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문 노크' 증권맨들…'스타셰프' 대체, 방송계 귀한 몸?

"생존 위해 주식은 필수"…사회적 관심사 반영하는 방송계 주목

 

"폭락장 오면 단기적 관심사에 그칠 가능성도"

 

#1

A: ㅇㅇ씨는 '잡주'를 좋아하니까 (보유 종목이) '감자' 많이 당했을 거야.
B: 그런가요? 저도 모르게 그랬을 것 같네요.
C: 감자는 기업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하는 건데요, 종류는 유상감자와 무상감자 이렇게 2가지가 있습니다.

#2
D: '상폐'를 당한 적도 있었지만, 1000% 이상 수익률을 냈어요. 3~4% 정도만 수익이 나면 바로 빼는 방식으로 투자를 해요.  
E: 원칙을 단순화시킨 이런 매매 스타일을 기계식 매매라고 합니다. 실제로 이와 유사한 알고리즘 매매도 존재합니다.

지난달 MBC에서 방영된 주식 버라이어티 토크쇼 '개미의 꿈'에서 출연자들이 나눈 대화 중 일부다. 기본 개념부터 실전 투자 꿀팁까지 전달하겠다는 목적으로 기획된 파일럿 프로그램인데, 주식 경력 15년 차부터 입문한 지 일주일이 된 '주린이'(주식+어린이)들이 털어놓은 고민과 질문에 전문가(C·E)가 답을 주며 시청자를 끌어모았다. 전문가로는 인기 경제 유튜브 채널 '삼프로TV'를 운영하는 김동환 대안금융경제연구소장과 박병창 교보증권 부장 등이 자리했다.  

바야흐로 주식 전성시대다. 2030세대들 모임에서 주식은 빠지지 않는 단골 얘깃거리다. 현재를 즐기자던 '욜로족'은 가고, 젊을 때 많이 벌어 조기 은퇴를 꿈꾸는 '파이어족'이 등장했다. 이들은 투자스터디를 꾸려 국내는 물론 해외 주식까지 투자하고 있다. 초저금리 시대를 고려해 적금 대신 자녀 이름으로 주식을 사주는 부모도 늘고 있다. 대어급 공모주 청약엔 소위 영혼까지 끌어모았다는 투자금이 몰린다.

지상파 방송에서 주식을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을 볼 수 있게 된 배경이다. 규제가 덜한 유튜브 채널엔 주식 방송이 흘러넘친다. 여의도 증권가로 국한되던 '증권맨'들의 활동 영역이 어느덧 우리네 안방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주식거래 활동계좌는 4000만개를 넘어섰다. 이 계좌는 10만원 이상이 들어 있고 6개월간 한차례 이상 거래한 적이 있는 증권계좌다. 중복 계좌를 고려하더라도 우리 국민 중 상당수가 주식에 관심이 있다는 뜻이다. 금융투자 업계에선 통상 개인투자자 1명이 3~5개의 계좌를 갖고 있다고 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급락하던 전 세계가 증시가 주요국의 유동성 확대 정책으로 반등했고, 초저금리 시대가 오면서 주식은 단순한 재테크가 아닌 생존 전략으로까지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해 코스피 지수가 역사상 처음으로 3000포인트를 돌파한 가운데 '나만 기회를 놓치는 것 아닌가'하는 불안감도 주식 열풍을 부채질한 요소였다. 실제 증권사 영업점을 찾아 종목 및 투자 전략을 짜는 개인투자자가 늘었다. 출퇴근길 버스나 지하철에서 관련 유튜브 채널을 챙겨보는 직장인도 여럿 볼 수 있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증권사 직원을 비롯한 금융 관련 인플루언서들의 활동 반경이 넓어질 분위기가 조성된 셈이다. 각 증권사는 차제 온라인 방송에 주력하고 있다. 그날의 주요 이슈 분석은 물론, 다음 날 전망을 통해 개인투자자를 끌어모은다. 

앞서 언급한 김동환 소장이 이끄는 삼프로TV는 동학개미 운동과 함께 구독자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며 구독자수가 130만명을 넘어섰다. 주요 방송분 조회수는 평균 30만회에 육박한다. 

다양한 이슈에 대해 이들의 시각을 담으려는 방송가의 시도도 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직면한 이슈에 대해 전문가와 대담하는 형식의 KBS2 '이슈 Pick, 쌤과 함께'에는 140만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경제 유튜버 '슈카'가 고정 패널로 출연 중이다. tvN '월간 커넥트'는 김 소장이 공동 진행자를 맡고 있다.

주식 방송이 활기를 띠는 것은 어딘가 익숙한 모습이다. '먹방'(먹는 방송)과 '쿡방'(요리 방송)의 진격이 시작되던 시절을 보는 듯도 하다. 

최근 몇 년간 음식 콘텐츠는 방송가를 장악했다. 개인 인터넷 방송을 중심으로 유통되던 먹방과 쿡방은 삽시간에 지상파 영역으로 확대됐다. 숨겨진 맛집이나 요리, 조리법이 공개될 때마다 시청자들은 환호했고, 더 품위 있고 맛깔난 음식을 찾는 시청자들이 늘며 이른바 '스타셰프'가 예능의 샛별로 떠올랐다.

방송은 그 사회의 관심사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관심도는 결국 시청률로 직결된다.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최근 국민들은 주식이나 가상화폐 등의 투자에 관심이 많다. 과거와 달리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투자 열풍이 일어나다보니 자연스럽게 방송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 셰프들이 안방을 점령했을 때를 보면 음식이라는 콘텐츠가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이었는데, 이제는 자산 불평등을 인식한 국민들이 소확행으로만 만족할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구 교수는 "주식은 2030세대의 생존의 수단으로 봐야한다. 재테크라는 고상한 말로는 지금의 세태를 정확하게 담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다만, 주식은 음식과 비교해 일반적인 소재가 아닌 탓에 장기적인 흐름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하재근 평론가는 "주식은 보편적인 관심사가 되기 어렵기 때문에 주가가 폭락한다면 단기적인 유행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며 "모든 방송사가 뛰어들어 음식 예능 프로그램을 내놓듯 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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