일시멘트의 재고자산도 5.9% 증가한 1376억 원이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건설경기 불황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며 "친환경 설비 투자에 필요한 비용 부담까지 더해져 올해 호실적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대표 건축 자재인 철근 재고도 쌓이고 있다. 철강 업계가 추정하는 국내 1분기 재고량은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한 66만 톤이다. 같은 기간 철근 생산량이 13.9% 줄었지만 건설 경기 침체 여파가 상당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기업은 고객사와 계약한 물량을 제때 판매하지 못하고 있다. 철근 업계 1위 현대제철(004020)은 지난 2022년 6월 철근 82만 6000톤을 수주했다. 납기일은 지난달 8일까지였다. 하지만 14만 1000톤에 달하는 물량이 수주 잔고로 남았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2782억 원 규모다.


이들 기업의 재고자산은 증가 추세다. 현대제철의 1분기 재고자산은 6조 5400억 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5% 늘었다. 같은 기간 동국제강(460860)의 재고자산도 1% 증가한 6044억 원이다.


철강 업계는 생산량 감축을 한동안 이어갈 방침이다. 현대제철은 지난 2월 시작한 인천 철근 전기로에 대한 특별 보수를 진행 중이다. 이달 동국제강도 인천 전기로 공장을 야간에만 운영하기로 했다. 생산량을 줄이는 동시에 값싼 전기료로 원가를 낮추기 위한 결단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시황 반전에 대한 기대가 없는 만큼 당분간 생산량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계획"이라며 "업계 1·2위가 사실상 감산에 돌입한 만큼 다른 기업들도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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