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이고 댄스'·'여아 조기입학'까지…황당한 '저출산 대책' 봇물

"개인의 의견" 선 긋고, 해당 '댄스' 행사는 중단

전문가 "저출생 정책 희화화로 진지한 고민 가로막을 수 있어"


저출생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가운데, 최근 괄약근에 힘을 줘 근육을 강화하는 일명 '쪼이고 댄스', 여성 1년 조기입학 제안 등 황당한 대책이 잇따라 나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저출생 대책이 일부 희화화되면서 정작 대안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가로막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6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국책연구기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이 발행한 간행물에 실린 저출생 제언 중 하나로 제시된 '여야 조기 입학'이 논란이 됐다. 해당 보고서를 쓴 연구원은 남녀 간 발달 속도 차이를 고려해 여아를 1년 조기 입학시키면 적령기 남녀가 서로 더 매력을 느낄 수 있게 돼 출생률 제고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여아의 조기 입학이 남녀 교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인 근거, 효과는 제시되지 않은 황당한 주장이란 지적이 이어졌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조세연은 "필자 개인의 의견으로 본원의 공식 의견이 아니다"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남아의 발달 과정에 맞추기 위해 여아는 1년 더 빨리 입학시키자는 주장은 여성을 수단화, 대상화하는 대단히 성차별적인 시각"이라며 "요즘 20대, 30대가 교재를 안 하고 결혼을 기피하는 이유가 취학 연령 때문인지 인과 관계가 있다면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세연이 '개인의 의견'이라고 밝힌 데 대해서도 "국책연구기관 격에 맞는 보고서인지 사전에 검토를 충분히 할 수 있었는데, 대단히 무책임한 설명"이라고 말했다.


김영미 동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왜 결혼이 늦어지는가?'에 대한 맥락은 없고 결혼 연령이 늦춰지고 있는 현상만 보고 내놓은 제언 같다"며 "결혼 연령이 늦어지는 것에는 구조적인 원인이 있다는 걸 들여다보자는 목소리가 먼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김용호 서울시의원(국민의힘)이 최근 괄약근에 힘을 줘 골반 근육을 강화하는 '케겔 운동'을 '시민건강 출생 장려'라는 취지로 홍보한 것 역시 논란이 됐다. 행사는 하이컨디션국민운동본부 등이 주관하고 서울시 등이 후원했다.


김 의원은 "자궁이 건강하고 몸도 건강하고 마음도 건강해지다 보면 출생하는 데 있어서 가장 좋은 조건이 될 수 있다"며 "결혼 후 아기를 가질 때 더 쉽게 임신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20일 서울시 본회의에서도 이 운동을 소개했다.


이 운동은 당초 이달 28일까지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논란이 거세지자 잠정 중단된 상태다. 행사 주관 측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처음에는 시민들의 장 건강에 도움을 주고자 좋은 취지로 기획했는데 여러 가지 효과 중 '저출생'을 언급한 것이 논란이 돼서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저출생 문제를 가볍게 여기게끔, 예를 들어 '뭘 해도 저출생 문제는 해결이 안 되는구나' 이런 식의 여론이 형성되면 저출생 문제 전반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나오는 걸 가로막을 수 있어 우려스럽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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