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육군훈련소장 "'훈련병 얼차려 사망' 전적으로 군 잘못"

고성균 전 소장 "규정‧지침 무시한 군기훈련이 문제 핵심"


최근 육군 제12사단에서 발생한 훈련병 사망사건과 관련해 고성균 전 육군훈련소장(66·예비역 소장)이 "이번 일은 육군이 입이 10개라도 할 말이 없다"며 "전적으로 육군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고 전 소장은 지난달 31일 유튜브 채널에 게시한 '전직 육군훈련소장이 본 훈련병 순직 사건'이란 동영상에서 "육군에는 '육군 규정'이 있는데, 육군 규정을 중대장이 지키지 않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고 전 소장은 "(육군) 규정에 군기 훈련을 할 땐 완전군장은 할 수 있지만 뜀걸음, 구보는 하지 못하게 돼 있는데 (이번 사건에선) 그걸 지키지 않았다"며 "군기 훈련이란 게 과거 '얼차려'고 했던 거다. (이번 사건은) 전날 밤 좀 소란스럽게 떠들었다고 해서 완전군장으로 얼차려, 군기 훈련을 시켰다는 얘긴데, 그게 과연 군기 훈련 대상이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숨진 훈련병이 완전군장 차림의 구보에다 선착순 달리기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선착순'은 과거 일제강점기 일본군의 잔재라며 "군대 내에서 한참 전에 없어졌는데 어떻게 이번에 이뤄졌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고 전 소장은 "더 안타까운 것은 (숨진) 훈련병이 (군에) 들어온 지 9일밖에 안 됐다는 것"이라며 "신체적으로 단련이 전혀 안 돼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고 전 소장은 "그런 상태에서 군기 훈련을 하다 동료가 중대장에게 '몸 상태가 안 좋은 것 같다'고 보고했을 텐데도 불구하고 그걸 전혀 체크하지 않고 (군기 훈련을) 계속했다는 건 그 간부의 자질이 대단히 의심스럽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군인을 만들기 위한 훈련소이고, 부대는 적과 싸워 이기기 위한 조직이지만, 군인이기 전에 한 인간으로서 간부들이 장병들을 한 인격체로 대해야 한다며 "(이번 사건은) 그런 생각 없이 단순히 조직이란 큰 기계의 부품 하나로 생각한 결과가 아닌가 하는 안타까운 심정이 든다"고도 말했다.


고 전 소장은 '중대장이 여자라서 이런 사건이 일어났다'는 취지의 주장에 대해선 "이건 남녀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며 "규정된 군기 훈련 지침을 무시하고 임의대로 무리하게 군기 훈련을 시킨 게 문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간부들의 리더십을 향상할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하고, 개인 생각이 아니라 육군 규정과 그 위에 있는 법에 따라 부대가 지휘가 될 수 있도록 운영해야 이번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강원 정선군 출신의 고 전 소장은 1978년 육군사관학교 38기로 입교해 육사 생도대장, 31보병사단장, 2작전사령부 참모장, 육군훈련소장, 육군사관학교장 등으로 근무했다.


이에 앞서 훈련병 A 씨는 지난달 23일 12사단 신병교육대대에서 다른 훈련병 5명과 함께 군기 훈련을 받던 중 쓰러졌다. 이후 A 씨는 민간병원으로 응급 후송돼 치료받았으나 상태가 악화해 이틀 만인 지난달 25일 오후 숨졌다.


군 수사당국은 A 씨 등에 대한 얼차려를 지시한 중대장 등 간부 2명에게 A 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보고 지난달 28일 관할 경찰인 강원경찰청에 이 사건을 이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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