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복사 광풍]'도박판'된 암호화폐 시장…2030세대 몰리는 이유는?

암호화폐 투기 광풍이 거세다. 2017~2018년 대한민국에 불어 닥친 '가즈아 열풍'을 압도하는 수준이다. 코인에 투자금을 넣으면 넣은 만큼 돈이 복사된다고 해서 '돈복사'라고 불릴 정도다. ‘한탕’을 노리고 불나방처럼 너도나도 투기열풍에 뛰어든다. ‘도박판’이 따로 없다.  /편집자註

 

시장 과열 인지하면서도 '돈복사' 막차 타려는 2030세대

코로나19 이후 몰려든 유동성 자금이 암호화폐 투자 과열 배경

 

수익률 6768%. 투자를 넘어 '돈복사'가 되고 있다. 최근 암호화폐 시장을 둘러싼 얘기다.

재미로 만든 '도지코인 열풍'은 현재 암호화폐 시장의 과열된 열기를 상징한다. 인터넷 시바견 '밈'에서 따와 장난처럼 만든 이 암호화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한마디에 가치가 급등했다.

전문가들의 '묻지마 투자' 경고에도 가격은 계속 치솟았고, 2017년~2018년 '비트코인'을 경험한 2030세대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이들은 지금의 시장이 과열됐다는 점을 인지하면서도 '막차'를 타기 위해 암호화폐 투자에 뛰어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불안정한 미래에 '돈 복사' 나서는 2030세대

"사실 블록체인 기술과 서비스 미래 가치를 보고 투자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유튜브 영상을 봐도 너무 어려워서 잘 모르겠더라. 그럼에도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이유는 돈을 통장에 가만히 놔둬서 뭐 하나. 제로금리 시대에 돈은 묵혀 놓으면 아무 쓸모가 없다. 그래서 주식을 시작했고 주식만큼 좋다는 암호화폐도 시작했다. 돈 복사가 맞다."

서울 사는 직장인 최정연씨(27)는 비트토렌트, 체인링크, 이더리움클래식 등 이른바 '알트코인'(비트코인 이외의 암호화폐)에 투자한다. 300만원을 벌기도 했지만 그대로 300만원을 잃기도 했다. 이처럼 총 수익률이 불안정한데도 투자를 이어가는 이유에 대해 최씨는 400%가 넘는 당장 눈에 보이는 높은 수익률을 들었다. 최씨는 "일반 회사에 다니는데 월급이 250이다. 한 달에 100씩 저축하면 1년에 1200, 10년 모아야 1억2000인데 그 돈으로는 서울에 오피스텔 5평짜리 전세 하나 구할 수 있는데 37살에 오피스텔 5평 전세 하나면 인생 답 없는 거다"며 불안정한 미래에 대해 토로했다.

최근 암호화폐 시장은 지난해 '동학개미운동'으로 일컬어졌던 주식 열풍의 연장선에 있다. 주식을 경험해본 2030세대가 최근 높은 수익률을 보이는 암호화폐로 눈을 돌리는 모습이다.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라운지에 설치된 화면에 도지코인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 News1 임세영 기자


도지코인에 투자한 30대 직장인 김용욱씨(34)는 "주식으로도 만족하지 못하는 20~30대가 코인으로 몰리게 된 것"이라면서도 "안전장치가 없고, 기업의 가치가 없고 오르는 이유를 알 수 없으며, 또한 떨어지는 이유도 알 수 없는 것이 주식과 코인의 차이"라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최수용씨(27)는 "50·60대는 부동산으로 재미를 봤고, 3040은 총알이 있으니까 주식으로 돈을 벌 수 있는데 2030은 돈이 없는데 돈은 벌고 싶으니까 암호화폐밖에 없는 것"이라며 2030세대의 암호화폐 투자 열기에 대해 꼬집었다.

직장인 윤용열씨(34)는 "2030세대 뿐 아니라 전 연령이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며 "얼마 전 순대국밥을 먹으러 갔다가 60대로 보이는 분들이 코인 얘기를 하는 걸 들었다. 사면 무조건 돈 번다, 어떻게 하는 거냐, 누가 얼마 벌었다더라 하는 내용이었다"고 지금의 암호화폐 열풍이 특정 세대에만 나타나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 윤씨는 "돈의 가치는 하락하고 있고 가장 빨리 돈을 버는 방법은 누가 봐도 코인밖에 없다"며 "물론 가장 빨리 잃을 수도 있지만 누가 잃는다고 생각하나. 다 벌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이후 몰려든 '유동성' 자금…전세계적인 코인 광풍 '도화선'

2018년 이후 잠잠했던 비트코인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미국 재무부가 암호화폐를 이용한 '돈세탁' 조사에 나선다는 소문과 코인베이스의 대량 주식 매각, 주요 암호화폐 채굴장의 대규모 정전사태 등으로 주춤하지만, 직전까지 연일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갔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시중에 넘치는 유동성 자금,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인 암호화폐 과세 등이 최근 암호화폐 투자 열풍에 영향을 미친 배경으로 꼽힌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위원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국내 4대 암호화폐 거래사이트(빗썸·업비트·코인원·코빗)에 개설된 실명확인 계좌 수는 250만1769개에 달한다.

이는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국내 시세가 더 높은 '김치 프리미엄'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시세의 상승세는 비슷한 곡선을 그리고 있다.

한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유동성 과잉 공급으로 투자 시장 전반적으로 과열돼 있다"며 "2017~2018년 암호화폐 거품을 얘기할 땐 글로벌에서 국내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고 국내 개미들이 비이성적 거래를 주도했다면 지금은 국내 영향력이 그때만큼 크지는 않다. 미국 주도형 시장으로 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블록체인 전문기업 아톰릭스랩 정우현 대표는 "(알트코인 상승장은) 중국 바이낸스, 미국 로빈후드, 대부분의 시장에서 동시적으로 폭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라고 짚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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